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고지' 다이어트는 틀렸다... "실패로 끝난다"

송무호 2024. 1. 25. 16:01
음성재생 설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송무호의 비건뉴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다이어트를 하려는 사람들은 참 혼란스럽다. 한쪽에선 탄수화물을 줄이라 하고, 다른 쪽에선 지방을 줄이라 한다.

사실, "탄수화물은 비만의 적"이라는 얘기처럼 어리석고, 비과학적인 선전은 없다. 왜냐하면 탄수화물은 우리 몸이 가장 선호하는 중요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방과 단백질도 에너지가 될 수는 있지만, 지방은 분해되면서 '케톤'이라는 산성 물질이 나와 몸에 부담을 주고, 단백질은 독성물질 암모니아가 나와 몸에 해롭다. 그러나 탄수화물은 대사 과정에서 에너지인 ATP를 생성하면서 물과 이산화탄소 이외에 다른 부산물을 남기지 않는다. 몸에 해가 없는 클린 에너지(clean energy)다 [1].

'저탄고지'(ketogenic diet, 탄수화물을 피하고 고지방 식품을 주식으로 한다) 다이어트는 1990년대 고기를 실컷 먹으면서 살을 뺀다는 말에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던 '황제 다이어트'의 변형이다. 단기간에 살을 어느 정도 뺄 순 있지만, 장기간 지속되면 지방과 단백질 과다 섭취로 인한 부작용(변비, 인슐린 저항성, 고지혈증, 지방간, 신부전, 신장결석, 담석증, 골다공증, 우울증, 동맥경화, 부정맥, 심근경색, 조기 사망)으로 건강을 망치고 지속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2,3,4].

따라서 탄수화물이 아니라 지방 섭취를 줄여야 살이 빠진다. 사실 지방은 기아(飢餓, hunger)에 대비해서 남은 에너지를 몸에 저장하는 수단. 오래 전 인류의 생존 방법이었기에 기아를 이제 걱정할 필요가 없는 현대인들은 지방을 많이 저장해 놓을 이유가 없다.

따라서 저지방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고기에는 단백질만 많은 게 아니라 지방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 저절로 살이 찌개 된다.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의 비만인을 5개 그룹(잡식, 세미채식, 페스코채식, 락토오보채식, 비건)으로 나누어 6개월간 다이어트 종류에 따른 체중 변화를 관찰한 결과, 완전 채식인 비건 그룹에서 가장 많은 체중 감소(평균 -7.5%)가 일어났다 [5].

* 그래프 출처: GM Turner-McGrievy, et al. Nutrition 2015

한 유명한 RCT(randomized controlled trial: 신뢰할만한 의학연구의 대표적인 방법) 연구에서 최고의 다이어트는 공장에서 가공된 음식을 배제한 '자연 상태 그대로의 채식'(whole-food plant-based diet, 자연식물식)이라 했다. 채식을 배부르게 먹으면서, 운동을 따로 안 했는데도 참가자들 평균 체중이 다이어트 시작 전 95kg에서, 3개월 뒤 86kg, 6개월 뒤 83kg으로 약 12kg 감량되었다.

식사량을 제한하지 않고 운동을 따로 추가하지 않은, 의학 논문에 보고된 그 어떤 다이어트 방법보다 채식은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6]. 또 환자 31명에게 육식을 완전 배제한 채식으로 배불리 먹게하고 체중 변화를 관찰한 결과, 단 4주 만에 평균 6%나 체중 감소가 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7].

따라서 당연히 채식인들은 날씬하다. 6만명을 대상으로 식습관과 BMI 관계를 조사한 연구에서 잡식인의 평균 BMI는 28.8로 비만 상태였고, 채식인은 23.6으로 정상이었다. 육식을 줄일수록 BMI는 감소되었다 [8].

채식하면 배부르게 많이 먹는데도 왜 살이 빠지고 날씬해질까? 여러 가지 기전이 있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칼로리 밀도'(Calorie density, 단위 부피당 칼로리)라는 개념이다.

채소와 과일은 부피에 비해 칼로리가 낮아 칼로리 밀도가 낮은 식품이고, 기름이나 치즈는 부피에 비해 칼로리가 높아 칼로리 밀도가 높은 식품이다. 칼로리 밀도가 낮은 식품은 수분과 섬유질 함량이 높아 많이 먹어도 칼로리가 적고, 포만감을 주어 살이 빠진다. 반면 칼로리 밀도가 높은 식품은 칼로리에 비해 부피가 작아 많이 먹게 되어 다이어트 실패의 원인이 된다 [9].

반면, 채식하면 배불리 먹어도 비채식인에 비해 하루 약 360칼로리를 덜 섭취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살이 빠지게 된다 [10].

그렇다면 '기적의 비만치료제'는?

요즘 유행하는 '기적의 비만치료제' 주사를 매일 맞아 얻을 수 있는 체중 감량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현재 한국에서 판매량 1위인 삭센다의 하루 최대 투여량인 3.0mg 사용 시 20주에 7.2kg 체중 감량이 되었다 [11].

(* 참고로 삭센다 주사제 1개 용량이 18mg이니 하루 3mg 사용 시 6일 분량 밖에 안된다. 삭센다 1개 가격이 10만원 정도이니 한달 약값으로 약 50만원 든다.)

주사 맞는 대신 채식하면 어떨까? 세계 최고의 학술지 중 하나인 '네이처'(Nature)에 실린 연구에 의하면 식사량 제한 없이, 운동 요구 없이, 채식만으로 체중 감소 정도를 시험한 결과 불과 12주에 7.5kg의 체중 감량이 되었다 [12].

놀랍지 않은가? 약값도 들지 않고, 양껏 먹고, 운동도 안 하는데 삭센다 보다 훨씬 더 좋은 성적이 나왔다. 믿을 수 없이 좋은 결과지만, 이게 과학이고 진실이다.

미국의 채식운동단체 '포크스오버나이브즈'('Forks over Knives)에는 채식으로 살을 빼고 병을 치료한 사람들의 스토리가 수없이 많이 올라와 있다.

* 사진출처: Forks over Knives

살을 빼고 건강을 되찾는 데는 채식이 유일한 답임이 수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다. 필자도 과거에 과체중, 당뇨, 통풍 환자였다가 채식 후 정상 체중이 되었으며 당뇨와 통풍이 완치되었다.

육식(고기,생선,우유,계란)과 가공식품(백미,흰빵,과자,음료수)을 멀리하고 자연이 만들어준 풍성한 식품(현미,과일,채소,감자,고구마,버섯,해조류,콩,견과류 등)을 복잡하게 칼로리 계산할 필요도 없이 그냥 마음껏 배불리 먹기만 하면 된다.

2~3일 지나면 변비가 없어지고 체중이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한다. 또 2~3주가 지나면 고지혈증, 당뇨, 고혈압이 개선된다. 2~3개월이 더 지나면 날씬하고 건강한 몸으로 다시 태어난다.

아직도 비만 탈출에 성공 못한 이유는 식탐이 많아서, 또는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잘못된 정보다. 문제는 음식이다. 오늘 당장 음식을 바꾸어 보자. 채식보다 강력한 다이어트는 이 세상에 없다.

"Why not?"(왜 안하는가?) 결과는 필자가 보장한다.

송무호 의학박사·정형외과 전문의

참고문헌

1. M Dashty. A quick look at biochemistry: carbohydrate metabolism. Clinical biochemistry 2013;46(15):1339-1352.

2. HC Kang, DE Chung, DW Kim, HD Kim. Early- and Late-onset Complications of the Ketogenic Diet for Intractable Epilepsy. Epilepsia 2004;45(9):1116-1123.

3. Noto H, Goto A, Tsujimoto T, Noda M. Low-Carbohydrate Diets and All-Cause Mortality: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Observational Studies. PLOS ONE 2013;14(2):e0212203.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212203.

4. M Mazidi, N Katsiki, DP Mikhailidis, et al. Lower carbohydrate diets and all-cause and cause-specific mortality: a population-based cohort study and pooling of prospective studies. Eur Heart J 2019;40(34):2870-2879.

5. GM Turner-McGrievy, CR Davidson, EE Wingard, et al. Comparative effectiveness of plant-based diets for weight loss: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of five different diets. Nutrition 2015;31(2):350-358.

6. N Wright, L Wilson, M Smith, et al. The BROAD study: A randomised controlled trial using a whole food plant-based diet in the community for obesity, ischaemic heart disease or diabetes. Nutrition & Diabetes 2017;7:e256. doi:10.1038/nutd.2017.3.

7. RS Najjar, CE Moore, BD Montgomery. Consumption of a defined, plant-based diet reduces lipoprotein(a), inflammation, and other atherogenic lipoproteins and particles within 4 weeks. Clin Cardiol 2018;41:1062-1068.

8. S Tonstad, T Butler, R Yan, GE Fraser. Type of vegetarian diet, body weight, and prevalence of type 2 diabetes. Diabetes Care 2009;32:791-796.

9. RS Najjar, RG Feresin. Plant-based diets in the reduction of body fat: physiological effects and biochemical insights. Nutrients 2019;11(11):2712.

10. K Thedford, S Raj. A Vegetarian Diet for Weight Management. Journal of the American Dietetic Association 2011;111(6):816-818.

11. A Astrup, S Rössner, L Van Gaal, et al. Effects of liraglutide in the treatment of obesity: a randomis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study. The Lancet 2009;374:1606-1616.

12. N Wright, L Wilson, M Smith, et al. The BROAD study: A randomised controlled trial using a whole food plant-based diet in the community for obesity, ischaemic heart disease or diabetes. Nutrition & diabetes 2017;7:e256.

송무호 의무원장 (mhsong21@hanmail.net)

Copyright © 코메디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