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판 SKY캐슬' 꾸민 자매의 덫…자녀 美의대·영주권 약속 사기(종합)

최성국 기자 2024. 1. 29. 17:4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의사·사업가'로 의사 등 전문직 속여 40억 가로채
광주시 속인 이력마저 범행 이용…번 돈은 자기 자녀 유학비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 사진.(사진=JTBC 홈페이지 캡처)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자녀를 미국 의대에 보낼 수 있다는 말에 수년 넘게 속았습니다."

의사와 약사 등 전문직들을 상대로 수십억원대 사기행각을 벌인 A씨(51·여)에 대한 재판에서 한 피해자가 쏟아낸 원성이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고상영)는 2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 자매에 대한 재판을 열었다.

A씨와 여동생 B씨는 2016년 5월부터 지난해 1월 사이 피해자 4명을 상대로 40억원 상당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모두 현직 의사와 약사 등 전문직들로, 한 피해자는 100여차례에 걸쳐 22억9000만원을, 다른 피해자는 38차례에 걸쳐 6억5000만원을, 또 다른 피해자는 34차례에 걸쳐 12억원이 넘는 돈을 송금했다.

이들은 '광주시와 합작투자를 하는 미국 대형 의료기기 업체의 임원'이라는 피고인의 말과 '해당 사업에 투자하면 자녀들이 미국 영주권을 얻고, 불가능한 미국 의대까지 입학할 수 있다'는 말을 굳게 믿었다.

피해자들은 광주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B씨와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A씨를 소개 받았다.

B씨는 자신의 언니 A씨를 '미국 의대 출신'이자 '전남대학교 교환교수'로 소개했다.

특히 미국 대형 의료기기 회사의 한국지사 대표인 A씨가 '미국 영주권 획득 전문가'라고 했다.

A씨 또한 동생과 동일한 언동을 하며, 연예인과 함께 찍은 사진, 값비싼 외제차, 명품, 광주 모 대학병원에 1억원을 기부한 사진 등을 자랑했다. 피해자들에겐 '소아성형 전문 의사'로 자칭했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내가 한국지사 대표인 미국 의료기기회사가 광주시와 함께 빛그린산단에 3200억원대 투자를 하려고 한다"며 "회사에 100만 달러만 투자하면 자녀들이 미국 영주권을 받고, 미국 의대도 진학할 수 있다"고 접근했다.

실제로 A씨는 2018년 광주시에 3200억원대 해외기업 투자유치 의견을 제시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광주시는 해당 기업의 광주 투자로 전문인력과 청년일자리 350여개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보도자료까지 냈으나 확인결과 A씨가 해당 회사에 근무한 적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나 뒤늦게 사태 수습에 들어갔다.

A씨는 이 논란마저 피해자들을 속여 넘기는 데 사용했다.

오히려 A씨는 피해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투자 기업들을 국내로 불러들이고 있다. 외부에는 광주시에 투자 안하는 걸로 됐는데, 세금 감면이 끝나면 투자하는 것으로 결론났다"며 광주시장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피해자들은 당시 미국 정세와 흐름이 비슷한 A씨의 말을 믿었고 지속적으로 돈을 보냈다.

당연히 피해자들의 자녀들은 미국 의대에 입학하거나 영주권을 취득하지 못했다. A씨는 일부 피해자 자녀들에 대한 미국 대학 입학금까지 받아놓고도 이를 내지 않고 가로챈 혐의도 받는다.

결국 의심을 하게 된 피해자들은 투자 회사에 직접 문의하거나 미국 대학에 전화를 해보는 식으로 일일이 사실 확인에 나섰다.

A씨는 전남대 교환교수도 아니었고 미국 의료기기 회사에 다닌 적도 없었다. A씨가 보낸 피해자 자녀들의 비자는 물론 A씨의 의사면허증도 모두 가짜였다.

피해자들은 "A씨의 자녀가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돈 사용처의 영수증을 첨부해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한탄했다.

한 피해자는 "돈을 어디에 쓰느냐고 물으면 A씨가 '아이를 위해 이렇게까지 노력하는데 나를 못 믿냐. 이럴거면 하지 말아라'고 윽박 지르는데 자녀의 앞길을 위해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자식이 잘 되기만을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이용한 두 자매의 공모는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자녀는 이들의 꾀임에 잘 다니던 학교마저 자퇴했다. 법망을 피해 빠져나가는 방법을 너무 잘 아는 이들에게 부디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를 혹독히 알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수사에 착수한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고나서야 피해 사실을 인지했다.

이 피해자는 "피고인은 우리가 낸 돈을 자기 딸의 유학비에 사용하고, 자신의 빚을 갚거나 명품 구입 등 호화스러운 생활을 했다"면서 "자녀가 '저 사람 이상하다'고 해도 '너를 도와주려는 사람의 진심을 왜곡하지 말아라'고 말했을 정도로 믿었다, 아이는 사람과 사회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 하루빨리 피고인을 처벌해달라"고 호소했다.

A씨 측은 사기 고의성이 없고, 피해자들에게 받은 돈은 피해자 자녀들의 미국 유학 준비 등에 사용했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피고인이 추천해준 교사들로부터 피해자 자녀들이 과외를 받았고, 자녀들의 학교 생활 등을 케어해 준 점, 중·고등학교 진학에 적극 관여했다는 취지다.

A씨 자매에 대한 다음 재판은 2월28일 광주지법 동일 법정에서 속행된다.

star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