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싹쓱싹 뽀드득’ 청소의 희열…쓸고 닦아 호텔 같은 내 집 [ESC]

한겨레 2024. 1. 2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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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청소에 열심인 사람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이진환씨가 자신의 집에서 선반 위 먼지를 테이프 클리너로 청소하는 모습. 스튜디오 어댑터 염서정

코로나·미세먼지로 높아진 관심…‘청소광 브라이언’ 열풍 이끌어
“잘 쉬고 싶어서“ “진정한 독립의 시작” MZ세대 1인가구도 동참
청소용품 구매 40%가 2030…SNS·유튜브 통해 도구·비법 알아내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마음으로 1년을 시작하는 새해. 묵은때를 벗기고 집과 마음을 새롭게 해주는 청소와 잘 어울리는 시기다.

지난해 말부터 관심을 얻기 시작한 청소 관련 유튜브 영상이 새해 들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더러우면 되게 ×가지 없게 느껴져요.” 가수 브라이언은 지난해 10월17일 ‘청소광 브라이언’ 1회에서 이렇게 말하며 ‘청소에 게으른 자’를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손님을 맞이하기 전 청소와 정리는 예의라고 강조한 동영상은 조회수 458만회를 기록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브라이언은 이불과 베개의 먼지를 털고, 옷을 세탁하고, 용도별 네대의 청소기로 바닥을 쓸고 닦는다. 그동안 청소 도구를 구입하는 데만 1억원을 썼다고. ‘청소에 미친 자의 신개념 청소 예능’을 표방하며 댄서 가비, 브브걸 유정, 코미디언 이창호 등 다른 이의 공간을 청소하는 이 시리즈는 현재까지 12회 업로드됐고, 평균 조회수는 100만이 넘는다.

유튜브 동영상 ‘청소광 브라이언’의 섬네일.

전참시 ‘청소하는 최강희’ 최고 시청률

브라이언의 집착 수준의 청소 사랑에 댓글은 호의적이다. “남한테 피해 안 주고 청결하니 넘 좋음”, “난 왜 이거 보면서 힐링되지? 무편집으로 해줘요. 나 청소하면서 같이 하게….” 영상에서 브라이언이 추천하는 유한 세정 살균 티슈와 다우니 운동용 향기 부스터 등은 몇달 동안 쇼핑몰 검색어 상위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집 청소를 다룬 방송은 새해 들어 지상파에도 등장했다. 지난 20일 밤 문화방송(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시점’(전참시)에는 배우 최강희가 코미디언 송은이의 집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는 장면이 나왔다. 막대기로 쿠션을 두드려 먼지를 털고, 엘피(LP)판을 이용해 티셔츠를 반듯하게 접고, 직접 챙겨 온 청소 도구로 바닥 청소를 한 다음 에탄올을 뿌려 가전제품에 묻은 지문까지 말끔하게 지웠다. 21일 닐슨코리아의 시청률 조사 결과를 보면, 이날 최강희가 나온 부분은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수도권 기준 가구 시청률 5.7%)이었고 이는 전참시 방송 역대 최고 기록이기도 했다.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배우 최강희가 코미디언 송은이의 집을 청소하는 모습. 방송 화면 갈무리

청소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2020년부터 3년 반을 휩쓴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위생 관념이 철저해지고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 것과 더불어 수시로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의 영향이 크다. 청소용품 약 300여종을 판매하고 있는 아성다이소는 청소용품 판매량이 2020년 1월에 전년 대비 약 35% 증가했고, 2023년에는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아성다이소의 대외협력부 관계자는 “청소용품 매출이 코로나 발생 전과 견줘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청소를 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청소 바람’은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불고 있다. 나무 소품 브랜드 ‘오니프’를 운영하는 유진하(30)씨는 주변 사람들이 인정하는 ‘청소왕’이다. 결혼 10개월차인 유씨 부부가 사는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아파트를 지난 19일 방문했다. 바닥은 매끈했고, 선반과 소품 위는 먼지 한톨 없이 쾌적했다. 유씨는 집에 들어오면 바로 샤워를 하고 실내복으로 갈아입는다. 나무 소품을 만드는 작업을 하다 보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먼지와 톱밥을 뒤집어쓰는 날이 많았다. 실내복과 실외복의 구분이 생기고 집에 오자마자 씻는 버릇이 생겼다.

유진하씨가 사용하는 로봇청소기. 스튜디오 어댑터 염서정

유씨는 집안 청소에 미니 청소기와 바닥 청소용 손걸레, 극세사 걸레, 알코올 소독제를 활용한다. 유씨가 이렇게 청소를 열심히 하는 이유는 “잘 쉬고 싶어서”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잘 쉬려면 집에 할 일이 없어야 해요.” 유씨는 “물건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밖에서 들여온 먼지를 청소하고, 바닥을 보송보송하게 닦은 다음 샤워까지 마치고 실내복으로 갈아입으면 집에서도 호텔처럼 쾌적하게 쉴 수 있다”며 “청소는 가성비 좋은 일”이라고 했다.

지인들로부터 ‘청소왕’이라고 불리는 유진하씨가 지난 19일 서울 동대문구 자신의 집에서 화장실 거울의 얼룩을 닦아내고 있다. 스튜디오 어댑터 염서정

엠제트(MZ)세대에게 청소는 ‘독립생활의 시작’이라는 의미가 있다. 부산에 사는 회사원 김소애(33)씨는 ‘청소광 브라이언’을 보며 청소와 살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전에 그는 “손 소독제로 손을 자주 닦는 등 세균·바이러스와 관련된 위생은 신경 쓰면서도 물리적으로 정리돼 있지 않은 환경은 그다지 개의치 않은” 삶을 살아왔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독립해 13년간 혼자 사는 내내 그랬다.

“부끄럽지만 지난해까지도 한두달에 한번씩 부모님이 와서 집을 청소해줬어요. 본가에서 나와 혼자 살기는 했지만 자립은 못 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김씨의 진정한 독립은 청소와 함께 시작됐다. 바닥을 쓸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했다. 세탁조 클리너를 사고, 가스레인지의 말라붙은 양념을 닦았다. 청소를 해보니 현실 감각이 들었다고 한다. “어렴풋이 결혼 전까지 이 집은 임시 거처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요새는 1인가구가 많잖아요. 저도 ‘자취생’이 아니라 어엿한 ‘1인가구’의 구성원으로서 주체성을 갖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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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힘으로 내 삶 책임지는 일

2023년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통계로 보는 1인가구’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1인가구는 750만가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가구의 34.5%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청소는 혼자 힘으로 내 삶을 책임진다는 감각을 깨우게 한다.

경기도 용인의 원룸 오피스텔에 혼자 사는 회사원 장지수(26)씨 역시 ‘청소광 브라이언’의 팬이다. 특히 브라이언이 쓰는 청소 도구를 더욱 유심히 본다. 그는 대구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다가 독립한 지 1년 반째다. 그는 최소한의 물건만 집에 갖춰두고 수시로 청소를 한다. 장씨가 특히 집중하는 부분은 먼지 청소다. “공간이 협소하고 창이 작아 먼지가 금방 쌓이는 느낌이 들어요.” 부모님의 꼼꼼한 청소 습관을 닮아 방을 늘 깨끗하게 유지하는 그지만 사회초년생 1인가구의 한계도 있다. “건조기를 두기에 공간이 협소해 어려움이 있어요. 건조대에 빨래를 널고 마르면 테이프 롤러로 먼지를 제거한 다음에 개요. 집에 놀러 온 친구가 보고서 그렇게까지 꼼꼼하게 청소를 하냐고 놀라더라고요.”

걸레 겸용 신발. 아성다이소 제공

다이소의 2023년 멤버십 데이터 기준, 청소용품 구매 고객의 가장 많은 비율인 40%를 차지하는 것은 2030 엠제트세대다. 다이소 청소 카테고리의 대표 아이템에는 일회용이 많다. 세제가 묻은 전용 티슈를 집게에 끼워 사용하는 ‘일회용 변기 클리너’, 의류의 먼지를 간단히 제거하는 ‘롤 클리너’, 청소 마무리 단계에 물기 제거용으로 쓰는 ‘워터블록’ 등이 그렇다.

일회용 변기 클리너. 아성다이소 제공

세달째 청소에 집중하고 있는 김소애씨도 몇개의 도구에 정착했다. 크린랩의 변기 브러시와 바닥 브러시, 쿼시의 세정 티슈와 점착식 청소포 등이다. “엄마가 과탄산수소, 구연산, 베이킹소다 등을 물에 섞어 청소하는 방법을 알려줘서 따라해 봤는데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롭더라고요.” 김씨는 일주일에 세번은 야근한다. 청소에 많은 에너지를 쏟기 어려운 까닭에 꺼내어 청소하고 끝나면 버릴 수 있는 보관이 쉽고 이용이 간편한 청소 도구를 골랐다. 청소에 익숙한 편인 장지수씨도 비슷한 도구를 활용한다. “저는 변기 청소를 할 때, 변기 솔의 뒷정리가 어려워 쓰리엠(3M)의 베이킹소다 클린 스틱을 써요. 물만 묻혀 청소를 하고 변기에 내릴 수 있어 좋아요. 유한에서 나오는 세정 살균 티슈도 좋아요.” 코로나19 유행 때 바이러스 제거를 위해 사용하던 살균 티슈는 가구와 가전 등을 닦고 나서 물자국이 남지 않고 세정력이 좋아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진환씨가 사용하는 일회용 세척 티슈와 일회용 먼지떨이, 테이프 클리너와 빗자루, 쓰레받기. 스튜디오 어댑터 염서정

에스엔에스(SNS)와 유튜브는 엠제트세대들이 청소 정보를 얻는 핵심 통로다. 장지수씨는 청소 고수들의 에스엔에스를 구독해뒀다가 필요한 내용을 참고한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머리카락 청소에 좋은 빗자루라고 해서 ‘쓰리잘비’를 샀어요. 평소에는 트위터 계정 디지앤지(@_dgng)를 참고해요. 많은 도구와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깔끔하게 살림을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소개해줘요.” 서울 성북구 다세대 주택에서 혼자 살며 수시로 집안 청소를 하는 이진환(40)씨 역시 로봇청소기를 살 때 물걸레 청소에 특화된 제품을 여러개 유튜브 채널을 보며 결정했다. 김소애씨는 청소 과정을 유튜브 쇼츠로 보여주는 인스타그램(@jack.design)을 팔로하고 있다. 김씨는 “브라이언도 팔로한 계정으로 유명”하다며 “집이 깨끗해지는 과정을 모두 볼 수 있어 속이 다 시원하고 청소 욕구가 생긴다”고 했다.

‘청소광’이 전하는 ‘꿀팁’

1. 모든 청소는 위에서 아래로 한다. 방·거실·화장실을 청소할 때 먼저 위에 있는 것의 먼지를 털고 이후에 바닥 청소를 진행한다.

2. 화장을 지우는 메이크업 리무버는 냉장고·가구·창틀·신발 등의 얼룩과 기름때를 잘 녹인다. 안 쓰는 제품을 청소에 활용하면 효과가 좋다.

3. 창틀 청소는 비 올 때 하면 좋다. 물기 묻은 창틀 위에 마른 신문지를 10분가량 덮어놓는다. 신문지가 물기를 머금으면서 창틀의 때도 흡수한다. 일회용 젓가락 등을 사용해 창틀 사이사이의 묵은때를 신문지를 누르며 닦아낸다.

4. 벨벳 소파는 청소용 수건에 물을 살짝 묻혀 결대로 쓸어 닦아낸다.

5. 청소 도구를 고를 때 디자인도 고려한다. 인테리어에 방해가 되지 않아야 손이 더 자주 간다.

6. 좁은 공간이나 층간 소음이 걱정되는 집에서는 청소기보다 테이프 롤러 사용이 효과적이다.

7. 일부러 시간을 내어 청소를 하려고 하면 쌓인 청소량 때문에 부담스럽다. 틈틈이 자주 청소하는 게 좋다.

8. 가진 물건이 적으면 청소가 쉽다.

조서형 지큐코리아 웹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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