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호 ‘가분수 축구’…잠시 잊은 전방 압박을 되살려야

황민국 기자 2024. 1. 28. 09: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을 지켜보는 클린스만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클린스만호를 둘러싼 평가는 긍정에서 부정으로 바뀌었다.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허술한 경기력을 노출한 탓이다.

아무래도 공격보다는 수비의 문제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무려 6실점(8골). 한국이 아시안컵 첫 3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2골을 내준 것은 1956년 초대 대회(9골 6실점) 이후 처음이다. 64년 만의 우승컵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했던 이 대회에서 68년 전의 실점 기록을 떠올릴 줄은 몰랐다.

축구 전문가들은 클린스만호의 수비가 흔들리는 원인을 가분수 축구에서 찾는다.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은 “1-0 승리보다 4-3 승리가 좋다”는 자신의 축구철학을 반영하는 공격 축구를 구사했다. 아시안컵에 참가한 24개국에서 이라크와 일본과 함께 조별리그 공동 득점 1위(8골)에 올랐다.

공격에 힘을 기울이는 것은 좋다. 하지만 상대의 역습을 대비하는 최소한의 대책은 필요하다.

한국이 3골을 내준 말레이시아전과 2실점한 요르단전을 곱씹으면 공을 빼앗겼을 때 대응하는 압박이 실종한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전방 압박은 상대에게 다시 공을 빼앗을 경우 공격을 다시 유지할 수 있고, 빼앗지 못하더라도 역습을 지연하는 효과가 있다. 클린스만 감독도 지난해 이 부분을 집중 강조해 A매치 6경기 연속 무실점이라는 효과를 봤지만, 이 대회에선 그 흐름을 유지하지 못했다.

스포츠통계업체 ‘옵타’에 따르면 한국은 상대 골문 40m 이내에서 반칙없이 공을 빼앗는 하이 턴오버에서 중국과 같은 20회(공동 10위)에 머물렀다. 한국의 16강 상대인 사우디아라비아(51회·1회)나 16강에서 만날 뻔했던 일본(43회·2위)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한국의 아시안컵 전방압박지표. 노란색 점이 공을 빼앗아 슈팅으로 연결한 위치. 빨간 점은 골로 연결한 위치. 스포츠통계업체 옵타 제공



전방 압박이 빼어난 사우디는 조별리그에서 단 1실점에 그쳤다. 그 상대들의 면면이 태국과 오만, 키르기스스탄이라는 약체라도 전방 압박의 효율성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은 조별리그에서 5실점으로 무너졌지만 수비 조직력의 문제보다 골키퍼 스즈키 자이온(22·신트트라위던)의 개인 기량을 감안해야 한다. 스즈키는 베트남과 첫 경기에서 두 번의 실수로 2실점을 자초한 데 이어 이라크전과 인도네시아전에서도 각각 한 차례씩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전방압박지표. 노란 점이 공을 빼앗아 슈팅으로 연결한 위치. 스포츠통계업체 옵타 제공



그나마 다행이라면 한국도 얼마든지 전방 압박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사실이다. 수비 상황에서 공을 빼앗는데 필요한 패스 횟수를 따지는 PDDA(Passes Per Defensive Action)에서 6.6회로 이 부문 1위를 기록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압박을 시도하는 위치만 끌어올린다면 수비 안정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클린스만 감독은 “수비는 보완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진지하게 분석하고 대화를 나누겠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전방 압박은 한국이 추구하는 공격 축구에도 도움이 된다. 압박 위치를 끌어올린다면 다시 공격을 시도하는 위치도 높아진다. 또 한국은 전방 압박 횟수만 적었을 뿐 공을 빼앗아 득점으로 연결한 성과는 2골로 1위였다. 공격 라인을 구성하고 있는 손흥민(32·토트넘)과 이재성(32·마인츠),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 등의 재능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토너먼트에서 나아갈 길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