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올리고 2년 더 살게요”…갱신청구권 4년 만기 도래, 전셋값 상승 기폭제되나
계약 만기 가구 전셋값 폭등 가능성 높아
올해 공급 물량도 전년 대비 9%가량 줄어
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임대차 2법은 2020년 7월 31일에 시행됐다. 신규 전세계약을 체결한 세입자들은 임대차 기간을 2+2년으로 연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재계약시 임대료 상승폭을 5%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의 보호를 받게 됐다.
하지만, 신규 계약 2년 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사용한 세입자의 경우 올해 만기 도래 이후에는 집주인이 전셋값을 올려도 대응할 방안이 사라지게 된다.
세입자의 안정적인 주거를 보장한다는 취지였지만 결과적으로 전셋값을 자극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당시 신규 계약을 하는 집주인들은 재계약 때 보증금을 제대로 인상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해 2년 후 인상분을 반영해 올려 받았다.
전문가들은 오는 8월에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전세 가격을 5% 이상 올리지 못한 집주인들이 한꺼번에 보증금을 인상할 수 있게 되면서 전세 시장이 출렁일 것이란 분석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2020년 8월 이후 ‘2+2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던 세입자는 완충 기간 없이 신규로 임차 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존 세입자와 계약을 연장할 때 그동안 못 올린 금액을 시세에 준해 인상하려는 집주인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입주 물량 부족으로 올해 전셋값 상승이 예고된 상황이지만, 계약갱신청구권 만료까지 겹치면서 전셋값 상승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이달 넷째 주(지난 22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2% 올라 27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7% 뛰어 36주 연속 상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고금리 부담으로 매매 수요 일부가 전세로 전환되면서 전셋값 상승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감소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 아파트 중위전세가격은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5억833만원(KB부동산)을 기록했다. ‘역전세난’ 우려가 컸던 지난 5월 4억90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10월에 5억333만원 기록한 이후 다시 5억원대로 복귀했다. 경기도 역시 작년 4월 2억9000만원까지 하락했다가 8월 이후 3억원으로 회복했다. 중위전세가격은 해당지역 전세를 가격별로 줄을 세웠을 때 가장 가운데 있는 가격이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전세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진단했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33만1729가구로, 지난해(36만5953가구) 대비 9%가량 줄어든다. 특히 서울은 지난해 3만2879가구에서 올해 1만1107가구로 2만 가구 넘게 쪼그라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수요자들이 아파트 매수 대신 전세를 선택하면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이에 대응하는 공급 물량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세 시장 수급 불균형 문제가 밑바닥에 깔려있는 상황에서 임대차 계약이 순차적으로 만료될 경우 전셋값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전셋값이 급등할 것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여전히 상승 압력이 있다”면서 “매매 가격 하락으로 전세 수요가 여전하고, 올해 입주 물량이 줄어 전세 가격이 상승할 수 있는 요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실장은 이어 “세입자 중 일부는 전세를 보증부 월세(반전세)로 돌릴 가능성도 높다. 임대차 2법 만기로 전세 시장뿐 아니라 반전세 시장도 영향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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