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50대 남성 고독사 주의보…“복지 혜택 사각지대서 고립된 삶”

유병훈 기자 2024. 1. 2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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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
22.4%는 중증위험군
남성·50대·저소득층일 수록 위험도↑
중증위험군 25%는 “식사준비 서비스 필요”
1인가구 4명 중 1명 ‘고독사 중증 위험군’…
고독사가 발생했던 원룸 모습. /송복규 기자
김종수(50대⋅가명) 씨는 지난 2022년 충남 아산의 고향집에서 눈을 감았다. 일평생 타향에서 건설노동자로 고된 일을 하다가 30년 만에 귀향한 종수씨의 마지막 순간은 외로웠다. 그는 지난 2021년 뇌경색 수술을 두 번 받았다. 이후 뇌졸중이 겹친 그는 거동이 불편하자 혼자 술을 마시며 고통과 외로움을 벗으로 삼았다. 며칠 동안 인적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동네 주민이 신고했고, 그제서야 종수씨는 자신의 영면을 세상에 알릴 수 있었다.

국내 1인 가구 5명 중 4명이 ‘고독사 위험군’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 중에서도 50~60대 중장년 남성의 고독사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인 가구 9471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발간한 ’2022년 고독사 예방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고독사 위험군이 78.8%로 집계됐다.

연구원은 실패·상실감 누적, 고립적 일상, 사회적 고립, 이동성 높은 생애, 돌봄과 지원 중단 등 5가지 지표로 고립 정도를 파악해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겨 고독사 위험 정도를 평가했다. 이혼 이나 실직 노숙 등의 경험, 일주일간 하루 평균 식사 및 외출 횟수, 최근 10년 동안 이직 횟수 등으로 10개 문항의 질문지를 만들고, 70∼100점은 고위험군, 40∼60점은 중위험군, 10∼30점은 저위험군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전체 1인 가구의 2.6%가 고독사 고위험군으로 집계됐고, 19.8%가 고독사 중위험군, 저위험군은 56.4%였다. 고독사 위험이 전혀 없는 사람은 21.1%였고, 고위험군과 중위험군을 합친 ‘중증 위험군’은 22.4%로 집계됐다.

성별로 보면 남성 중증 위험군의 비율이 26.7%로 여성 중증 위험군 18.1%보다 8.6%포인트 높았다. 연령대 별로는 50대의 중증 위험군 비율이 35.4%였고, 60대가 31.2%, 70대 이상이 18.8%로 그 뒤를 이었다.

50대 남성이 특히 취약한 이유에 대해 고숙자 연구원 사회보장정책평가조정지원센터장은 “50대는 사업 실패나 직장 이동 등 일자리 변화가 많은 나이대이자, 이혼과 자식의 독립 등 가족관계의 변화가 찾아오기 쉬운 연령대”라고 설명했다. 실직, 이혼, 좌절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변환기라는 것이다. 여성보다 남성에게 고독사 위험이 크게 다가오는 배경으로는, 여성들이 개인적인 단위의 사회참여나 네트워크가 활발한 데 비해 남성은 개인적인 사교 활동에 소극적인 면이 있고 조직 생활에 익숙해 조직 외의 네트워크가 부족한 점을 꼽았다.

연구진은 고독사 중증 위험군 가운데 2023명에 대한 심층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지난 1년간 입원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19.7%였다. 같은 기간 자살계획을 한 적 있다는 응답자는 18.5%였고, 자살 시도를 했다고 답한 경우는 6.4%였다.

응답자의 남성 91.6%, 여성 84.3%가 복지 서비스를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가장 필요한 돌봄 서비스로 식사 준비(25.1%), 친구 만들기(18.6%), 일자리 상담(13.3%) 등을 꼽았다. 혼자서 일상생활이 어렵다는 응답자는 4.0%였다.

근로 형태 별로는 임시직·일용직이 50.7%로 절반을 조금 넘었고, 가구 소득이 200만원 이하인 저소득층이 63.0%로 대다수였다. 혼자 거주한 기간이 10년 이상인 경우가 45.5%였고, 고위험군 63.4%와 중위험군 19.3%는 하루 평균 식사 횟수가 1회뿐이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고독사도 늘고 있다. 1인 가구는 지난 2016년 전체 가구의 27.9%인 539만8000가구였으나 2022년 34.5% 750만2000가구까지 늘었다. 고독사는 지난 2017년 2412명에서 2021년 3378명으로 5년간 평균 8.8% 늘었다. 남성 고독사는 연평균 10.0%씩 늘었고, 연령 별로는 60대가 평균 18.5%씩 증가했다.

보고서는 “사회적 고립 예방을 위해 조기 발굴 체계를 구축하고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사각지대 발굴 체계를 만들고 지역에서 고립의 문제가 있거나 고립에 이르기 쉬운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독사는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 문제, 사회적 관계망의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나타나는 병리 현상”이라며 “한국의 경우 중장년을 위한 돌봄체계가 부족한 것이 고독사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역사회 차원에서 은퇴 연령층의 사회 참여,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 건강관리 등을 통해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고독사를 ‘가족·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 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발견되는 죽음’으로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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