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일가 주식담보대출 살펴보니…빚 많은 장차남, 탄알 없는 전쟁 가나
금리 인상 속 이자 불어
그룹 통합·가족 분쟁 속 원리금 상환 부담
OCI그룹과 통합을 두고 갈등에 휩싸인 한미그룹 일가가 보유 주식을 담보로 낸 대출 원리금 상환 만기 예정일이 올해 2월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통합 결정 과정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선 장남 임종윤 사장의 원리금 상환 부담 무게가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한미약품 임주현 사장, 임종윤 사장,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이 보유한 주식담보 대출 원금 규모는 약 441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담보로 4인이 각자 명의로 계약한 대출 원금 합산으로, 개인이 각각 보유 중인 대차 계약과 납세담보 계약 금액은 제외한 수치다.
송영숙 회장과 임종윤, 주현, 종훈 3남매 모두 납세 부담 목적 외에 주식담보 대출을 활용해 자금을 융통해 왔는데, 금리 인상 영향을 받아 1년 전보다 이자도 불어난 상황이다.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은 지난 2021년 3월 농협은행에서 한미사이언스 주식 300만주를 담보로 817억원을 대출하는 등 총 4건의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보유 중이다. 대출 담보 주식 수는 총 421만2518주, 전체 대출 금액은 1317억원, 대출 평균 이자율은 약 5.8%다. 송 회장이 보유한 주식담보 대출 3건의 계약 만기일은 오는 3월, 1건이 오는 5월 중으로 예정돼 있다.
오너 일가 4인의 중에서는 첫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의 대출 계약 건수가 많고 원금 규모도 크다. 임종윤 사장은 2018년 6월 주식 73만5000주를 담보로 하나은행에서 620억원을 빌리는 등 지난해 9월 22일까지 본인 명의로 금융사 5곳에서 총 18건의 대출을 계약했다. 현재 보유 중인 주식담보 대출 원금 총액은 1733억9642만여원, 담보 주식 수는 618만5625주, 평균 이자율은 약 5.7%으로 집계됐다.
임종윤 사장의 경우 지난 2021년 2월 8일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한미사이언스 주식 18만3499주를 담보로 35억9927만여원의 대출 계약을 맺었는데 해당 대출 만기일이 내달 8일이다. 임 사장 개인 회사인 코리그룹의 계열사 ‘코리포항’이 해당 대출 채무자로 보고돼 있는데, 해당 대출 이자율은 작년 1월 연 3.55%에서 올해 1월 연 5.2%로 올랐다.
둘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은 2017년 3월부터 작년까지 총 11건의 주식담보 대출 계약을 보유 중이다. 해당 대출 계약의 담보 주식 수는 총 292만6324주, 대출 원금 총액은 약 680억원, 평균 금리는 연 5.7%다. 임주현 사장이 보유 중인 주식담보 대출 계약 만기일을 보면 2월 3건, 3월 1건, 4월 3건 등이 예정돼있다. 임주현 사장이 주식 55만주를 담보로 2021년 4월 농협은행에서 110억원을 빌린 주식담보대출의 현재 적용 금리는 연 5.47%로, 1년 전보다 1.75%포인트 올랐다.
셋째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은 삼성증권, 농협은행 등과 맺은 7건의 주식담보 대출을 보유 중이다. 담보 주식 수는 352만2859주로, 총 대출금액은 약 680억원, 대출 평균 금리는 약 5.6%다. 임종훈 사장이 보유 중인 주식담보 대출 7건 중 3건이 내달 중 계약 만기일이 도래한다. 임종훈 사장이 지난 2020년 6월 보유 주식 17만5954주를 담보로 삼성증권에서 30억원을 빌린 대출의 현재 이자율은 연 6.3%에 이른다.
업계에선 한미그룹 오너 일가가 OCI그룹과의 통합뿐만 아니라 가족 간 법정 다툼, 주식담보 대출 원리금 상환 등 풀어야 할 당면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대출 이자 부담이 더 커지거나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자금 길이 막힐 경우 그룹 지배력과 경영권 등 지형과 회사 주가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 가격이 내릴 경우 추가 대출을 통한 자금 확보 여력도 줄 수 있다. 돈을 빌려준 기관은 주식 계좌 평가액이 대출금 140% 아래로 떨어지면 반대매매에 나서거나 추가 질권을 요구할 수 있는데, 증시 침체기에는 이런 반대매매가 주가 추가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일부 증권사와 저축은행 등이 주식담보 대출의 만기 연장 대신 원리금 상환을 통보하거나 주식담보대출 비중을 옥죄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12월 바이오기업 보로노이의 최대주주 김현태 대표에 주식을 담보로 대출한 250억원의 상환을 통보했고, 이오플로우는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받은 200억원 규모의 주식 담보 대출 만기가 도래하자 작년 11월 주식 66만4000여주를 시장에 매도해 100억원을 갚았다.
앞서 장·차남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은 송 회장과의 지분상 특수관계가 없다고 공시했다. 오너 일가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에 앞서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은 지난 17일 공동으로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를 대상으로 24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막아 달라는 내용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 한미그룹에서는 OCI그룹과의 통합을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딸 임주현 사장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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