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졌던 인천 송림지하보도, ‘시민휴식공간’으로 재탄생

박준철 기자 2024. 1. 2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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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인천 동구 송림골 아뜨렛길 장기바둑방에서 노인들이 장기와 바둑을 두고 있다. 박준철기자

지난 28일 낮 인천 동구 송림골 ‘아뜨렛길’ 지하광장. 아뜨렛길은 아트(Art) 와 레크레이션(Recreation)의 합성어로 ‘문화휴식공간’이라는 뜻이다. 아뜨렛길로 통하는 계단이 있는 6개 출입구는 캐노피 공사로 모두 막혀 있었다.

아뜨렛길 출입구가 통제됨에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밝은 조명 아래 널따란 지하광장이 나온다. 밖은 영하의 추위지만 아뜨렛길 내부는 다양한 체험을 즐기는 주민들로 온기가 넘친다.

탁자 6개가 놓여 있는 29㎡ 넓이의 장기·바둑방에는 노인들로 가득 차 앉을 자리가 없다. 내기라도 하는지 다들 진지한 열기로 가득해, 옆에 선 노인이 훈수라도 하면 금방 싸움이라도 날 듯한 분위기다. A씨(80)는 “복지관은 평일에만 여는데, 아뜨렛길은 주말에도 여는 데다 시설도 깨끗해 너무 좋다”며 “낮에 와서 온종일 있다가 간다”고 말했다.

바로 옆 4대의 탁구대가 있는 탁구장에는 커플과 초등학생, 노인들이 탁구를 즐기고 있다. B씨(66)는 “건강을 위해 친구와 매일 와서 친다”며 “탁구 라켓도 무료로 빌려준다”고 말했다.

탁구장 앞에서 농구 게임을 하던 C군(13)은 “친구와 함께 나흘 동안 계속 왔다”며 “가상현실(VR)과 다트, 키즈라이더 등 모든 게임을 무료로 즐길 수 있게 코인도 나눠준다”고 말했다.

유아놀이방 안에서는 유아들이 뛰어놀고, 밖에서는 부모들이 음료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었다. 7살 딸과 함께 어린이박물관을 찾은 엄마 D씨는 “환하고 깨끗한 데다 어린이나 어른들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시설이 있어 앞으로도 자주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동구 송림골 아뜨렛길 게임장에서 어린이들이 게임을 하고 있다. 박준철기자

이용객이 없어 오랫동안 방치되고 버려졌던 송림지하보도가 시민들의 휴식공간 ‘아뜨렛길’로 재탄생했다. 유아부터 노인까지 모든 연령층이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아뜨렛길이 있는 송림오거리는 원도심으로 전락한 동구의 교통 요충지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동구청과 현대시장, 노인복지관 등 주요시설이 위치해 있다.

1988년 교통난 해소와 주변 전통시장과 연계한 상권을 형성하기 위해 송림지하보도를 건립했지만, 부실시공에 따른 결로현상과 흐릿한 조명, 지상의 횡단보도 이용으로 지하보도로서의 기능은 상실됐다.

동구는 2012년 송림지하보도 활성화를 위해 상추·배추·무 등 채소를 키워 독거 노인들에게 제공하는 식물공장과 북카페, 벽면 갤러리 등을 설치했지만 흐지부지됐다.

이에 동구는 2021년부터 46억원을 들여 송림지하보도 전체 2940㎡ 중 보도를 제외한 760㎡에 북카페, 청소년 댄스 연습장, 주민 쉼터 등 모든 연령층이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아뜨렛길을 조성, 지난 1월 2일 개장했다.

지난 28일 동구 송림골 아뜨렛길 탁구장에서 지역주민들이 탁구를 하고 있다. 박준철기자

모두 시설은 무료이다. 다만 ‘인생 네 컷’인 포토 부스만 장당 500원을 받고 있다. 운영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이며, 월요일은 휴무이다. 개장 한 달이 안 된 아뜨렛길에는 하루 평균 127명이 방문한다. 주말인 지난 27일 202명, 28일은 198명이 찾았다.

아뜨렛길을 위탁 관리하는 신은영 패밀리송림골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팀장은 “동구는 노인들만 사는 줄 알았는데, 유아와 어린이들 동반한 가족들이 아뜨렛길을 잇따라 찾는 모습을 보면 그동안 동구에는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휴식공간이 없었구나 느껴졌다”고 말했다. 원도심인 인천 동구는 인구 5만9482명 중 노인이 25.6%인 1만5240명이다. 4명 중 1명이 노인이다.

김찬진 동구청장은 “아뜨렛길이 동구 주민들의 휴식과 소통을 위한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동구 송림동 아뜨렛길 지하광장에 시민들이 각자 즐길거리를 찾고 있다. 박준철기자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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