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속 세상읽기 - 모순, 의외성 그리고 웃음

김성철 2024. 1. 2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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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전 세계에서 10억 시간 넘는 동영상을 시청하는 유튜브.
하지만 영상 90%는 조회수 1,000회도 안됩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인기를 끄는 동영상 속 비밀이 있겠죠.
또, 인기 동영상이 말하는 우리 사회 트렌드가 있습니다.
저와 함께 트렌드를 읽어보시죠.

이번 주 유튜브 급상승 동영상은 공무원이 주인공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공무원이라는 이야기도 듣는데, 최근 대통령이 공무원들에게 좀 보고 배우라고 해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습니다.
충청북도 충주시 유튜브 TV를 운영하는 홍보담당관 김선태 주무관이 출연한 클립입니다.

시민 숫자보다 많은 유튜브 구독자

김선태 주무관이 담당하는 충주시 홍보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59만 명입니다.
충주시 인구가 20만을 갓 넘으니 시 인구 3배를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인구 1천만인 서울시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20만 명도 되지 않습니다.
성공 비결에 대해 김선태 주무관은 여러 방송은 물론 공무원 교육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한 말이 있습니다.
"다른 지자체 유튜브 등 동영상 홍보 사례를 보니 돈을 많이 들여 질 좋은 영상을 만드는데, 조회수가 엉망이더라, 다 좋은데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충TV (충주시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있는 동영상을 보면 대부분 B급 감성으로 충만합니다.
사회적으로 인기를 끈 장면을 패러디 하는 것은 물론, 민원인이 공무원에게 느끼는 불편함 심지어는 몸담고 있는 조직 수장인 충주시장 조차도 비트는 소재로 사용합니다.
웃음 동력은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성

웃음은 여러 상황에서 나오지만, 보통 우리가 상식적으로 예상했던 결과와 다른 것을 마주할 때 나옵니다. 경건하고 조용한 장소에서 새어나온 생리현상 소리를 듣는 순간 많은 사람들은 웃음을 참으려 노력합니다.
당연히 A가 벌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엉뚱하게 B라는 상황이 생기고 그 상황이 나에게 이익이거나 최소한 손해가 아닐 때 웃음이 터집니다.
칸트도 "긴장감의 예상이 갑작스레 무(無)로 돌아갈 때 웃음은 터진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김선태 주무관이 만든 수많은 영상도 예상치 못한 결론으로 사람들을 웃게 만듭니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던 아프리카 지역 장례식 영상을 따라하는데 그 내용이 충주시 보건정책 홍보로 이어지거나 제목은 낮은 자세 공무원인데 민원인 앞에서 누워 있는 모습 등 예기치 못한 의외성으로 사람들을 웃음짓게 합니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에 빠져든 소비자

고정 관념을 벗어난 의외성에 환호하는 현상은 유튜브 영상 뿐은 아닙니다. 을지로에 등장한 작은 음식점과 카페 등은 힙지로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좁디 좁은 골목길에 낡디 낡은 건물로 올라가 문을 열면 전혀 상상하지 못하던 멋진 가게가 나타납니다.
'네가 여기서 왜 나와'라는 의외성이 가장 큰 포인트죠.
또, 청년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랜덤' 마케팅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뽑기'인데요.
내가 돈을 내고 물건을 살 때 그 물건이 뭔지 모르고 '운'에 맡기는 겁니다. 특히 물건을 확인할 때 느끼는 기대감과 떨림이 좋아 랜덤 쇼핑을 즐기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모순의 일상화

치열한 입시 경쟁과 취업 경쟁에 치솟은 집값과 암울한 미래 전망에 지친 청년층이 앞뒤가 서로 다른 모순과 의외성에 환호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래서일까요. 대홍기획에서는 올해 소비트렌드로 '모순의 일상화'를 꼽았습니다. 한마디로 급부상하던 트렌드 열풍이 갑자기 꺾이거나 정반대되는 소비 행동이 같이 가는 현상을 지금 트렌드라고 설명했는데요.
예를 들어 골프나 오마카세 처럼 급성장하던 소비 분야가 갑자기 하락세로 돌아서고 어떻게 과시할 것인가를 고민하던 사람들이 오픈채팅 '거지방'에 들어가서는 한푼도 쓰지 않겠다는 무지출을 결심합니다. 또 한 손에는 당분이 가득한 탕후루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제로' 콜라를 마시는 모순 가득한 소비자가 많다는 거죠.

김선태 주무관의 성공에 최근 비슷한 지자체 홍보 채널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강북구 유튜브에서 공덜트라는 콩트 시리즈를 만들어 인기를 끌고 전남 순천시도 유튜브에 B급 정서를 담은 영상물을 올리고 있습니다.
우선 '엄근진 (엄격, 근엄, 진지)'이라는 공무원에 그림자처럼 붙은 수식어를 벗으려는 노력들에 박수를 보내기는 하겠지만, 너도나도 B급 감성과 '의외성'을 내세우는 콘텐츠를 제작이 이어진다면 '모순의 일상화'가 된 대중들이 그 콘텐츠에 과연 열광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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