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원 투자해 1000만원씩 벌어요"…직장인의 비결은 [방준식의 N잡 시대]
미국 제품만 전문적으로 국내에 판매
"3000건 올리자 주문 들어오기 시작
그만두고 싶던 회사, 이젠 웃으며 다니죠"
"2018년 스마트스토어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시절부터 구매대행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유튜브 방송을 보고 알게 됐죠. 해외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 국내 오픈마켓에 올리면 배송까지 대행해주는 일이더군요. 재고를 쌓아 놓지 않고도 온라인 마켓 판매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야심 차게 사업자를 내고 상품을 등록했는데 웬걸 주문이 전혀 들어오지 않더군요. 등록한 제품이 2000~3000개를 넘어가자 첫 주문이 발생했죠. 출근길에는 제품을 찾고, 퇴근 후에는 배송과 고객관리를 하는 이중생활이 시작됐습니다. 이제는 직장을 다니면서 구매대행과 강의로만 매달 1000만원을 벌고 있습니다. (웃음)"
해외직구 시장이 뜨겁다. 관세청 통계를 보면 2022년 해외직구 구매액이 47억 달러에 달한다. 연간 이용자 수도 1557만명을 넘었다. 국민 4명 중 1명은 해외직구로 제품을 사고 있다는 말이다. 덩달아 구매대행 시장도 경쟁이 치열해졌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너도나도 스마트스토어 사업에 뛰어들면서 레드오션이 됐기 때문이다. 다들 안된다고 말할 때 한 직장인은 그만두지 않았다. 출퇴근 시간을 쪼개고, 주말에도 쉬지 않고 제품을 올렸다. 건강식품을 팔았다가 수입금지 성분 필터링을 제대로 못 해서 식약처에서 조사받기도 하는 등 시행착오도 거쳤다. 직장을 다니면서 5년째 구매대행 사업자로 일하고 있는 구대러(닉네임·37) 씨의 이야기다.
Q.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구매대행을 하는 평범한 직장인 구대러(닉네임·37) 입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부터 회사 이외의 수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온라인 사업에 관심이 갔죠. 회사에 다니면서 5년 전부터 미국 제품을 특화한 구매 대행에 뛰어들었습니다. 최근에는 저의 노하우를 담은 책도 내고 강의도 진행하고 있죠."
Q. 잡의 형태가 특이합니다.
"저는 메모와 기록에 관심이 많았어요. 지식관리를 주제로 책도 출간했던 적이 있었죠. 그러다 무형의 제품이 아닌 실물이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유튜버 '신사임당'이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에 스마트스토어에 대해 소개하는 영상을 봤어요. 저는 국내 제품을 사입하기보다는 진입 장벽이 있는 해외 제품을 팔아보자고 생각했죠. 해외 구매대행은 한국에서는 살 수 없는 해외 제품을 고객이 구매할 수 있도록 대행해주는 일입니다. 해외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서 국내 오픈마켓에 올리면 고객이 주문하고, 해외 사이트에 주문하고 배송까지 대행해줍니다. 국내 고객은 언어나 배송에 대한 고민이나 걱정 없이 제품을 받아볼 수 있죠."
Q. 일과를 소개해주세요.
"평일에는 출근길 버스나 지하철에서 구매대행 주문을 확인하고 주문 처리를 진행합니다. 회사에서는 본업을 열심히 하죠. (웃음) 퇴근하면서는 고객들의 불만이나 피드백을(CS) 처리하죠. 집에서는 업무 공간을 마련했어요. 그곳에서 앞으로 올릴 상품을 찾고, 리스트로 정리해 등록을 진행하죠. 주말에는 위의 업무를 시간이 나는 대로 반복합니다."
Q. 초기에 애로 사항이 있었나요.
"구매대행은 행정절차가 굉장히 복잡합니다. 처음에는 제대로 된 정보를 찾기 어려웠죠. 인터넷에서는 정보가 달라서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상품 정보를 정리하고 판매 가격을 산정할 수 있는 엑셀 파일을 만들었죠. 지켜야 할 규제도 많습니다. 식품과 건강식품의 경우 수입식품 법을 따라야 해요. 식품의 경우 구매대행으로 판매할 수 없는 성분이 있습니다. 금지 성분 및 판매금지 품목에 관해서 공부하고 금지성분 포함된 제품은 제외하고 상품 등록하는 과정이 처음에는 꽤 어려웠죠. 이제는 반자동 프로그램을 써요. 금지 성분 검수 기능을 이용하면 필터링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해외 제품의 성분은 이미지로만 된 것이 많아요. 이미지의 텍스트를 인식해서 보기 쉽게 알려주는 기능을 쓰면 하나하나 해석해야 하는 일에서 벗어날 수 있죠."
Q. 월 매출은 어느 정도 발생하시나요.
"매달 변동이 있지만, 구매대행과 강의로 월 1000만원 이내의 매출이 나옵니다."
Q. 초기 비용은 어느 정도 들었나요.
"오프라인에 매장을 내는 것에 비하면 거의 들어가는 돈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구매대행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통신판매업 신고 및 면허세가 들어가고 △식품·건강식품 제품을 판매하려면 수입식품 교육 및 면허세가 들어갑니다. 그밖에 △반자동 프로그램 이용료 △주문 처리에 도움을 주는 주문 수집 프로그램 정도가 들죠. 컴퓨터는 집에 있는 것을 사용했습니다. 전체 금액을 최대한 계산해도 40만원이 되지 않습니다."
Q. 순수익을 벌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렸나요.
"처음 야심 차게 사업자를 내고 상품을 등록했는데 주문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어요. 이 시기를 잘 버텨야 합니다. 순수익을 내는데 2개월 정도 걸렸죠. 초기에는 자본 자체가 적기 때문에 주문만 들어오기 시작하면 곧바로 순수익이 발생하죠. 첫 주문이 물꼬가 트이면 자신감도 생기고 에너지가 생겨요. 밤을 새워서 새로운 상품을 찾고, 노력한 만큼 점점 주문이 늘어나는 경험을 했습니다. 저도 항상 강조하는 부분은 ‘상품을 계속 등록하면 주문은 들어온다’라는 겁니다. 10명 중에 9명은 상품을 등록만 하다가 지쳐서 그만두죠.
처음 도전하는 분들은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합니다. 3000개까지 등록할 때까지 주문은 안 들어온다는 생각으로 해야 해요. 뚝심이 필요하죠. 실제로 사업자를 추가로 내고 나서 2천~3천개 정도는 업로드해야 주문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요. 처음 시작하는 스토어는 마켓에서 상위 노출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판매 건수와 리뷰가 쌓여야만 하죠."
Q. 알리, 타오바오 등 직구 앱 경쟁이 치열합니다.
"네 확실히 직구 앱들이 더욱 활성화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그러나 개인화된 서비스를 선호하는 고객분들뿐 아니라 직구 앱이 모두 커버하지 못하는 제품군과 서비스가 있습니다. 해외 구매대행은 이러한 부분을 공략해야 승산이 있습니다."
Q. 제품을 찾는 노하우가 있나요.
"제품 선택의 기준은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제품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많은 판매자 중에서 나만 파는 제품을 찾는 건 힘든 일이고 수요가 보장되지도 않습니다. 고객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여 그에 맞는 제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선택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많은 상품을 업로드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다양한 키워드 사이트와 통계 제공하는 반자동 프로그램의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제품을 등록할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데이터 기반의 상품 소싱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고 구매대행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Q. 단건 배송일 경우 마진은 어떻게 설정하시나요.
"단건 판매의 경우에도 적정 마진이 남도록 판매 가격을 산정합니다. 이렇게 해야 배송대행지 비용이 많이 들어도 계속해서 비즈니스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량 수입과 재고 발송은 구매대행 사업에서는 커버하지 않습니다. 이는 주로 도소매 사업(대량으로 수입해서 국내 발송하는 사입 형태)에서 진행되는 형태라고 보면 됩니다."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식약처에서 조사받았던 경험이 있어요. 처음에는 건강식품을 팔면서 수입식품 금지 성분에 대해서 알았지만, 필터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판 적이 있습니다. 식약처에서 연락이 오더군요. '판매하면 안 되는 제품을 팔았다'며 조사를 받았죠. 다행히 기소유예로 종결됐지만,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마음 졸이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후에는 철저히 보수적으로 상품을 고릅니다. 금지 성분은 거르고 수입식품 신고 과정을 준수하면서 사업을 하고 있죠."
Q. 퇴직자나 제2 인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점을 추천하시나요.
"해외 구매대행은 선주문 시스템입니다. 국내 고객이 주문받고 나서 결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재고를 쌓아야 하는 리스크가 없죠. 처음 온라인 판매에 도전하는 분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사업은 없다고 말합니다. △상품을 소싱하고 △상품의 이름과 태그를 작성하고 △마진 설정을 통해 △판매 가격을 산정하는 과정만 익혀 놓으면 어떤 상품이든 판매를 할 수 있어요. 시스템 안에서 돈을 버는 안정적인 사업이죠. 구매대행 사업은 적은 리스크 안에서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사업 구조입니다. 사업을 한다는 건 내가 시스템을 만드는 경험을 해보는 겁니다.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방법을 구매대행으로 익힌다면 다른 사업에도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적은 리스크 및 직접 시스템을 만드는 경험을 해보실 수 있죠."
Q. 주변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다들 이미 레드오션이라고 말했어요. 너도나도 뛰어드는데 수익이 나겠냐는 반응이었죠. 하지만 저는 멈추지 않았어요. 주문이 없을 때도 계속해서 상품을 올렸죠. 그렇게 최근 책 <돈되는구매대행>도 쓰고 강의까지 하니 이제는 주위에서도 저를 따라 시작하는 지인들도 많습니다. 제 동생도 저와 함께 시작해 사업자 등록하고 진행하고 있죠."
"미국 작가 커트 보니것의 <제5 도살장>이라는 소설에서 제가 좋아하는 대사로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죽음 이후에 나의 삶이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진다. 그 책을 죽음 이후에 무한으로 읽어야 한다면, 과연 나는 오늘이라는 삶의 페이지를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가?' 끊임없이 도전하면서 원하는 꿈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삶을 사시면 좋겠습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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