티아라 노래에 맞춰 아침체조…중소기업 근로자의 하루

전선정 인턴 2024. 1. 3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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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8년차 팀장의 하루 담은 영상 화제
중소기업 관리자로서 힘든 점은 "인력난"
삶의 목표 "자가 마련·가족의 건강과 행복"
중소기업 근로자의 현실적인 하루가 공개돼 누리꾼들에게 공감을 사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이과장'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전선정 리포터 = 아침부터 온 직원이 함께 국민체조를 하고, 컴퓨터 모니터가 고장 나면 팀장이 직접 고쳐야 하는 중소기업의 하루를 가감 없이 조명한 유튜브 영상이 화제다.

28일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중소 육가공 업체에서 생산 관리직을 맡고 있는 최성호(41)의 현실적인 하루를 담은 영상이 중소기업 관련 유튜브 채널 ‘이과장’에 게재되며 누리꾼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안겼다.

영상은 출근하자마자 사무실에 있는 모든 직원이 함께 티아라의 '러비 더비(Lovey Dovey)'에 맞춰 체조하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영상의 주인공인 82년생 최 씨가 관리직답게 선두에서 열심히 몸을 흔들고 있었다.

최 씨는 하루는 경기 용인시에서 새벽 6시 30분에 출근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의 통근길은 왕복 140㎞이다. 그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 차 안에서 면도한다. 최 씨는 햇수로 8년째 육가공 중소기업에 재직 중이며 생산팀장 겸 영업팀장을 맡고 있다.

출근 시간은 본래 오전 8시 30분이지만 최 씨는 체조 준비를 위해 일찍 출근한다. 그는 유튜브에서 '아침체조 러비더비'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체조 영상을 틀며 "6년째 보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장면은 진풍경이었다. 온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회색 팀복을 입고 언뜻 보면 깜찍한 율동으로 착각되는 체조를 했다. 최 씨는 선두에서 솜씨를 뽐냈다. 처음과 마지막은 박수갈채로 장식했다.

육가공 장사가 잘되냐는 인터뷰 진행자의 질문에 최 씨는 "일이 많이 줄어서 지난주 금요일 현장은 쉬었다"며 "일이 조금밖에 없는데 또 나와서 퇴근 시간까지 있기가 그랬다"고 답했다. "브랜드를 만들어서 직접 팔지는 않냐"는 물음에는 "했다가 잘 안돼서 다시 개발 중"이라며 "회사 규모가 작아서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어 한 직원의 컴퓨터 모니터가 고장 나 최 씨가 도움을 주는 일이 발생했다. 진행자의 "컴퓨터를 잘 다룰 줄 아시냐"는 질문에 그는 "기계는 그냥 한 번 껐다 켜면 되는 거 아니냐"고 답했다. 최 씨는 해당 모니터를 어느새 7년 동안 썼다고 말하며 방치돼 있던 다른 모니터로 교체했다. "모니터 돌려쓰기 하시는 거냐"는 진행자의 말에는 "저희는 대기업이 아니"라며 재치 있게 답했다.

교체한 다른 모니터도 여전히 작동하지 않자 최 씨는 직원에게 "일단 모니터 하나로 하고 있으라"고 말한 후 자신의 자리에 교체했던 모니터를 작동시켰다. 하지만 최 씨의 자리에서도 모니터는 먹통이었다. 결국 모니터 전원은 꺼졌고 안전모드로 바뀌었다. 이에 최 씨는 "지금 긴장했다. 담배 한 대 피우자"고 인터뷰 진행자에게 제안하며 웃음을 유발했다.

최 씨는 회사에 다니면서 힘든 점 중 하나로 인력난을 꼽았다. 그는 "다른 중소기업 관리자분들도 공감하시겠지만 인원 관리다"라며 "사람 구하기가 힘든데 (직원들을) 기분 좋게 하면서 계속 같이 봐야 되게끔 만들어야 되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보람돤 점은 "제품이 나갈 때 소비자·거래처 민원 없이 무난하게 흘러갔을 때"라고 덧붙였다.

목표 연봉 질문에는 "얘기하면 (회사에서) 잘리지 않을까"라고 주저하면서도 "6000만원 정도"라고 답했다. 이어 최 씨는 "더 올려서 말하기 좀 그렇다. 이제 연봉 협상도 얼마 안 남았다"고 말하면서 "한 10억원?"이라며 재치 있는 답변을 내놨다.

올해 관리직으로서의 목표는 상여금 받기다. 최 씨는 "올해 직원들이 다 '으쌰으쌰' 열심히 해서 매출이 많이 나면 내년에 상여금을 받아 갈 수 있다"고 부연했다. 퇴근 소감으로는 "회사 다니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이 좋다"고 답했다.

최 씨의 삶의 목표와 꿈은 거창하지 않다. 그는 목표로 "집이 전세라서 자가를 얻는 것"과 "가족 모두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는 것"을 꼽았다. 긴 퇴근길에서 운전대를 잡고 담담히 자신의 명의로 된 집에서 가족과 건강하고 행복하게 함께 사는 것이라고 답하는 최 씨의 모습은 공감을 샀다.

누리꾼은 "드디어 진짜가 나왔다", "영혼 없는 표정으로 기계적으로 아침 체조하는 것 보고 이제 진짜가 나왔구나 싶었다", "미래에 대한 큰 포부나 꿈이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목표를 말씀하시는 게 참 공감된다" 등의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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