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바로 알기] ‘상주’와 ‘부조금’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2024. 1. 2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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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이다. 겨울 날씨는 요즘처럼 싸늘해야 제맛이다. 언제나 계절은 제멋대로 왔다가 슬그머니 사라진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니 상사(喪事)가 늘어났다. 멀쩡하던 친구가 떠났다는 얘기가 이번 주만도 두 번이나 들어왔다. 상가에 가면 지켜야 하는 예절이 많은데, 요즘은 이런 것이 모두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제발 히죽거리며 두루 인사하면서 상가에 들어오는 비례는 없도록 하자. 원래는 문상하기 전에는 주변인과 아는 척하는 것이 아니다.(문상 후에 인사를 나누는 것이 예절에 맞다.) 상가에 가면 상주 이름이 서너 명 씩 있는 것을 본다. 사람들은 자손이 많아 좋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상가에 상주(喪主)는 한 사람밖에 없다. 사람들은 상주와 상제(喪制)를 구분하지 않고 쓰는 경우가 많다. “상가에 갔더니 상주들이 참 많더군. 다복한 집안이야.”라고 하는 것도 많이 들었다. 상주(喪主)는 상제 중에서 주장이 되는 사람을 말한다. 대개 장자가 상주가 된다. 그러므로 “상주들은 다 어디 갔어?”라고 하는 말도 잘못 표현한 것이다. 상제(喪制)는 “부모나 조부모가 세상을 떠난 상중에 있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므로 상제는 여러 사람이 될 수 있다. “상복을 입은 상제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자손이 많군.”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 중에 맏상제라고 하면 ‘부모나 조부모 상을 당한 맏아들(혹은 장손)’이다. 그러므로 맏상제와 상주는 동일인일 수도 있다.

상가에 가면 부조금을 내야 하는데, 뭐라 써야 할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요즘은 봉투에 부의(賻儀)라고 써 있어 그것을 활용하지만, 과거에는 ‘근조(謹弔),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등 여러 가지로 써 왔다. 여기에 내는 부좃돈을 부의금(賻儀金)이라고 한다. 과거에 필자의 어머니는 늘 “부주금(부조금) 때문에 못 살겠어.”라고 하셨다. 종가의 장손이니 부조금이 많이 나간 것은 보지 않아도 훤하다. 지금 60대 중반을 넘어서고 보니 그 말씀이 실감이 난다. 요즘은 반려견이 죽었다고 부고를 보내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반려 동물이 죽었다고 부의금을 내라고 하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가족처럼 아끼는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세상은 점진적으로 변해야지, 지나치게 급하게 변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반려동물 부고는 조금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사실 부조금과 조의금, 부의금, 축의금은 조금씩 의미가 다르다. 부조금(扶助金)이란 ‘부의금과 축의금을 모두 통칭하는 말’이다. ‘남이 치르는 혼사, 장례식 따위의 큰일을 돕기 위해 주는 돈’이다. 우리나라는 상부상조하는 풍습이 있어서 계나 두레 등이 발달했다. 부의금(賻儀金)은 ‘초상난 집에 부조의 뜻으로 보내는 돈’, 조의금(弔意金)은 ‘남의 죽음을 슬퍼하는 뜻으로 내는 돈’, 축의금(祝儀金)은 ‘축하하는 뜻으로 내는 돈’을 이르는 말이다. 이 모든 것을 합해서 ‘부조금(부좃돈)’이라고 한다. 혹자는 부조금이 상가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아는 사람도 있다. 각각의 예문을 하나씩 보기로 하자.

태호야, 부조금 넣게 거기서 작은 봉투 하나 꺼내 줘.
나는 어제부터 큰아버지 부의금 접수를 맡았어.
그동안 그렇게 친했는데, 문상을 못 가더라도 조의금은 보내야지.
난 이번에 너무 바빠서 인편에 축의금을 전하기로 했어.

이렇게 다양하게 의미에 따라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위로금, 전별금 등도 있으니 예전 어머니 말씀도 일리가 있다. 그런가 하면 총선이 코앞에 있다 보니 출판기념회도 엄청나게 많다. 이럴 때는 ‘상재(上梓 :출판하기 위해 인쇄에 돌림)’라고 한다. 그래서 보통 ‘축상재祝上梓’라고 봉투에 적는다. 돌아보니 정말로 여기저기 부조금으로 나가는 것이 많기도 하다.
오호 애재라!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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