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산행기] 공룡능선에는 '진짜' 공룡이 살고 있었다!

최창열 서울시 구로구 고척로 2024. 1. 30. 06: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필자 최창열씨(왼쪽)와 동생 최태열씨(오른쪽).

첫째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 주말에 다른 약속 없으면 공룡능선 산행 함께 갈래?"

나는 괜스레 "공룡능선 많이 힘든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동생은 "월간山 9월호에 공룡능선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왠지 또 가보고 싶다. 지금까지 매 10년마다 함께 공룡능선 산행을 했는데, 80대, 90대에도 산행하려면 이번에 다녀와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바로 OK 했다. 동생과 나는 어둠을 뚫고 설악동으로 향했다.

새벽 4시, 산행을 떠나기 전 동생과 준비물을 체크했다. 물, 간식, 의류 등 꼼꼼히 챙겨 산으로 향했다. 설악동에 도착해 반달가슴곰 동상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출발했다. 동생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비선대로 향했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비선대에 도착해서 등산화를 다시 체크하고 금강굴로 향했다. 아직 어두운 풍경이라 숨을 헉헉대며 걷기만 했다. 그러다 숨 돌릴 겸 잠시 멈춰 뒤를 돌아보았는데, 뒤로 헤드랜턴 불빛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었다. 멋진 풍경이었다.

열심히 올라도 마등령 정상은 아직 멀었다. 동해바다에서는 일출이 시작되고 있었다. 붉게 물든 동해바다. 나무 사이로 일출 빛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 풍경을 담기 위해 휴대폰 카메라로 연신 사진을 찍었다.

바다 위로는 구름이 많았다. 두꺼운 구름층을 보니 불길한 생각이 조금씩 들었다.

"3~4시간 후에는 비가 올 것 같은데…."

하지만 동생은 오늘 비 예보가 없다고 걱정 말라고 했다.

둘이 비 오듯 땀을 흘리며 침묵 속을 걸었다. 중간중간 동생은 "형 주변 풍경이 멋진데 사진 한 장 찍어드릴게요"라고 말을 걸었고, 나는 "그러네~ 멋진 풍경을 놓치고 갈 뻔했네!"라며 맞장구를 쳤다. 사진 찍는 찰나를 활용해 우리는 잠깐잠깐 쉬었다.

필자 최창열씨(왼쪽)와 동생 최태열씨(오른쪽).

올해는 비가 많이 내려서인지 마등령 정상 부근의 작은 계곡에도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정수기가 있었다면 식수로 사용해도 될 것 같았다. 물을 너무 많이 챙긴 건가 싶어 후회 아닌 후회가 들기도 했다. 잠시 후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마등령삼거리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우리는 잠시 쉬었다. 돌아가신 어머님이 종종 만들어주셨던 추억의 달걀주먹밥을 꺼내 먹으며, 부모님과의 시간을 잠시 떠올렸다. 그러자 눈가에 눈물이 살짝 맺혔다. 이 주먹밥은 제수씨가 직접 만들어준 것이었다. 힘들게 산행할 때 추억의 달걀주먹밥을 보면 힘이 솟을 거라며 준비해 줬다고 한다. 그 다정함이 정말 고마웠다.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미리 챙겨온 우비를 입고 산행을 이어갔다. 동생과 서로 격려하며 사진 찍고 걷다 보니 어느새 고릴라바위에 도착했다.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인데, 오늘은 구름으로 앞이 꽉 막혀 있었다. 그래도 인증샷 하나 찍고 출발하려는데, 신기한 풍경이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뭐지?'

눈을 비비며 고릴라바위를 올려다봤다. 바위 앞에는 통통한 공룡 한 마리가 서 있었다. 헛것을 본 건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다른 산객이 공룡 옷을 입고 서 있던 것이었다. 신기하고 재밌는 아이디어였다. 우리는 연신 박수갈채를 보냈고, 공룡과 함께 인증사진도 찍었다.

재미있던 경험을 뒤로 하고 무너미고개로 향했다. 본격적으로 비가 내릴 것 같아 발걸음을 재촉하며 걷는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서둘러 희운각대피소에 들렀다가 하산을 시작했다. 비가 쏟아지는데 우비를 입어서인지 더웠다. 몸이 힘드니 천천히 가자고 했는데, 발은 내 의지와 다르게 부지런히 달렸다. 동생과 함께 천불동계곡의 천둥폭포소리를 들으며 비선대로 향했다. 평소엔 길게만 느껴지던 긴 계곡길이 끝나고 금방 비선대가 나왔다.

오늘도 무사히 동생과 안전하게 산행을 마쳤다. 동생에게 "고맙다! 이렇게 추억에 함께 해줘서…"라며 마음을 전하니 동생은 내 손을 꼭 잡아줬다. 동생은 되레 "형이 함께해 줘서 걱정 없이 산행할 수 있었어. 내가 더 고마워!"라고 답했다.

내려가기 전 마지막으로 남은 달걀주먹밥을 마저 먹고 내려갔다. '엄마표 달걀주먹밥'을 먹으니 마지막 설악동까지는 100m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힘이 솟았다.

형제애를 또 한 번 진하게 느낀 공룡능선 종주산행. 늘 응원해 주는 가족과 동생들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한다.

월간산 1월호 기사입니다.

Copyright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