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분 일초 갑진(甲辰) 용틀임

송진호 기자 2024. 1. 2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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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산업에서 브랜드가 지닌 고유의 스토리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브랜드들은 저마다의 역사와 전통, 가치관을 담은 이야기를 잠재 고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하이엔드(초고급) 제품들은 그 대상을 대중으로 확장 중이다. 매장을 방문한 이들에게 브랜드에 대한 지식과 함께 독창적이며 감각적인 경험을 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중들이 럭셔리 브랜드의 스토리를 인문학적, 사회문화적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로고와 시그너처 디자인으로만 인식되던 럭셔리 브랜드의 스토리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유대감과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갑진년(甲辰年) 청룡(靑龍)의 해를 맞아 각 브랜드만의 기술과 감각을 담은 신상과 한정판 제품을 내놓았다. 용이 가진 강인함과 힘, 용기, 번영 등 다양한 상징을 담아 브랜드 스토리에 녹이고자 했다.

초침따라 용이 꿈틀… 80시간 정성으로 새긴 찬란한 시간

청룡의 해, 리미티드 시계
예거 르쿨트르, 메탈 표면 조각…살아있는 용처럼 입체감 극대화
피아제, 비늘 한땀한땀 강조… 현대적이면서 역동적인 느낌
브레게, 진주로 여의주 표현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는 장인정신과 예술성의 이야기에 새로운 장을 추가하는 뜻으로 ‘리베르소 트리뷰트 에나멜 드래곤’을 선보인다. 용의 해를 기념해 주문 제작으로만 선보이는 상품이다. 작업 공방 장인들의 전문 기술을 바탕으로 완벽히 조화를 이룬 예술 작품을 탄생시키는 예거 르쿨트르의 창의적이고 문화적인 세계가 오롯이 담겨 있다. 새로운 타임피스는 용의 해를 기념하며 예거 르쿨트르 작업 공방인 ‘메티에 라르 아틀리에’의 에나멜 및 인그레이빙 장인들의 역량을 담았다.

시계 케이스를 반대쪽으로 돌리면 황금빛 구름에 둘러싸인 장엄한 용이 자태를 드러낸다. 핑크 골드 메탈 케이스에 인그레이빙된 용은 화려한 블랙 그랑 푀 에나멜 배경에서 금방이라도 뛰어나올 것만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폴리싱(연마) 처리된 용의 표면, 블랙 로듐으로 강조한 비늘의 섬세한 디테일, 구름의 대조적인 샌드블라스트로 빛을 포착하고 굴절시켜 더욱 역동적인 힘을 느낄 수 있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가 청룡의 해를 기념해 주문 제작으로 선보이는 ‘리베르소 트리뷰트 에나멜 드래곤’. 예거 르쿨트르 제공
입체감과 깊이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밀한 모델링 인그레이빙 기법을 적용했다. 특히 이번 작업은 메탈 표면에 인그레이빙을 하는 일반적인 공정과는 다르다. 그랑 퓨 에나멜 코팅을 마친 후 인그레이빙을 해야 했기에 깨끗한 에나멜이 손상될 위험을 피하기 위한 고도의 정확성이 필요했다. 크기가 다른 10개의 끌을 사용해 단계별로 메탈을 조각하기 위해 마스터 인그레이빙 장인은 80시간의 작업을 진행했다.

명품 브랜드 피아제도 설을 기념해 매력적인 타임피스로 구성된 특별한 캡슐 컬렉션을 선보인다. 피아제는 2012년에도 음력 설 캡슐 컬렉션을 출시한 바 있다. 12년 만에 돌아온 이번 컬렉션에는 대담한 창의성과 놀라운 정교함이 들어가 용의 강렬한 에너지를 끌어안았다.

스위스 명품 브랜드 피아제가 출시한 ‘알티플라노 드래곤 조디악 워치’. 피아제 제공
갑진년을 맞이해 출시한 ‘알티플라노 조디악 워치 38㎜’는 현대적이면서도 역동적으로 표현됐다. 피아제는 2006년부터 에나멜 공예 장인 ‘아니타 포르쉐’와 협업해 장인의 열정과 인내, 독보적인 미니어처 에나멜 제작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포르쉐는 제품에 클로아조네 에나멜 기술과 포르쉐의 대표적인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빛, 그림자, 투명함을 통해 생동감을 더했다.

특히 골드 인그레이빙 기술로 용의 비늘을 강조해 깊이와 입체감을 더했다. 십이지간의 새로운 주기를 알리는 이번 캡슐 컬렉션은 풍부한 에너지와 감동, 유쾌한 자유로움을 발산한다. 독창성과 대담함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피아제만의 코드를 고스란히 구현해 낸 특별한 ‘하이 주얼리’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브레게가 한정 판매하는 ‘클래식 더블 투르비용 드래곤 5345 스페셜 에디션’. 브레게 제공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브레게도 용의 해를 기념해 기술과 역량을 쏟아부어 완성한 두 가지의 특별한 타임피스를 선보인다. 먼저 ‘클래식 더블 투르비용 드래곤 5345 스페셜 에디션’은 두 개의 투르비용(중력을 보정해 시계의 정확성을 높이는 장치)’ 사이에 한 마리의 용이 마치 빙글빙글 돌듯 유려한 곡선을 그리도록 디자인했다. 전체가 수공 인그레이빙 골드로 완성된 용은 두 개의 배럴 브리지 사이에 고정돼 발톱으로 진주를 움켜쥐고 있다. 이는 전설 속 용에게 힘을 주는 여의주의 신성한 정수를 표현한다.

로듐 도금 골드 회전 플레이트에는 수공 기요셰로 구현한 팬 모티브가 장식돼 있다. 메인 플레이트 아래에 자리 잡은 골드 브리지는 앤트러사이트 갈바닉 기법이 특징이며 기요셰 기법으로 완성한 클루드 파리 홉네일 모티브가 장식돼 있다. 로마 숫자와 사파이어 아워 서클에 자리한 미닛 트랙은 먼저 레이저 인그레이빙을 거친 뒤 검은 빛깔로 광택을 입혔다. 플랜지에 새겨진 12개의 로마 숫자는 챕터 링 위에 있는 숫자 음영을 재현한다.

브레게 ‘클래식 드래곤 7145 리미티드 에디션’.
‘클래식 드래곤 7145 8피스 리미티드 에디션’은 그동안 브레게 장인들이 축적한 빼어난 기법들이 돋보이는 새로운 제품이다. 먼저 챕터 링과 다이얼 중앙 부분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톤의 색을 선보이는 크림슨 레드 컬러 다이얼은 매우 정교하고 어려운 기법인 그랑 푀 에나멜을 활용해 완성했다.

다이얼에서 당당한 위용을 자랑하는 용은 모두 수공 인그레이빙 로즈골드 아플리케로 만들었다. 장엄한 자태가 돋보이는 환상의 동물은 천연 화이트 머더 오브 펄로 완성된 여의주를 향해 눈을 번뜩이며 끊임없이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로마 숫자, 미닛 트랙, 구름은 모두 골드 파우더 분홍 빛깔로 완성했다. 챕터 링은 절제된 디자인의 라운드 골드 아워 마커 12개와 만나 풍성한 매력을 자아낸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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