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축산농장을 가다] ⑧"부숙퇴비로 목초생산 자급자족"(끝)

김호천 2024. 1. 2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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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1천400여마리' 제동목장…항생제 안쓰고 농약도 제초용만 최소로 사용
제동한우 1+ 이상 고급육 출현율 83%, 대한항공 이스카이숍 등서 판매
제동목장 축사 분뇨 거둬내는 작업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11일 한국공항이 운영하는 제동목장 내 축사에서 한 직원이 스키드로더를 이용해 분뇨를 거둬내고 있다. 2024.1.29 khc@yna.co.kr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축사 안에서 승용차보다 작아 보이는 크기의 스키드로더 2대와 1t 트럭보다 커 보이는 휠로더 1대가 시끄러운 엔진소리를 내며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왼쪽 스키드로더가 버킷으로 소들이 체류하는 우방(牛房) 바닥에 쌓인 분뇨를 밖으로 밀어내면 휠로더가 분뇨를 퇴비사로 밀고가 높이 쌓아 올렸다.

분뇨는 깔짚과 섞여 있는 상태여서 그런지 악취가 있거나 양돈장 분뇨처럼 줄줄 흘러내리지 않았다.

버킷 대신 집게를 단 오른쪽 스키드로더는 분뇨를 치운 우방에 깔짚을 깔았다.

바닥 면적 약 1천㎡인 축사는 먹이를 주는 가운데 통로와 양쪽에 각각 2개의 기다란 우방이 있는 구조다. 우방 하나의 길이는 약 50m, 폭은 약 5m 정도다.

지난 18일 오전 11시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제동목장 모습이다.

현장을 안내한 한 직원은 이 축사가 분만사이고, 주기적으로 분뇨를 치우고 나서 새로 깔짚을 깔아 소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동목장은 제주도 동쪽에 있는 목장이라는 뜻이다.

제동목장은 현재 번식우 480마리와 비육우 980마리(수소 677마리, 암소 292마리) 등 총 1천460마리의 한우를 사육하고 있다.

환경친화축산농장 제동목장 축사 항공사진 (제주=연합뉴스) 한국공항이 운영하는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제동목장의 축사 전경. 2024.1.29 [제동목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축사는 23동이며, 전체면적은 1만8천272㎡다. 사료 저장고 및 TMR배합소 5동, 퇴비사 4동, 사일로 6기, 약욕장 3개소 등 시설을 갖췄다.

목장 용지 면적은 사료포 440㏊, 방목지 180㏊, 야초지 및 시설부지 137㏊ 등 총 757㏊다.

사료포에서는 이탈리안 라이 글라스 품종의 목초를 재배해 건초를 생산하고, 방목지에서는 임신이 확인된 번식우를 약 8개월간 방목한다. 목초를 베어낸 사료포나 야초지에서는 깔짚을 생산한다.

목초는 기계로 베어낸 뒤 둘둘 말면서 350㎏씩 비닐로 포장하는데, 연간 생산량은 약 1만롤에 달한다. 이 가운데 70%는 자체 건초로 사용하고, 30%는 외부에 판매한다.

김현욱 목장장은 "영양이 풍부한 이탈리안 라이 글라스 목초를 직접 재배해서 자급자족한다"며 "소먹이용 목초를 자급자족하는 목장은 국내에서 거의 유일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제동목장은 2011년 환경친화축산농장 인증을 받았다. 당시 한우 부문에서는 전국에서 두 번째이고, 제주에서는 첫 인증이다.

환경친화축산농장의 인증 기준은 굉장히 까다롭다.

한우의 경우 가축 관리와 관련해 가축의 사육 밀도에서부터 축사 간의 거리, 축사 악취 저감 시설 설치 및 환경 개선제 사용, 깔짚 우사 바닥 및 가축 청결 상태, 분뇨 처리기준 준수, 퇴비 또는 액비 생산 공급 계획 수립과 수요처 확보 현황 등을 세세히 점검한다.

그 외 농장 내외의 경관 조화, 분뇨처리 실태 등 기록 보존, 종사자들의 친환경 축산 교육 이수, 법령 위반 및 민원 발생 여부, 탄소 중립 관련 시설 설치 등도 들여다본다.

제동목장 현황 설명하는 김현욱 목장장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한국공항이 운영하는 제동목장 김현욱 목장장이 11일 목장 내 사무실에서 목장 전경을 찍은 항공사진을 펼쳐놓고 현황 설명을 하고 있다. 2024.1.29 khc@yna.co.kr

김 목장장은 환경친화축산농장 인증을 받을 수 있는 핵심 요소로 분뇨를 100% 퇴비로 재활용하는 순환 시스템을 들었다.

제동목장의 연평균 퇴비 생산량은 약 7천200t이다.

목초를 재배할 때 화학비료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사료포와 방목지를 사등분 해서 한 곳에 4년에 한 번씩만 자체 생산한 퇴비를 뿌리고 있다.

분뇨는 퇴비사에서 완벽하게 자연 부숙한 뒤 살포하는데 반드시 사전에 서귀포농업기술센터의 부숙도 검사 후 적합 판정을 받고 살포한다는 설명이다. 부숙 퇴비는 완전히 발효돼 썩은 퇴비로, 냄새가 거의 나지 않고 토양에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

제동목장은 또 2015년에 한우 사육 전반에 걸쳐 무항생제 인증도 받았다.

따라서 축산농가들이 방역 등을 위해 사용하는 항생제뿐만 아니라 번식할 때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발정 유도 호르몬제도 사용하지 않는다.

김 목장장은 "매년 인증 기관 사람들이 와서 우리가 어떤 약품을 사용하는지 모두 검사한다"며 "환경친화축산농장 인증을 지키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 평소 실천함으로써 지난해 평가에서도 재인증을 받았다"고 자평했다.

그는 목초 재배를 전후해 잡초 제거를 하려고 사용하는 제초제 외에 어떤 다른 농약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제동목장은 환경친화축산농장과 무항생제 인증 외에 2009년 해썹(HACCP) 인증, 2023년 깨끗한 축산농장도 받았다.

환경친화축산농장 제동목장의 방목 한우 (제주=연합뉴스) 한국공항이 운영하는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제동목장의 한우 방목 장면. 2024.1.29 [제동목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동목장의 이 같은 시스템은 쇠고기 품질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도축한 거세 비육우 200마리 가운데 최상급인 1++ 출현율이 50%, 1+ 등급 출현율이 33%에 달했다. 1등급 13%이고 2등급 이하는 4%에 불과했다.

제동목장에서 생산되는 한우는 대한항공 공식 굿즈샵인 이스카이숍(e-SKY SHOP)과 대한항공 마일리지 몰 등을 통해 시중에 판매된다. 브랜드명은 '제동한우'로, 2005년 상표등록을 했다.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이 운영하는 제동목장은 비행장을 포함한 정석비행훈련원 155㏊와 생수공장 및 유리온실 등 건물과 도로 135㏊, 산림지 440㏊ 등으로 구성됐다.

제동목장은 1972년부터 축산사업을 시작했다. 초기에 미국에서 육우 품종을 수입해 사육하다 1990년에 사육 축종을 한우로 전환했다. 현재 축산사업 관련 직원 수는 15명이다.

환경친화축산농장 제동목장 항공사진 (제주=연합뉴스) 한국공항이 운영하는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제동목장 항공사진. 짙은 부분이 제동목장이다. 2024.1.29 [제동목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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