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소, 어떻게 찾았 소? 드론으로 찾았 소!

오윤주 기자 2024. 1. 25. 11:2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면사무소쥬? 지가 요런 부탁을 혀두 될런지 모르겄는디."

"집 나간지 벌써 열흘이 넘었어유. 한겨울이라 춥고 먹을 것도 없을 것인디." 잃어버린 소를 찾아달라는 안내면 방하목리 김태영(59)씨의 전화였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도망친 소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았다.

김씨는 "다른 집 축사에 들어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축협을 통해 '소를 발견하면 알려달라'는 문자메시지를 주변 농가에 보냈지만 허사였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옥천군 산림보호팀 김선병 팀장이 지난 24일 거멍산에서 발견한 소를 유인하려 하고 있다. 옥천군 제공
“면사무소쥬? 지가 요런 부탁을 혀두 될런지 모르겄는디….”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지난 23일 오후 충북 옥천군 안내면행정복지센터에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조심스럽고 주저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집 나간지 벌써 열흘이 넘었어유. 한겨울이라 춥고 먹을 것도 없을 것인디.” 잃어버린 소를 찾아달라는 안내면 방하목리 김태영(59)씨의 전화였다.

김씨가 소를 잃어버린 건 지난 12일 정오쯤이라고 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이웃한 안내면 도이리에서 구매한 소 12마리를 축사에 들이던 참이었다. 15개월 된 암소가 돌연 무리를 이탈해 달아났다. 김씨는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붙들 겨를이 없었다”고 했다.

일단 다른 소들을 축사에 몰아넣은 뒤 도망친 소를 찾아 나섰다. 마침 날이 풀리면서 얼었던 땅이 녹아 마을 길 곳곳에 소가 남긴 발자국이 또렷했다. 발자국은 마을 앞산으로 이어져 있었다.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상은 빗나갔다. 막상 산속에 들어가니 눈비탈에서 소 발자국을 분간하기가 쉽지 않았다. 몇 시간을 산 속에서 헤맸지만 허탕이었다. 겨울 해는 금방 졌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도망친 소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았다. 이튿날 이웃 주민들에게 도움을 청해 소를 찾아나섰다. 소가 달아난 방향의 야산과 주변 들판을 샅샅이 훑었지만 행방이 묘연했다.

다급한 마음에 주변 파출소와 축협에까지 연락했다. 김씨는 “다른 집 축사에 들어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축협을 통해 ‘소를 발견하면 알려달라’는 문자메시지를 주변 농가에 보냈지만 허사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23일 오후 면행정복지센터에 도움을 청했다. 김씨의 전화를 받은 직원이 옥천군청에 알렸고, 군 농업정책팀을 거쳐 산림보호팀까지 협조 요청이 들어갔다.

산림보호팀은 24일 보유하고 있던 드론을 띄워 소의 흔적을 뒤쫓기로 했다. 이날 오전 김씨의 축사를 중심으로 공중 정찰을 시작했다. 3~4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서대리 앞산 거멍산 기슭에서 덤불에 고립된 소를 발견했다. 김씨 축사에서 1.5㎞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안내면은 곧바로 비상연락망을 가동했다. 이장협의회·체육회·자율방범대·의용소방대 소속 주민과 공무원 등 30여명이 현장으로 달려나갔다.

예상 도주로를 차단하고 포획 작전에 돌입했지만, 소를 잡기는 쉽지 않았다. 한꺼번에 몰려든 사람들을 보고 놀란 소가 사력을 다해 몸부림치기 시작한 것이다. 김선병 산림보호팀장 지휘 아래 포획조가 소를 마을 방면으로 몰았고,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오후 5시30분쯤 마침내 소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탈주 12일 5시간30분만이었다.

김씨는 “40년 넘게 소를 키웠지만, 이런 녀석은 처음이다. 열흘 이상 굶고 폭설에 혹한까지 겹친 날씨에 야생에서 이렇게 생생하게 버티고 있다는 게 놀랍다”고 했다. 노재호 안내면 산업팀장은 “김씨가 너무나 간곡하게 부탁하니 비상연락망을 가동해서라도 소를 찾고 싶었다. 모두 자기 일처럼 나서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