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지역경제] 반도체 불모지에 초석 놓다…원주 기반 조성 한창
국제공항·오페라하우스 건립추진…100만명 경제중심도시로 도약
(원주=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산을 깎고 물을 끌어오는 한이 있더라도 삼성 반도체 공장의 원주 유치 의지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습니다."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가 2022년 6월 민선 8기 당선인 시절 원주시 부론면 부론일반산업단지 조성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거듭 강조한 말이다.
그해 4월 민선 8기 도와 시의 공통 핵심 1호 공약 발표 이후 1년 9개월여가 흐른 최근 반도체로 가는 길은 더디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원주시에 반도체 초석이 하나둘 놓이고 있다.
반도체 교육센터가 지난해 임시 개소한 데 이어 올해는 반도체 소모품 실증센터, 미래차 전장부품 시스템반도체 신뢰성 검증센터, 의료 AI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센터 등 테스트베드 구축 사업의 국비 사업 추진이 그것이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토대로 한 중부권 100만명 경제중심도시 원주의 거대 담론은 부론일반산단에서 비롯됐다.
민선 8기 핵심 공약에서 대체 부지까지…거대 담론의 시작은 부론산단
'삼성 반도체 공장의 원주 유치'는 2022년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 선거 당시 김진태 지사·원강수 시장·박정하 의원 후보의 공통 핵심 공약이었다.
그 중심에 부론일반산단이 있었다.
반도체 산업은 파운드리(위탁·제작)를 중심으로 팹리스(설계 전문기업)·패키징(후공정 기업)·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다양한 기업이 클러스터를 이룬다.
문제는 부론산단의 규모(18만평)나 각종 환경 규제 측면에서 반도체 클러스터를 품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추가 대체 부지가 필요했다.
이에 시는 반도체 파운드리 230만평과 클러스터 100만평으로 구분해 반도체 부지 2곳을 새롭게 물색해 놨다.
반도체 파운드리 대기업 유치라는 큰 목표를 향해 가는 길에 반도체 소부장 기업을 유치해 클러스터로 확장해 나간다는 점진적 방식으로 유치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부론산단은 소부장 기업과 연구소 우선 유치 쪽으로 선회했다.
대체 부지는 클러스터의 덩치를 키우고 각종 규제까지 피할 수 있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게 도와 시의 설명이다.
그사이 부론산단은 반도체 담론을 계기로 15년간의 지지부진을 털어내고 지난해 9월 착공식에 이어 지난 19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까지 실행되는 등 착착 순항하고 있다.
핵심은 '물·전기·사람'…첫 신호탄 쏘아 올린 반도체 교육센터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물·전기·사람이다.
도와 시는 대규모 반도체 공장 유치를 전제로 북한강 수계를 활용해 하루 50만t의 용수를, 신강원 변전소에서 하루 2천㎿의 전력을 끌어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인프라 구축에는 대략 5∼8년가량 소요될 것으로 시는 예상한다.
여기다 시는 반도체로 성장하는 기업 중심 도시 구현을 목표로 사람·기반·기업이라는 3대 세부 추진 전략을 마련했다.
사람, 즉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센터는 지난해 3월 임시 개소식을 통해 반도체 기업 유치로 가는 첫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총사업비 426억원이 투입되는 반도체 교육센터는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올해 11월 착공식을 갖고 원주 학성동에 뿌리를 내린다.
이곳에서 2031년까지 전문 인력 1만명을 배출하는 등 반도체 인재 양성의 산실로 거듭나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총사업비 4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소모품 실증센터, 309억원 규모의 미래차 전장부품 시스템 반도체 신뢰성 검증센터, 200억원 규모의 의료 AI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센터 등 기반 구축 사업이 올해 국비로 추진된다.
물·전기 등 핵심 인프라 구축 노력과 동시에 교육센터를 통한 전문인력 양성, 테스트베드 등 산업 생태계 기반이 착착 쌓여 다져지면 반도체 관련 기업 유치는 물 흐르듯 이뤄질 것이라는 게 도와 시의 판단이다.
국비 확보한 테스트베드 성공 추진과 앵커기업 유치에 '올인'
반도체 불모지에 초석을 하나둘씩 쌓아가는 노력과 달리 외부 환경은 녹록지 않다.
작년 3월에 이어 지난 15일 정부가 발표한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방안에는 원주가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반도체 원주 패싱'이라는 지적과 함께 '반도체를 볼모로 한 희망고문'이라는 비판도 제기했다.
시는 반도체 불모지에 생태계 조성을 위한 걸음마를 이제 막 뗐을 뿐이라고 항변한다. 이제 막 기반을 다지기 시작한 원주가 당장 수도권 메가 클러스터에 포함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현실적인 의견도 있다.
도와 시는 올해 국비 사업으로 추진하는 실증·검증센터 등 테스트베드 사업에 집중하고, 반도체 앵커기업(선도기업)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한발 한발 길을 가다 보면 수도권 과밀에 따른 부작용과 추가 인프라 공급 및 인력 충원 한계로 수도권 메가 클러스터가 난관에 봉착할 때 원주가 중부권 메가 클러스터 확장의 가장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시는 보고 있다.
이에 더해 시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한 중부권 100만명 경제중심도시로의 성장에 대비, 물류와 문화 인프라 확충도 꾀하고 있다.
중부권 물류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는 국제공항과 문화 향유 시설인 오페라하우스 건립은 반도체 산업을 매개로 SOC와 문화 불모지에서도 벗어나려는 몸부림의 하나다.
원강수 원주시장은 28일 "반도체 산업 불모지였던 원주에 기반 시설이 조성되고 기업이 오기 시작했다"며 "중부권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로 연장되는 날까지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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