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테마 탈 때 주식 팔았던 후성 최대주주, 1000억 유상증자엔 절반만 참여

권오은 기자 2024. 1.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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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성, 조달 자금으로 이차전지 전해질·반도체 식각가스 설비 투자
2021년 주가 2배 됐을 때 주식 팔았던 최대주주... 개미 반응은 싸늘

반도체 특수가스를 비롯한 기초화합물 제조기업 후성이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차입금이 늘어난 상황에서 후성은 추가 시설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기로 했다. 다만 최대 주주인 김용민 후성그룹 부회장 등은 신주 배정 물량의 절반만 소화할 계획이다. 소액주주들은 과거 이차전지 랠리 때 주식을 팔았던 오너 일가가 유증 참여에는 소극적 태도를 보인다며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후성은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보통주 1290만3226주를 새로 찍어낸다. 기존 발행 주식 수(9435만2104주)의 13.68%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후성은 이번 유상증자로 예정 발행가(7850원) 기준 1013억원을 조달할 수 있다. 유상증자 확정 발행가에 따라 조달 규모는 바뀔 수 있다.

후성 홈페이지 캡처

후성은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자금 중 87.2%(883억원)를 시설 투자에 사용한다. 나머지 12.8%(130억원)는 탄산리튬을 비롯한 원재료 구매를 위한 운영자금으로 쓴다.

핵심 투자처는 이차전지용 전해질이다. 전해질은 이차전지 4대 핵심 소재로 꼽히는 전해액의 필수 원료다. 후성은 2022년 7월부터 1061억원을 들여 액상 전해질 공장을 짓고 있는데,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자금 중 280억원을 집행해 올해 상반기 중 공장 건설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차세대 전해질과 저가형 첨가제 공장 투자(213억원), 국내 고상 전해질 공정 개선(50억원) 등에도 2026년까지 투자할 예정이다.

후성은 또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210억원을 활용해 2026년까지 차세대 반도체 식각가스 공장을 짓기로 했다. 식각가스는 반도체 웨이퍼에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식각 공정에 쓰인다. 후성은 신설 공장에서 낸드플래시 극저온 식각 공정용 가스를 생산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후성은 신규 식각가스 등의 물질을 개발할 연구소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시험 설비)와 복합 스마트 물류창고에도 유상증자 조달 자금 180억원을 잡아뒀다.

후성은 반도체 특수가스와 냉장고·에어컨용 냉매 등 화학소재 제조가 주력이었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이차전지용 전해질을 키워왔다. 2022년 12월 화공기기 업체 한텍을 100% 자회사로 품는 등 사업 영역을 지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전방 산업이 흔들리면서 후성의 사업도 차질을 빚었다.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울산공장의 이차전지용 전해질 생산을 멈춰야 했고, 지난해 9월부터 울산공장 낸드플래시용 식각 가스 생산을 중단해 왔다.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후성은 지난해 3분기까지 연결기준 누적 매출이 417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6%(444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27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 전환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후성이 올해 23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최대 실적을 기록한 2022년 대비 5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재무 부담도 커졌다. 후성의 차입금과 사채 규모는 2021년 말 2095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3686억원으로 75.9%(1591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차입금 의존도는 34.06%에서 41.8%로 올랐고, 이자 비용도 90억원에서 152억원으로 늘었다. 후성이 추가 차입 대신 유상증자에 나선 배경이다.

후성은 2015년에도 유상증자를 통해 반도체 특수가스 공장 증설을 위한 투자 자금 219억원을 마련했다. 당시엔 최대 주주인 김용민 후성그룹 부회장을 비롯해 김근수 후성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들이 유상증자 배정 물량을 모두 소화했다. 하지만 이번 유상증자에선 김 부회장 등이 배정되는 614만4144주 가운데 50%에 해당하는 307만2072주만 청약할 계획이다. 후성은 관련해 구체적인 배경은 설명하지 않았다.

최대 주주들은 후성 주가가 좋을 때 주식을 매도해 현금을 쥔 바 있다. 김 회장은 2021년 11월 후성 주식 총 248만9532주를 매도했는데, 후성 주가가 연초 대비 2배 수준인 2만4000원대로 뛰었을 때다. 김 회장은 또 지난해 4월 아들 김 부회장에게 후성 주식 387만6923주를 증여하기로 했다가 사흘 만에 취소했는데, 당시 후성 주가가 연초보다 50%가량 올라 증여세 부담이 커졌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유상증자를 두고 주주들의 반응은 차갑다. 유상증자 계획 공시 이튿날인 지난 26일 후성 주가는 86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14.2%(1430원) 내리면서 52주 최저가를 찍었다.

후성은 가중산술평균 주가(총거래대금 ÷ 총거래량) 등을 토대로 오는 4월 5일 유상증자 확정 발행가를 공고하고, 이어 9일부터 11일까지 기존 주주(구주주)를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한다. 구주주 청약에서 발생한 실권주를 두고 같은 달 15일부터 16일까지 일반 투자자 청약을 받고, 30일 신주를 상장할 예정이다. 대표 주관사는 대신증권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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