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사기꾼들이 판치는 세상

박재현 에이원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2024. 1. 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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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에이원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필자가 변호사 활동을 시작하면서 처음 맡은 사건은 중고나라 사기 사건이었다. 중고나라에 아이패드, 핸드폰 등 고가의 물건들을 헐값에 판다고 올리고 거래가 성사되면 마치 물건을 배송시킨 것처럼 운송장을 찍어서 보낸 후 물품대금을 송금받는 수법으로 십여 명을 속여 수백만 원을 편취한 사건이었다.

'중고나라' 등 중고 물건들을 거래하는 사이트들이 활성화되면서 생긴 사기 범행 수법이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간단한 방법으로 사기 범행을 피할 수 있었다.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올라온 물건이 있으면 일단 의심하고, '더치트(https://thecheat.co.kr/)'라는 사이트에 판매자 관련 신고나 정보가 등록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에스크로 거래를 이용하면 사기 범행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중고나라 사기 범행을 저지른 대부분의 범죄자들이 조기에 검거되었기에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피해액을 배상받는 것도 수월하였다.

그런데 십여 년 전부터 보이스피싱, 스미싱 등 신종 사기 범행들이 판치기 시작하면서 사기 범행을 피하기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피해액을 배상받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나름 똑똑하다고 자신하는 사람들도 순식간에 당해버리고, 문자메시지를 한 번 클릭하는 것만으로도 개인정보를 해킹당해 예금계좌가 싹 털려버리니 사기 범행을 피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범죄자들을 검거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장 명의자 또는 단순 인출책에 불과하고 주범들은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해외에 숨어있으니 피해액을 배상받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몇 년 전부터는 전세 사기 범행까지 판치고 있다. 전세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임대인들의 입장에서는 "몇 년 사이에 대출금리가 너무 올라 감당이 되지 않는다", "연일 메스컴에서 전세 사기 범행을 다루다 보니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한 것이다"라고 변명하고 있다. 그러나 선순위 임대차보증금을 허위로 고지하였다면 그 자체로 임차인을 속인 것이고, 담보대출금과 임대차보증금의 합계액이 건물의 시세를 초과하는 상태에서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거액의 임대차보증금을 수령하였다면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작년 말경 대전에서 역대급 전세 사기 범행이 터졌다. 대전에서 부동산 개발회사를 운영하며 자산가 행세를 하고 다녔던 김씨가 자신과 회사, 가족 등 명의로 수십 채의 건물을 매수하여 수천 명의 임차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으로 수천억 원을 수령한 사건인데, 담보대출금과 선순위 임대차보증금으로 인해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처해 있는 임차인들의 피해액만 따져도 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필자도 위 사건의 피해자들을 대리해서 민·형사상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전체 피해액의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피해액을 제대로 배상받을 수 있을지 매우 걱정되는 상황이다.

사기꾼들이 판치는 세상이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 나만 조심한다고 사기 범행을 피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한 순간의 방심으로 누구나 사기 범행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니, 잠시 시간을 내어 정부, 경찰청, 금융감독원, 한국소비자원, 인터넷보호나라 등의 사이트를 방문하여 보이스피싱, 스미싱, 전세 사기 등의 사례 및 예방법을 확인하기 바란다.

살인범만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 사기꾼도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누군가는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으며 피땀 흘려 모은 사업자금, 노후자금, 결혼자금, 자녀들의 학자금 등을 잃어버리고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닐 것이다. 사기꾼들에게 피해자들이 흘린 피눈물에 상응하는 엄중한 법의 심판이 내려지기를 바란다. 박재현 에이원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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