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요금 인하요? 어렵게 만든 시장 무너지기 일보 직전[손재철의 이 차]

손재철 기자 2024. 1. 2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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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요금 인하요? 어렵게 만든 시장 무너지기 일보 직전


# 경기도 일산에 사는 직장인 A씨(48)는 지난해 ‘테슬라 모델Y RWD(중국산 CATL 배터리를 장착한 후륜구동)’ 배터리 전기차(EV)를 큰 맘 먹고 구매했다.

미국 테슬라 모델 충전하는 모습


‘미국산 모델 Y 롱레인지’보다 짧은 주행거리 350㎞이지만 그래도 동급 내연기관 SUV와 비교하면 폼나는 전기차인데다, 유지비 절감 면에서도 내연기관 대비 우월해 흡족했다. 그러나 A씨는 겨울철 주행거리 축소에다 ‘충전요금’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EV 애마’의 ‘매각’을 고려 중이다. ‘상대적 기회비용’이 적지않아서다.

#서울 종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씨는 현대차 ‘아이오닉5 스탠다드’ 차주다. 주중엔 공용 완속충전기(7㎾급·6시간 충전)를 즐겨 애용한다. 충전비를 최대한 아끼기 위해서다. 현재 가장 낮은 한국전력 완속충전(50㎾) 이하 공용 충전요금 단가는 324.4원(100㎾급속 이상은 347.2원). 이 차의 경우 풀충전하면 평균 1만8800원대에 결제할 수 있지만, 불만은 겨울철 실주행거리가 300㎞(공인 336㎞)에도 못 미친다는 점이다.

현대차 아이오닉5. 현대차 기아는 올해 전기차 상품성을 대대적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 전기차 충전요금 인하? 시장 흔들린다

지난 2022년 최다 판매 기록을 달성한 후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2023년부터 계속 감소하고 있다. 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전기차를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지비 절감’ 그리고 정부 보조금, 지자체 보조금을 받아 생기는 ‘내연기관 대비 가성비 우위’다.

기아 등 완성차 업계도 이런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까지 탑재한 레이 EV 등 ‘싼 모델’을 내놓고 있지만, 충전요금이 오른다면 시장 내 수요 이동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도화된 초고속 충전 인프라. 인프라 설치 비용이 상당하기에 여러모로 시장이 축소되면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충전하는 전기차


실제로 2700만원대까지 낮아진 르노 XM3 이테크 HEV(하이브리드)는 리터당 1490원대 가솔린 주유 단가 기준, 7만4500원 가량이면 50리터 연료통을 가득 채워 1000㎞ 가량 달릴 수 있다. ‘리터당 28㎞’ 실연비로 보면 ‘기름값 vs 충전비용’ 별 차이가 없어서다.

이런 비교우위 덕에 ‘고효율 하이브리드’ 차량은 국내외에서 급증하고 있다. 전기차에 맘먹는 주행거리를 뽑아내면서도 충전 걱정없이, 충전 추가비용이 ‘제로(0)’이기 때문이다.

■ 이자만 ‘4조’입니다

반면 순수 배티리 전기차 차주들은 ‘200조 빚더미’에 앉은 한전의 ‘충전요금 단가 인상’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전 총부채는 지난 6월 말 기준 201조3500억원을 넘어섰다. 이자만 하루 130억원, 연 4조원대로 한계에 다다른 한전이 4월 총선 이후 ‘인상카드’를 던질 수 있다는게 업계의 우려다.

한전은 지난해 부동산 매각 등 자구책을 강구했지만, 일반 전기 요금 인상에 ‘전기차 충전 단가’를 손 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에 깔린 충전소 운영 적자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전에서 전기를 빌려 ‘충전소 인프라 비지니스를 운영 중인 충전 전문기업’들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EV 객체 수가 계속 줄면, 마진이 그 만큼 빠지기 때문이다. 전국 단위 지역별 네트워크 확충 차원에서 충전요금 인하를 내세우고 있지만 대부분 출혈경쟁 수준이다.

한국전력


충전 인프라기업 관계자는 “올해 전기차 시장내 최고 화두는 신차 모델이 아니고 한전 요금이 될 것”이라며 “한전 요금이 유지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가 줄어들면 미래산업인 전기차 시장 자체가 위축될 것”이라며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특단의 대처가 정말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손재철 기자 s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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