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핑클, 왜 다시 불릴까?... X세대 품는 MZ세대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2024. 1. 2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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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에스파가 리메이크한 전설의 명곡 '시대유감' 이미지. 사진=SM엔터테인먼트

1990년대를 다시 부른다. 요즘 가요계 트렌드다. 1990년대와 2020년대는 약 30년의 간극을 두고 있다. 강산이 3번 변하는 30년은, 한 세대다. 트렌드가 빨리 변하는 시대에, 현 세대가 지난 세대를 기억한다는 건 특별하다. 하지만 공통점은 있다. 1990년대를 이끌었던 X세대와 2020년대를 진두지휘하는 MZ세대 모두 '문화'에 강점을 두고 있다.

걸그룹 에스파는 지난 15일 '문화대통령'이라 불렸던 서태지의 노래 '시대유감'(1996)을 다시 불렀다. 그동안 여러 가수들이 서태지의 명곡을 리메이크했다. 그 중 K-팝의 신세계를 열고 있는 그룹들의 도전은 더 신선하다. 서태지는 그들의 부모 세대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앞서 방탄소년단이 서태지의 '컴 백 홈'을 리메이크한 적이 있다. 방탄소년단은 2017년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서태지의 데뷔 25주년 기념 공연에 '아이들' 자격으로 참여해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꾸민 바 있다. 그 배턴을 에스파가 이어받아 K-팝 걸그룹 중 최초로 서태지 다시 부르기에 참여했다. 

에스파, 사진=SM엔터테인먼트

'시대유감'을 발표한 당시, 서태지의 나이는 24세였다. 당초 사회비판적인 가사가 심의에 걸리자 가사 없는 연주곡 형태로 먼저 발표했고 이후 서태지가 가사를 붙여 따로 내놨다. '거 짜식들 되게 시끄럽게 구네 그렇게 거만하기만 한 주제에 (중략) 나이 든 유식한 어른들은 예쁜 인형을 들고 거릴 헤매 다니네'라는 가사는 약 30년이 지난 지금도 젊은 세대가 기득권층을 항해 던지는 일침으로 손색이 없다.

에스파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1990년대 중반 등장한 SM은 가요계의 황금기라 불리던 당시의 음악적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 결과 현 SM 소속 후배 가수들이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통해 1990년대 명곡들을 다시 부르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4세대 보이그룹인 NCT는 SM의 까마득한 선배인 H.O.T.의 대표곡 '캔디'를 리메이크했고, SM이 내놓은 5세대 보이그룹 라이즈는 밴드 이지의 '응급실'(2005) 샘플링한 'Love 119'을 선보였다. '응급실'은 지금도 남성들의 마음을 울리는 곡으로 노래방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라이즈는 발라드인 '응급실'을 댄스곡으로 변주했다. SM은 "새로움과 익숙함을 동시에 선사하는 만큼, 라이즈 독자적 음악 장르인 '이모셔널 팝'을 더욱 폭넓게 즐길 수 있다"고 전했다.

라이즈, 사진=SM엔터테인먼트 

이런 MZ세대 가수들의 X세대 가수 소환은 전방위로 번지는 모양새다. 보이그룹 뉴이스트 출신 백호는 박진영의 '엘리베이터'(1995)를 다시 불렀고, 보이그룹 티아이오티는 클릭비의 '백전무패'(2001)로 승부수를 띄웠다. 또 다른 보이그룹 에이티비오는 브라운아이드걸스 가인, SG워너비 김용준이 함께 부른  '머스트 해브 러브(Must Have Love)'(2006)을 새로운 버전으로 내놨다.

이런 시도는 비단 K-팝 그룹 만의 것이 아니다. 최근 가수 임재현은 최재훈의 '비의 랩소디'(2000)를 리메이크했고, 그 결과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 차트 '톱100'에서 정상을 밟았다. 원곡자인 최재훈은 지난 17일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에 출연해 "연말 콘서트에 임재현을 게스트로 초대했는데 노래를 너무 잘하더라. 목소리가 훌륭한 사람이 잘 되는 걸 보니 기분이 너무 좋다"면서 "최근 친구들이 '우리 아들이 네 노래를 안다'고 이야기해 기분이 좋았는데, 알고 보니 다른 (임재현) 버전이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 외에도 폴킴은 핑클의 '화이트'를 자신 만의 스타일로 불러 주목받았다. 

'웰컴투삼달리' OST 앨범 이미지, 사진=모스트콘텐츠

이런 분위기는 드라마 시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인기리에 종방된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에는 '가왕' 조용필의 노래가 다수 삽입됐다. 주인공의 이름이 조용필(지창욱)인 만큼, 조용필의 노래가 드라마 전체 정서를 관통한다. 이를 위해 '단발머리'(세븐틴 도겸), '꿈'(소녀시대 태연), '추억 속의 재회'(신승훈) 등을 리메이크해 드라마 속 OST로 삽입했다. 조용필을 1990년 가수로 볼 순 없지만, 그 시대에도 최정상급 가수로 명망을 이어온 상징적 인물이다.

이런 시도는 X세대로 뜨거운 젊음을 보낸 세대를 현 가요계의 소비계층으로 끌어안기 위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현재는 40∼50대가 된 X세대는 역사상 가장 문화적 감각이 뛰어나고, 문화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갑을 연 세대로 평가받는다. 현재는 중년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일 뿐만 아니라 구매력이 뛰어나다. 이 때문에 현 가요계를 이끌어가는 MZ세대들이 X세대들의 사랑을 받았던 선배 가수들의 노래를 다시 불러 4050 세대의 주위를 환기시키는 것은 대단히 매력적인 전략이다.

하지만 이를 일시적인 관심끌기 용으로 활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리메이크되는 노래는 대부분 '명곡'으로 분류된다. 30년 간 잊히지 않고 사랑받는 이유다. 그만큼 골수팬이 많고, '원작훼손'에 민감하다. 별다른 고민과 노력없이 내놓는 리메이크곡이 함량 미달로 평가받는다면, 리메이크곡에 대한 대중적 관심 역시 시들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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