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대관 넘어설 아레나의 첫걸음…“콘서트에 최적화된 설계”

서정민 기자 2024. 1. 2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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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서 공연 잇따라
씨제이라이브시티·서울 아레나 등 줄줄이 추진
“K팝 종주국에 걸맞는 공연장 더 생겨야”
지난달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멜론뮤직어워드 장면. 인스파이어 아레나 제공

“서울에 대형 콘서트를 할 곳이 없어 콜드플레이, 테일러 스위프트 등 글로벌 톱 아티스트들이 월드투어 때 한국을 ‘패싱’하고 있다.”

‘대중음악공연산업의 위기, 문제와 해결방법은 없는가’를 주제로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 세미나에서 나온 말이다. 지난해 8월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이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면서 대형 공연장 부족 문제가 더 심각해진 탓이다. 팝스타 포스트 멀론은 지난해 9월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첫 내한공연을 했다. 고육책으로 전시관 2개를 붙여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다 보니 시야, 음향, 조명 등 여러 면에서 아쉬움을 샀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최초의 아레나 공연장이 문을 열고, 다른 데서도 아레나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곳은 지난해 말 인천 영종도에 문을 연 인스파이어 아레나다. 호텔·카지노 등을 갖춘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의 부대 시설 중 하나다. 최대 1만5000석 규모의 이곳에서 지난달 초 멜론 뮤직 어워드를 시작으로 샤이니 태민, 동방신기 등 케이(K)팝 콘서트가 펼쳐졌다. 27~28일에는 악뮤도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지난달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동방신기 공연 장면.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대형 공연장은 크게 아레나·돔·스타디움으로 나뉜다. 올림픽주경기장 같은 스타디움은 규모가 가장 크지만 날씨에 취약하다. 야구장 등에 뚜껑을 덮은 돔은 날씨에서 자유롭지만 음향을 제대로 살리기가 쉽지 않다. 이들 모두 본래 용도인 스포츠 경기 일정이 우선인 건 물론이다. 아레나는 1만석 이상 규모에 처음부터 음향을 고려하고 천장과 바닥이 무거운 구조물을 지탱하도록 지은 실내 공연장을 뜻한다. 기존 시설 중에선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이 아레나에 가장 근접하나, 애초 체조경기장으로 지은 곳이어서 건축음향 면에서 미흡하다.

현재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아레나로 꼽히는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여러모로 진일보한 공연장으로 평가된다. 음향 반사각을 계산하고 흡음재를 쓰는 등 건축음향 설계를 했고, 무대와 객석 거리를 좁히고 좌석 단차를 충분히 둬 관객 시야를 개선했다. 천장에 구조물을 최대 100톤까지 매달 수 있도록 설계해 색다른 퍼포먼스도 가능하다. 지난달 태민은 공연을 시작하면서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채 등장하는 파격 퍼포먼스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샤이니 태민이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채 등장하고 있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인스파이어 아레나를 총괄하는 장현기 상무는 “몇차례 공연 이후 음향, 객석 등 시설이 콘서트에 최적화됐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많은 콘서트 프로듀서들이 큰 관심을 보였고, 어떤 이는 ‘이제야 케이팝 종주국 위상에 걸맞은 공연장이 생겼다’며 감격했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멀다는 위치적 취약성에 대해 그는 “다양한 복합 시설이 있기 때문에 공연 전에 미리 와서 다른 엔터테인먼트도 함께 즐기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바뀔 것을 기대한다. 케이팝 공연 관객 상당수가 국외에서 온다는 점도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운 이곳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몇몇 곳에서도 아레나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인스파이어 아레나보다 먼저 사업을 시작한 씨제이라이브시티와 서울 창동에 건설 중인 서울아레나가 대표적이다. 경기 고양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에 2만석 규모의 아레나를 포함해 영화, 드라마, 뷰티 등을 포괄하는 32만여㎡(약 10만평) 규모의 케이콘텐츠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씨제이라이브시티는 현재 공정률 20%에서 공사가 멈춘 상태다. 비용 상승으로 애초 완공 기한(2020년)을 넘기면서 주무관청인 경기도와 사업자 씨제이 사이에 복잡한 문제들이 얽혔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국토교통부가 조정안을 내놓았지만 아직 진척이 없다. 씨제이 쪽은 “2천억원 규모의 기업어음을 발행해 2026년까지 완공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경기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경기 고양 일산동구 장항동에 추진 중인 씨제이라이브시티 조감도. 씨제이라이브시티 제공

서울시 부지에 카카오가 사업을 맡아 추진하는 서울아레나(1만8000석 규모)는 현재 기초공사 단계다. 애초 지난해 11월 착공식을 열 예정이었으나 카카오의 요청으로 연기했다. 요즘 카카오 내부 사정이 어수선한 점도 변수다. 카카오 쪽은 “건설비 증가에 대한 이사회 승인을 위해 착공식을 연기한 것으로, 건설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2027년 완공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 밖에 하남시도 미사동 일대에 아레나 건설 뜻을 밝히고 나섰다. 하남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최첨단 구형 공연장 ‘스피어’의 개발·운영사인 매디슨스퀘어가든(MSG)과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부산시도 글로벌 공연기획사 라이브네이션과 아레나 건설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건설을 추진 중인 잠실 돔구장과 인천 청라 돔구장도 공연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서울 창동에 추진 중인 서울아레나 조감도. 카카오 제공

다만 이들 공연장이 실제 완공되기까지는 여러 변수가 많다. 장현기 상무는 “일본에는 아레나와 돔이 26개나 있고, 필리핀·마카오·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에도 대형 공연장이 여럿 있는데, 케이팝 종주국인 한국에 아레나가 하나밖에 없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 추진 중인 아레나와 돔이 반드시 완공돼야 하며, 추가로 더 많은 공연장이 생겨야 현재 1조원 규모의 국내 공연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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