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1.8㎞ 가스처리 파이프랙 ‘중동 에너지’ 대동맥 된다
현대건설, 사우디 ‘마르잔 플랜트 패키지12’ 공사 한창
변전소·제어실·냉각시설 등
‘플랜트 운영’ 부대시설 담당
전력·용수 공급 등 ‘핵심역할’
속도·안전성 다 갖춘 현대건설
‘국책 프로젝트’ 줄줄이 따내
지난 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담맘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2시간 30분쯤(250㎞) 달리자 사막 한가운데 엄청난 규모의 플랜트 공사 현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건설이 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사우디 최대 가스처리시설인 ‘마르잔 플랜트’였다. 이곳은 규모가 워낙 커서 총 20여 개 패키지로 나뉘어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현대건설은 변전소·중앙제어실·냉각시설·폐수처리시설·폐가스 연소시설 등 플랜트 운영에 필요한 부대시설을 만드는 ‘패키지 12’를 맡고 있다. 올해 말 플랜트가 준공되면 서울 시민의 하루 소비량(약 21억5000만 표준 입방피트) 이상인 25억 표준 입방피트의 가스를 매일 처리할 수 있다.
공사장 중심부에 들어서자 현대건설이 짓고 있는 핵심시설 중 하나인 파이프랙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약 1.8㎞ 길이의 파이프랙은 가스처리시설 중앙을 관통하며 향후 전체 플랜트가 돌아갈 수 있도록 전력과 용수 등을 공급할 예정이다. 계단과 사다리를 이용해 6층 높이의 파이프랙 꼭대기에 올라서자 좌우로 가스처리시설 전체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송명한 현대건설 사업수행팀장은 “최근 사우디 정부가 오일뿐 아니라 가스 자원 개발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가 가스 관련 사업을 발주하는 건 흔치 않은데 마르잔 플랜트는 사우디에서도 가장 큰 가스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건설이 공사를 맡은 부대시설은 플랜트 운영의 기본이 되기 때문에 다른 공정보다 빠르고 튼튼하게 짓는 게 중요하다”며 “플랜트가 준공되면 우리가 서 있는 이곳 파이프랙은 사우디 최대 가스처리시설의 대동맥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람코는 2019년 마르잔 지역의 해상 유전에서 생산되는 가스와 원유를 처리하기 위해 마르잔 패키지를 발주했다. 현대건설은 이때 패키지 12와 패키지 6을 총 27억 달러(약 3조2000억 원)에 수주했다. 패키지 6은 원유와 가스를 분리·처리하는 기존 공장의 시설을 확장해 하루 처리량을 30만 배럴 늘리는 프로젝트다.
현대건설은 그동안 사우디 에너지 국책 프로젝트에 꾸준히 참여하며 신뢰를 쌓아왔다. 앞서 1979년 얀부 천연액화공장 해상 정박장 공사를 시작으로 쿠라이스 가스처리시설(2009년), 카란 가스처리시설(2012년), 우쓰마니아 에탄화수처리시설(2019년) 등을 수행했다. 지금은 마르잔 패키지 공사와 함께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증설 프로젝트(2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자푸라 2단계 프로젝트 역시 앞서 현대건설이 1단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면서 연속으로 일감을 따낸 것이다.
현대건설은 우수한 수행 능력뿐 아니라 아람코 공사 경험이 있는 직원들을 동원해 현장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식으로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현재 마르잔 가스처리시설 공사 현장(협력업체 포함 총 직원 4668명)에도 현대건설 소속 한국인 직원만 102명이 있다.
이문영 현대건설 현장소장은 “사우디 정부가 기존에는 사업 파트너로 유럽 기업들을 선호했지만, 이제는 현대건설을 ‘롱텀 파트너(Long-Term partner)’로 대우하고 있다”며 “아람코조차 공기(工期)를 맞추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던 프로젝트에서 현대건설이 유일하게 성과를 내는 사례가 쌓이면서 탄탄한 신뢰가 구축됐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현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어떤 곳은 회신에만 몇 주씩 걸리기도 하는데 현대건설은 수일 내에 일을 처리한다”며 “이런 작은 부분에서부터 차이를 만들어내다 보니 굉장히 보수적인 사우디 측에서 오히려 좋은 한국 업체들이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묻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우디가 ‘비전 2030’을 통한 장기 플랜을 추진 중인 만큼 이번 마르잔 가스처리시설 공사를 완벽하게 수행해 앞으로 더 많은 프로젝트를 수주하겠다”고 덧붙였다.
마르잔=글·사진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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