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아이돌 '1인 기획사' 설립 붐 … "따로 또 같이 간다"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4. 1. 2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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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제니' '지수'
개인 법인 통해 솔로 활동
소속사 YG 아래서는 완전체
엑소 백현도 독립, 솔로·팀 병행
"스타 개인 브랜드 가치 높아져"
독립 레이블 '오드 아틀리에'를 차린 블랙핑크의 제니. 오드 아틀리에

K팝 아이돌 스타들이 '대표님'이 됐다. 10대 연습생 시절부터 몸담았던 둥지를 떠나 1인 기획사를 잇달아 설립하고 있다. 팀 브랜드를 유지하면서도 개인 활동에 집중하는 '따로 또 같이' 전략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K팝 스타 개인의 브랜드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도 팀을 유지하면서 개인 회사를 통한 개별 활동이 가능해진 이유다.

대표 주자는 블랙핑크다. 블랙핑크는 기존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를 통해 팀을 유지하기로 재계약을 맺었지만, 개인 전속 계약은 맺지 않았다. 대신 멤버들은 속속 개인 레이블을 통한 솔로 활동 소식을 전하고 있다. 데뷔 후 8년 차에 내린 결정이다.

먼저 멤버 제니는 지난달 24일 새 프로필 사진과 함께 레이블 '오드 아틀리에' 설립 소식을 알리며 "2024년부터 제 솔로 활동은 홀로서기를 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모친과 함께 설립한 회사로, 서울 이태원동에 스튜디오형 사무실을 차렸다. 소속 아티스트는 제니가 유일하다. 업계에 따르면 YG엔터에서 제니와 함께 일했던 매니저, 해외 공연 프로모터 등도 함께 이 회사로 이적했다. 제니는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녹음 스튜디오에서 유명 프로듀서와 함께 있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해 새 앨범 활동에 대한 기대도 높은 상황이다.

1인 기획사 '블리수'를 통해 배우 활동에 본격 나선 블랙핑크 지수. 비오맘

멤버 지수 역시 개인 레이블 '블리수'로 독립했다. 친오빠가 경영하는 영유아 건강기능식품 업체 '비오맘' 산하의 매니지먼트 본부 형식으로, 최근 경호·회계관리·디자인·수행기사 등 경력자 공개 채용 공고를 냈다. 우선 가족 회사를 통해 연예계 활동을 지원받는 것으로 보인다. 지수는 현재 드라마 '인플루엔자'를 촬영 중이며 영화 '전자적 독자 시점' 출연도 확정 짓는 등 배우로서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데뷔 12년 차 아이돌 엑소의 멤버 일부도 '창업'을 택했다. 백현이 차린 '아이앤비100(INB100)'은 백현 본인과 멤버 첸·시우민까지 3인을 지원한다. SM엔터테인먼트와 협의해 전속계약을 유지하되 개인 활동은 별도 진행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백현은 1~2월 서울·광주·부산 등에서 단독 팬미팅을 진행하고, 3월부터 서울 KSPO돔(옛 체조경기장)을 시작으로 아시아 13개 도시 투어 콘서트도 연다.

개인 회사 '아이앤비100'을 만들어 SM엔터테인먼트에서 독립한 그룹 엑소의 백현. INB100

또 다른 멤버 디오도 지난해 11월 SM과의 전속 계약이 종료되면서 엑소 팀 활동만 SM에서 하고, 연기·개인 활동 계약은 신생 회사로 이적했다. SM 매니저 출신 남경수 전 이사가 설립한 '컴퍼니수수'라는 회사다. '수수'는 남 전 이사와 디오의 본명 도경수에서 이름을 딴 것으로 알려졌다.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른 선택이지만, 아이돌 산업의 구조적 특성도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찌감치 원 소속사와 재계약을 마친 방탄소년단(BTS), 트와이스, 세븐틴 등의 그룹도 있지만, 업계에선 '7년 징크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완전체 재계약이 쉽지만은 않다. 표준계약서상 관행으로 자리 잡은 계약기간 7년 이후 팀이 흩어지는 사례가 많아서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팀이 10대 때부터 연습생으로 생활하고 데뷔 후에도 방송·공연 등 고강도 스케줄에 시달린다"며 "회사와 불화가 없더라도 더 이상 시간을 바쳐가며 팀 활동을 지속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따로 또 같이' 전략은 그룹 활동을 하는 동안 멤버 개개인이 성장한 이상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엔 멤버별로 서로 다른 명품 앰배서더로 활동하는 등 개인 브랜드 평판도 따로 순위가 매겨지기도 한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음악적 성향 차이로 회사와 결별하는 사례도 있지만 최근엔 아티스트 본인의 의지에 따라 다양한 경우가 있다"며 "소속사에 매여서 활동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개인의 가치가 커지기도 하고, 회사 시스템보다 개인이 스케줄을 운영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독립 회사나 다른 소속사로 흩어진 후 다시 뭉쳐 활동하기가 불가능하지만도 않다. 소녀시대도 각자 배우·가수 등으로 활동하며 윤아·태연·유리 등 일부 멤버만 원 소속사인 SM에 남아 있는데, 2022년에 15주년 앨범을 내는 등 팀 소속은 유지하고 있다. 팀 활동을 위한 별도 레이블을 차리는 경우도 있다. 인피니트는 지난해 5년 만에 완전체로 컴백하면서 리더 성규가 대표자로 '인피니트컴퍼니'를 만들었다. 슈퍼주니어도 은혁·동해 등 일부 멤버가 소속사를 옮겼지만, 원 소속사 SM 산하 별도의 '레이블 SJ'를 통해 완전체로 활동하고 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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