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인의 `樂樂한 콘텐츠`] 스크린 너머 같이, 장애장벽 넘은 가치

김나인 2024. 1. 3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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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등 명장면 토크콘서트 '필모톡'
실시간 수어통역… 농아인도 함께 즐겨
8번 주자 배우 이제훈, 수어 메시지 전달
SK브로드밴드가 SKT의 T팩토리와 협업해 진행하는 토크콘서트 '필모톡'에서 배우 이제훈이 관객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SKB 제공
SK브로드밴드가 SKT의 T팩토리와 협업해 진행하는 토크콘서트 '필모톡'에서 배우 이제훈이 관객들과 대화하고 있다. 김나인 기자
SK브로드밴드가 SKT의 T팩토리와 협업해 진행하는 토크콘서트 '필모톡'에서 배우 이제훈이 관객들과 대화하고 있다. SKB 제공
SK브로드밴드가 SKT의 T팩토리와 협업해 진행하는 토크콘서트 '필모톡'에서 배우 이제훈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김나인 기자
SK브로드밴드가 SKT의 T팩토리와 협업해 진행하는 토크콘서트 '필모톡'에서 수어통역사가 실시간 통역을 진행하고 있다. 김나인 기자
SK브로드밴드가 SKT의 T팩토리와 협업해 진행하는 토크콘서트 '필모톡'에서 배우 이제훈이 관객들과 대화하고 있다. SKB 제공

"많은 날이 지나고 나의 마음 지쳐갈 때 내 마음속으로 스러져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찾아와."

지난 25일 그룹 전람회 '기억의 습작'이 흐르는 서울 홍대 'T팩토리'. 퇴근 시간이 훌쩍 넘은 오후 8시가 되자 80여 명의 관객이 한자리에 모여 무대 뒤를 응시하고 있었다. 기억의 습작이 흐르면 떠오르는 영화 '건축학개론'의 주연 배우 이제훈을 만나기 위해서다.

민트색 니트를 입고 밝은 미소와 함께 관객 앞에 선 이제훈은 첫 작품 '파수꾼'부터 '고지전', '건축학개론', '시그널', '아이캔스피크', '박열', '모범택시'까지 그간 출연한 작품들의 스크린 밖 이야기를 풀었다. 지난해 SBS 연기대상 수상자이기도 한 이제훈은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며 연기 저변을 넓히고 있다.

◇ "건축학개론 '서연아 사랑해' 장면, 첫사랑 풋풋함 표현했죠"

작품의 한 장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되는 '필모톡'은 SK브로드밴드가 SKT의 T팩토리와 협업해 지난해 3월부터 진행하는 '콘썰트(콘서트+이야기라는 의미의 '썰')'의 일환인 토크콘서트다. 역대 주요 출연작이 한 장면씩 무대 앞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장면이 끝나면 관객들과 배우가 이야기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올해 첫 콘썰트 필모톡 배우인 이제훈을 포함해 이달 기준 누적 신청자 수는 약 1만1000여명에 달한다. 이날 토크 콘서트에 참가자들도 약 30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현장에 모였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고백 연습' 중 한 장면이 나오자 관객들이 금세 배우 이제훈이 펼치는 연기에 빠져든다. 건축학개론에서 남자 주인공 승민으로 분한 이제훈이 늦은 새벽 서대문구 창천동 골목에서 납득이(조정석)에게 고민을 털어놓다가 여자 주인공 서연(수지)에게 품던 마음을 "서연아 사랑해"라고 소리 지르며 고백하는 장면은 서툴지만, 뭉쳐있던 에너지가 폭발하는 첫사랑의 풋풋한 감성을 나타낸다. 이 장면은 리허설 없이 배우가 표현한 장면 중 하나다. 이제훈은 "소리를 꼭 질러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누군가 좋아하는 것을 소극적이고 어려워한 승민이 친구에게 처음 조언을 얻고 용기를 얻어 첫사랑 이름을 불러본 상황에서 벅찬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모습을 표현했어요.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첫사랑은 행복과 아픔을 동시에 가지는 상태이기 때문에 주인공 감정에 공감이 갔고 학창시절에 느꼈던 감정과 모습을 담았습니다."

◇ 이제훈이 AI에 던진 첫 질문은?

작품으로 성숙해졌다는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 이제훈은 "일을 할 때 모자라고 부족한 단점을 노력을 통해 극복하려는 모습이 강하지만 완벽할 수는 없다"고 가감 없이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다만 완벽해지기 위해 매 순간 노력하고 조금씩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됐어요. 완벽하기보다는 즐기고 노력하며 거짓 없이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되고자 스스로 정의했고요."

감독과 동료 배우들이 바라본 이제훈은 어떨까. 이제훈이 출연한 '시그널' 작품에서 만난 배우들은 "연기밖에 모르는 친구"라고 그를 평했다.

"최근 AI(인공지능) 앱이 나왔더라고요. AI에게 질문하면 답을 해주는데 첫 질문으로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 수 있나요'라고 물어봤어요. AI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원하는지 묻더군요. 선배들이 말한 대로 인생을 즐기고 누려야 연기를 더 사랑하고 즐길 수 있다고 생각으로 앞으로 팬이나 동료 등 많은 사람을 만나 교류하려고 해요. 인생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자는 답을 얻었죠."

◇ 실시간 수어통역 '눈길'…"함께 무대 메우는 웃음소리 의미있어"

콘썰트 필모톡의 강점은 소통이다. 이날 관객들은 직접 배우에게 동안의 비결, 배역을 표현하면서 생긴 고민 등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10년 만에 봤는데 여전하다는 한 관객의 질문에 이제훈은 "아침마다 사과 한 알을 빠짐없이 먹고 물을 자주 마시고 '내일은 (오늘보다)더 좋겠지'라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비결이 아닐까"라고 답했다.

특히 장애 구분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관객석 맨 앞에는 농아인 관객을 위해 통역사가 실시간으로 수어 통역을 진행한 점이 눈에 띄었다. 이날 토크 콘서트에 참가한 한 관객은 "수어통역사를 앞좌석에 비치해 배우의 표정과 수어 통역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한 점이 좋았다"며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어 일부 소리를 듣는데 배우의 이야기를 수어 통역과 함께 즐길 때 제 웃음소리가 청인들의 웃음소리와 동시에 행사장을 메우는 순간이 의미 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2시간이 넘게 통역을 진행한 수어 통역사에게는 토크 콘서트가 끝나고 박수가 쏟아졌다. 지난달 필모톡에는 농아인 유튜버 하개월이 참석하기도 했다.

배우 이제훈은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라는 수어를 익혀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콘썰트 필모톡 진행 전 기자와 만난 이제훈은 "이전 필모톡에서도 선·후배들이 수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니 귀감이 됐다"며 "참여할 수 있어서 기쁠 따름이다. 앞으로 제 뒤를 이어 다른 배우들이 참여해주면 더 의미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 '가치봄' 콘텐츠 인기, 올해 라인업도 '풍성'

SK브로드밴드는 매회 초청 배우의 출연작을 'B tv' 내 '가치봄' 콘텐츠로 메인 편성해 농아인이 배우 작품을 손쉽게 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가치봄 콘텐츠는 한글 자막과 화면 해설을 넣어 농아인과 비장애인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매출 일부는 한국농아인협회에 기부한다. 콘썰트 필모톡 방송 기간 초청 배우의 가치봄 콘텐츠 시청자수 전후 증가율은 169%로, 약 2.7배 증가했다. B tv 가이드채널에 편성된 필모톡 영상의 누적 시청자수는 지난 22일 온에어한 배우 정우성 편까지 390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6월 배우 류준열을 시작으로 한지민·김남길·조우진·한효주·류승룡·정우성 등이 관객과 이야기를 나눴고, 올해 더 다양한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콘썰트 '필모톡'은 내부 조직 간 자발적인 협업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시작됐고 농아인과 함께 하며 B tv 이용자와 배우가 만나는 문화 공유의 장으로 SNS와 커뮤니티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B tv를 통해 장벽 없는 미디어를 꿈꾼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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