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에 ‘○○엄마’ 새긴 사장님…아기띠로 워킹맘 신의 직장 만들었다는데

이새봄 기자(lee.saebom@mk.co.kr) 2024. 1. 25.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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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아기띠’ 임이랑 코니바이에린 대표
육아중 목디스크 파열…직접 아기띠 제작
6년만에 매출 100배…올 500억원 목표
“우리 회사에서는 출산과 육아도 경력”
전원 재택근무로 4개국 24개도시서 일해
임이랑 코니바이에린 대표<사진제공=코니바이에린>
서울 성동구 옥수동 언덕에 위치한 단층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새 집 냄새가 난다. 이 곳은 창업 7년만에 처음 만들어진 스타트업 코니바이에린의 사무실이다. 이들이 ‘국민 아기띠’로 불리는 코니 아기띠를 처음 세상에 내 놓은 지도 7년이 됐다. 아내와 남편이 둘이 회사를 창업해 지금의 연 매출 300억원 회사로 커진 지금까지 전 직원 57명은 4개국, 24개 도시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그새 코니아기띠는 누적 100만개가 팔렸다. 지난해 기준 한국 출생아 수가 25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수치다. 현재 코니 아기띠 10개 중 9개(87%) 가까이는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판매된다. 국내에서는 아기띠에 이어 레깅스, 내의를 비롯한 유아의류 사업으로 제품군을 확장했다. 올해는 매출 500억원을 돌파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최근 코니바이에린 새 사무실에서 만난 임이랑 대표 명함에는 CEO라는 직함과 함께 ‘지용 지헌 엄마’라고 쓰여있다. 코니바이에린이 육아를 해 본 엄마라서 만들 수 있었던 회사라는 그의 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코니 아기띠는 2016년 출산 후 타사 아기띠를 쓰다 목 디스크 파열을 경험한 임 대표가 자신에게 맞는 아기띠를 직접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에서 탄생한 제품이다.

임 대표는 “나는 아주 까다로운 소비자였다”라며 “열심히 서치해 물건을 구매했는데 소재가 마음에 안 들면 ‘지구 쓰레기’를 산 것 같은 불쾌함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코니바이에린를 창업한 임 대표는 마음에 드는 원단을 찾지 못하자, 아예 원단을 직접 생산하기로 결심하고 생산, 염색, 가공 전 과정의 품질을 관리했다.이를 위해 베트남에 생산라인도 마련했다.

이 회사는 제품군을 무작위로 늘리는 대신 한 제품당 선택지를 여러 개 뒀다. 보통 3~4종류 컬러로 구성되는 타사의 아기띠 대신 코니 아기띠의 컬러는 20종류가 넘는다. 360도 돌려쓰는 유아 턱받이의 경우 33가지 패턴과 컬러로 내놨고, 레깅스도 계절마다 7가지 색상으로 출시한다. 임 대표는 “일간·주간·월간 데이터를 정확히 확인해 가며 재고를 소화할 능력을 키웠고, 이로 인한 비용 낭비를 최소화한다”고 설명했다.

출생률이 낮아지고 아이가 줄어들면서 육아용품 사업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임 대표는 “육아시장에는 언제나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육아시장은 다른 산업과 달리 매년·매월 새로운 소비자가 들어오는 곳”이라며 “특히 글로벌에서 더욱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한시라도 빨리 제품을 받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간파한 임 대표는 해외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도 2~3일 안에 제품을 받을 수 있도록 ‘국제특송’으로 제품을 배송했다.

엄마 경영자인 임 대표가 챙기는 것은 엄마 고객뿐만이 아니다. 회사 설립 이후 7년간 재택근무를 고수했던 것도 엄마 직원을 위한 배려였다. 코니바이에린은 자녀 등하원 시간을 배려해 근무시간 중 최대 1시간을 돌봄에 사용하고, 이후 근무시간을 충당해 업무와 돌봄의 병행이 가능하게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형에게는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회사에서 비용을 지원해 준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코니바이에린 사옥 내부<사진제공=코니바이에린>
지난 2일에는 겨울방학과 어린이집 휴무로 인해 보육 공백이 생긴 직원을 대상으로 자녀와 함께 사무실로 나오는 ‘자녀 동반 오피스데이’를 실시했다. 만 5세부터 초등학교 1학년까지 8명의 아이들이 엄마가 일하는 동안 특별 초빙된 선생님과 함께 글라이더 제작과 미술 수업 등을 하고, 휴식시간에는 엄마와 간식을 먹었다.

임 대표는 “좌우명이 ‘우선 된다고 하고 방법을 찾아보자’다”라며 “사무실이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듯, 워킹맘·워킹대디도 당연히 아이와 떨어져 있어야한다는 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회사가 워킹맘·워킹대디를 배려하고 있지만 업무강도는 결코 적지 않다”며 “본인이 현명하게 본인의 삶을 관리할 수 있도록 회사가 돕기 때문에 오히려 높은 업무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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