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집서 무위도식 장남, 父 숨지자 "내가 모셨다"…부의금· 재산 전액 요구

박태훈 선임기자 2024. 1. 2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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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엔 장손, 장남, 종손을 특별히 우대하는 관습이 아직 남아 있다.

예전엔 이들이 부모 등 조상 제사를 모시고 묘소를 돌보는 일을 책임졌기에 그에 따른 경비 등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종중 땅, 많은 집안 재산을 그들 앞으로 물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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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우리나라엔 장손, 장남, 종손을 특별히 우대하는 관습이 아직 남아 있다.

예전엔 이들이 부모 등 조상 제사를 모시고 묘소를 돌보는 일을 책임졌기에 그에 따른 경비 등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종중 땅, 많은 집안 재산을 그들 앞으로 물려줬다.

29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이와 관련된 사연이 등장했다.

2남 1녀의 둘째로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는 40대 초반의 A씨는 "부모님은 장남인 형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지만 형은 40대 초반에 연이은 사업 실패로 형수와 별거,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 3년간 무위도식했다"고 집안 사정을 설명했다.

A씨는 "부모님이 형을 지원하느라 노후 자금을 다 썼기 때문에 제가 매달 용돈 50만원을 보내고 한 달에 한 번 이상 병원에 모셔다드렸다"고 했다.

그러던 중 "교통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장례식 비용 2000만원은 제가 모두 부담했다"는 A씨는 "장례식 이후 형이 '부의금이 얼마나 들어왔는지'를 물어 '1500만원'이라고 대답하자 형은 '내가 부모님을 3년 동안 모셨으니 부의금은 내가 가져가야 한다'고 해 형과 싸웠다"고 했다.

이어 "두 달 뒤 형은 저와 여동생 앞으로 '상속재산 분할 심판' 소장을 보냈다"며 "소장에서 형은 저와 여동생이 아버지를 외면했지만, 자신은 아버지를 3년간 특별히 부양했기에 아버지 소유의 시골 땅은 아버지 제사를 지낼 자신에게 상속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어이없어했다.

이경하 변호사는 우선 부의금 문제와 관련해 "법원은 부의금에 대해 '장례비에 먼저 충당될 것을 조건으로 한 금전의 증여로 먼저 장례비로 충당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부의금의 총액이 장례비에 미치지 못한다면 부의금은 모두 장례비에 충당하고 나머지 장례비용은 법정 상속분에 따라 (상속인들이) 분담해야 한다"며 "A씨의 경우 부의금은 1500만원으로 장례비용 2000만원에 미치지 못했기에 부족한 장례비용 500만원은 A씨와 어머니, 큰형, 여동생이 법정 상속 비율대로 분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형이 '제사를 모신다'는 이유로 아버지 소유 땅을 차지하려는 상황에 대해선 "형이 주장은 '금양임야'(禁養林野)와 관련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금양임야를 규정한 민법 제1008조의3에 따르면 '분묘가 속한 3000평 이내의 금양임야는 제사를 주재하는 자에게 승계된다'고 돼 있다"면서 "제사 주재자는 공동상속인들 협의로 정해지거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최근친의 연장자가 제사 주재자가 된다"라며 장남, 장손 등이 그렇다고 했다.

다만 "대법원은 상속재산이 금양임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 △피상속인의 선대 분묘가 모셔져 있을 것 △선조의 분묘를 수호하기 위하여 벌목을 금지하고 나무를 기르는 등의 관리가 이뤄져 있을 것 등을 규정했다"며 "A씨 사연을 볼 때 시골 땅은 아버님이 재테크 목적으로 매입하신 땅으로 아버님의 가족이나 친지 등의 묘지가 모셔져 있지 않기에 금양임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따라서 "제사 주재자인 자신에게 시골 땅이 금양임야로서 단독 상속되어야 한다는 형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산분할도 "A씨의 형이 아버님을 간병하지도 않았고 생계비를 지원해 주거나 편의를 봐 드리는 일도 없었기에 법정 상속분대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도움말했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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