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난장] 뻐꾸기 알을 품은 지역 로스쿨

최우용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원장 2024. 1. 2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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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로스쿨 수도권 인재 독점, 졸업 후 바로 부산 떠나는 현실
지역인재 선발 위해 제도 개선…리트 비중 낮추고 다양성 확대, 지역대 출신 할당제 상향 조정
최우용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원장

금년도 로스쿨 입시가 끝이 났다. 지역 로스쿨엔 올해도 어김없이 수도권 출신 학생들이 대세를 이룬다. 이들이 3년 후 지역 로스쿨을 졸업하고도 지역에 대한 이해와 애착심은커녕 지역 문제에 대한 조금의 이해도 없이 수도권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면 지역 소재 로스쿨 교수로서 허탈한 심정이다.

최근 5년간 부산대 로스쿨 신입생 중 76.88%가 수도권 대학 출신이고, 동아대 로스쿨의 경우 신입생 중 71.06%가 수도권 대학 출신이다. 이들 대다수는 졸업 후 수도권에 자리를 잡는다. 애초 로스쿨 인가가 지역 법조 인력 양성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지역 할당으로 로스쿨이 선정되었음에도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들 중 일부 학생들은 입학 후 다시 반수를 하고 수도권 로스쿨로 옮긴다. 국제신문 보도(지난해 10월 26일 자)에 따르면, 2020~22년 3년간 부산지역 로스쿨 중도 탈락자는 총 58명으로 전체 중 2.85%에 이른다. 부산대는 증가세로, 2020년(9명) 2021년(18명) 2022년(18명), 동아대는 2020년(1명) 2021년(5명) 2022년(7명)이다.

수도권은 지역 로스쿨에서 양성된 인재가 유입되고 있다. 지역 로스쿨은 뻐꾸기 알을 키우는 다른 새의 둥지 마냥, 기대와 아쉬움이 교차하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시급히 개선할 부문은 입시다. 특히 법학적성시험(LEET, 리트)의 개선은 시급하다. 로스쿨 입학을 위해서는 학부 성적, 영어 성적 및 리트 성적이 필요하다. 그중에서 리트 시험이 사실상 합격의 열쇠가 되고 있다.

다음 세 사례를 보자. 글로벌 기업에서 상무까지 역임한 A는 자신의 풍부한 국제 경험을 살려 기업법이 특성화인 로스쿨에 지원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B는 영국에서 유명 의대를 졸업한 후 의료소송 관련 전문 변호사가 되기 위해 영국의 법학대학원을 마치고 국내 로스쿨을 지원했지만, 역시 실패하고 미국 로스쿨로 진로를 바꾸었다. C는 부산의 모 사립대를 졸업하고 공기업을 2년 다닌 후 로스쿨을 지원했지만 실패했다. 이들 모두 리트 점수가 문제였다. 탁월한 영어 실력과 풍부한 전문적 경험에도 불구하고, 리트 점수가 좋지 않으면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는 인재도 국내 로스쿨 입학은 어렵다.

리트의 초기 정착 과정에 참여한 필자의 경험으로, 애초에 리트는 법학 적성을 테스트하기 위한 보조 시험으로 도입되었다. 그러나 입학의 공정성이 중요시되면서 각 대학이 정성평가 점수를 최소화하고 수험생들이 공통으로 응시하는 리트 점수 반영을 높이면서 리트 고득점이 곧 로스쿨 합격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리트가 과연 개인의 법학 적성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적합한 것인가이다. 이 문제에 대한 공식적 연구나 조사는 아직 없다. 더욱이 출제 문제 또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것들로 채워져 있다. 고난도의 수능 국어시험에 가까운 문제가 지면을 가득 채운다. 이렇다 보니 수능에 익숙한 비교적 젊은 명문대 출신 학생들이 고득점을 받는다.

현실이 이러하니 로스쿨 제도 본래의 취지인 다양한 사회 경험을 겸비한 여러 직역의 인재들이 로스쿨에 입학하는 것이 아니라 고난도 수능 국어에 익숙한 균질화된 사고를 가진 이들이 전국의 로스쿨을 접수하고 있다. 이 시험으로 이익을 보는 집단은 고액의 수강료를 받는 사설 학원과 출제 관련 종사자들 뿐이다.

현행 로스쿨 제도는 2009년 법조 개혁의 하나로 시행되었다. 만 15년이 지난 지금이야말로 제도의 전면적인 점검을 해야 할 때다. 제도 개혁의 중심에 있는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에 관한 문제와 함께 리트 시험의 개선, 지역 법조인 양성 문제 등 전반적 제도 점검을 해야 할 때다. 특히 지역대학 출신 할당제 상향 조정 등은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 지역대 출신 학생들의 학업 능력이나 변호사 시험 합격률은 결코 수도권 출신자들에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교양이 풍부해야 하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도 있어야 하며, 자유 평등 정의와 같은 인류 보편의 가치관도 필요하지만, 지역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만인에 평등한 법의 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


4월이면 총선이다. 곧 각 정당에서 민생 관련 정책이 쏟아질 것이다. 그중에서 무엇보다 신경 써야 할 것은 바로 교육 정책이다. 인재 양성은 지역 발전의 원천이며 시작과 끝이기 때문이다. 지역과 인간을 이해하고 공화(共和)적 사고를 지닌 참된 법조인을 양성할 수 있도록 로스쿨 제도 개혁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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