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조의 아트홀릭] 어제 먹은 과자가 예술작품? 한국 팝아트 대표 작가의 ”더 매치“

2024. 1. 25. 09: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글 : 정승조 아나운서 ■ '앤디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쿠사마 야요이' '팝아트' 하면 떠오르는 거장들이지요. 1950년대 영국에서 시작됐고 1960년대 미국에서 확장된 팝아트. 팝아트는 일상과 연결되며 하나의 문화로 생활 속에 녹아있는데요. 전설적인 밴드 비틀즈(The Beatles)의 앨범 커버가 팝아트 작가의 작업물이듯 말이지요. 그렇다면 K - 팝아트는 어떤 모습일까요. 이를 느낄 수 있는 전시가 한창입니다. 바로 한국 팝아트의 대표 두 작가를 조망한 전시 "2023 타이틀 매치 이동기 vs. 강상우"인데요. 정승조의 아트홀릭은 '2023 타이틀 매치 이동기 vs. 강상우" 전시를 기획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권혜인 학예연구사'를 만났습니다.   ▮ 아트홀릭 독자들께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23 타이틀 매치 "이동기 vs. 강상우"를 기획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학예연구사 권혜인입니다. 반갑습니다.

기자간담회 전경, 왼쪽에서 두 번째 권혜인 학예연구사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 "2023 타이틀 매치 이동기 vs. 강상우".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대표 연례전 타이틀 매치의 10주년 전시지요.  맞습니다. 2023 타이틀 매치 "이동기 vs. 강상우"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는 연례전 타이틀 매치의 10번째 에디션입니다.   역량 있는 두 작가의 실험적 2인전을 타이틀 매치라는 구성으로 풀어내고 있는데요. 매년 이 정도 규모의 2인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흔하지 않아 늘 많은 기대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매번 다른 방식의 매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올해는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회화 기반 작가 두 분을 초대했습니다.  ▮ "이동기", "강상우" 두 작가를 초대한 이유가 있을 텐데요. 사실 재작년 미술계에서 조각에 대한 주목이 이뤄졌고요. 작년에는 회화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었는데요. 리얼리즘과 추상이라는 회화의 큰 흐름 사이에서 미술사를 자유롭게 참조하고요. 진지한 실험과 위트있는 태도를 가진 한국적 팝을 다시 정의해볼 계기가 필요했습니다.  한국에서 팝아트나 옛 대중매체 이미지, 회화 같은 고전적 매체는 레트로하거나 올드하거나, 뻔하고 상업적으로 여겨지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이 두 작가가 탐구해 온 대중 매체에서 발생한 조형과 무의식, 사회적 현상을 이번 전시를 통해 만난다면,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해 옛것을 진부하게 만드는 소비 사회에서 발전 중심적 사고를 깨뜨리는 두 작가의 작품 세계를 발견할 수 있을 테고요. 이미지와 매체는 언제나 새로울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 흥미롭네요. 전시 구성에 각별히 신경쓰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그간 부분적으로만 조명됐던 두 작가의 작품 세계를 분석해 종합적으로 재구성하는데요. 두 작가의 신작을 통해 경계의 확장과 돌파를 시도함으로써 대중매체 이미지 실험의 과거와 현재를 그려냅니다.  1여 년간 이동기, 강상우 두 작가와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누며 제작된 신작과 대표작, 그리고 미공개작 등 총 120여 점의 작품을 1, 2층 전시실 전관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1층 전시장은 이동기 작가의 작품이 선보이는데요. 1988년작부터 2023년작까지 30년이 넘는 기간을 한 눈에 보실 수 있습니다.  아토마우스를 비롯해 '더블비전', '추상화', '낱말들', '절충주의' 시리즈까지 이동기의 작품 세계를 떠받치는 주요 작품들로 구성했습니다. 또한 미술관 밖에서 비 관객과 해프닝을 일으킨 작품의 일부를 다시 제작한 작품까지 총망라하는 첫 전시인데요. 특히 두 개의 AI를 활용해 회화의 근간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신작과 함께 미공개작인 '황색 회화'를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공개합니다. ▮ 2층에서는 강상우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더군요. 이곳은 그간 대중매체에서 포착한 이미지들을 다룬 다채로운 조형 실험의 궤적을 중심으로 회화 20점과 조각·설치 32점, 그리고 창작의 원천이자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드로잉과 영상 등으로 구성됩니다.  이에 더해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들은 평면과 입체,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고 중첩되는데요. 이는 기존의 작은 입체에서 공간으로 규모를 확장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각 경험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 작가에 대한 질문도 드려볼게요. 이동기 작가하면 '아토마우스'가 떠오릅니다.

이동기, 아토마우스 Atomaus, 2017, 캔버스에 아크릴릭, 140×170cm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이동기 작가는 1980년대 말 대학 시절부터 작품에 만화 이미지를 도입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요. 1993년 겨울 아톰(Astro Boy)의 머리와 미키마우스(Mickey Mouse)의 얼굴을 결합한 ‘아토마우스’를 만들게 됐습니다.  당시 한국 사회는 미국과 일본 문화로부터 큰 영향을 받고 있으면서도 그로부터 비롯된 일종의 혼란과 복잡성을 내재하고 있었는데요. 아토마우스는 서로 다른 두 영역을 섞는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작품이고요. 작가는 이렇게 이질적인 문화들이 융합되어가는 현상이 근대적인 ‘카테고리’ 개념을 급진적으로 파괴하는 동시대적인 모습으로 느껴졌다고 합니다.  ▮ 그렇다면 '아토마우스'의 특별함은 뭘까요? 아토마우스의 특별함은 만화, 영상, 회화 등 여러 매체와 미술사, 정체성, 장소를 가로지르며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담아낼수 있다는데 있습니다.  아토마우스는 사회적 무의식을 포착하고요. 저급하게 여겨졌던 만화를 회화에 본격적으로 도입함으로써 미술의 위계와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져온 작가의 오랜 실험들의 뿌리이자, 끝나지 않은 모험을 예비하는 한국 미술계의 특별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죠.  ▮ '강상우 작가'의 작품 세계도 눈길을 끌어요. 날것 그대로의 모습도 느껴지고 익숙한 장면들도 있고요. 

강상우, 몽실통통 1,2, 2015, 석분 점토, 종이 판지에 오일, 색 목탄, 목재, 스티로폼, 스틸, 230×160×40cm, 170×47×34cm, OCI 미술관 소장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강상우 작가는 대중 매체 이미지가 상징하는 강력한 사회적 욕망이나 압력에서 개인이 어떻게 자신을 지키고 작가로서 작품 세계를 펼칠 것인지 보여줍니다.  그 방법으로 작가는 작가 개인의 추억이나 1970년대부터 현재의 대중매체에 이르기까지 광고, 만화, 영화, 뮤직비디오 등의 사회적 이미지 중 익숙하면서 낯선(Uncanny) 이미지를 포착합니다.  작가는 이렇게 건져 올린 이미지를 3차원 입체로 구현하면서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속내와 뒷모습을 깨닫게 하는 한편, 우리가 결국 매체라는 프레임 안에서 사고하고 있음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또한 작가는 사회적 역할이나 기능, 유능함에 대한 압력에 맞서는 하찮음, 탈락한 것들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하는데요.  대중 매체로 접하는 이미지들은 스크린을 통해 매끈하게 시각적으로 전달되지만, 강상우 작가는 이 이미지들을 수공성을 살려 재현하면서 곧 부서질 것만 같은 위태로움과 실재의 허약함을 느끼게 합니다. ▮ 이야기를 듣다 보니 "두 작가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뭘까?" 궁금해지네요.   두 작가는 대중 매체 이미지를 차용하되 ‘차용한 것을 차용’하거나 ‘하찮고 연약한 뒷모습’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우리를 둘러싼 광경(Spectacle)을 재구성해요.  사회적인 무의식과 시각성에 대한 관심, 기이한(Uncanny) 조형에 대한 감각적 촉수를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이들이 주목한 익숙하면서도 낯선 조형은 당시 사람들의 무의식과 조형 감각을 강력하게 드러냅니다. 이런 조형의 지속적 노출은 우리가 사회적 무의식을 인지하게 되는 계기가 되지요.  또한 두 작가는 새로운 매체를 사용하기보다 회화와 조소 같은 전통적인 매체를 사용하는데요. 이 세계가 점차 발전한다거나 새로운 것이 더 좋은 것이라거나 새로운 것을 하는 작가가 더 휼륭하다라는 선형적 발전 논리에 대한 회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 차이점도 있을 텐데요. 어떤 점이 그런가요.

이동기, 꽃밭, 2010, 캔버스에 아크릴릭, 100×160cm, 개인 소장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이동기 작가의 작업은 텔레토비 꽃동산을 연상시키는 아주 매끈한 수공의 캔버스 표면을 보여줍니다.  작가는 캔버스 표면 뒤에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는데요. 그러면서 단번에 작품의 의미나 작가의 의도, 존재를 포착할 수 없도록 작업합니다.  작가와 주체, 관객의 해석이 작가에게는 중요한 지점이죠.  

강상우, Leftover, 2017, 혼합재료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이에 비해 강상우 작가의 작품은 마치 딩동댕 유치원의 거친 세트나 신데렐라의 호박 마차를 연상시킵니다.  강상우 작가는 화려한 앞면과는 다른 세트 뒷면을 자꾸 노출시키고요. 작가 머릿 속 기억 창고에서 생생했던 이미지를 건져 올리자 눈앞에서 풍화되었음을 보여줍니다.  강상우 작가에게는 기억에서 이미지를 실재화하고자 하는 강력한 동기 자체가 중요하지요.   결국 대중매체 이미지라는 비슷한 소재를 활용하지만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개념의 세계로 나아가는 이동기 작가의 세계와 방구석에서 꾸는 백일몽처럼 현실에 붙들려있는 강상우 작가의 세계는 대중매체 이미지를 사용하는 한국적 팝이라는 측면에서 양 끝의 스펙트럼을 그려내는 것 같습니다. ▮ 전시작 중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품을 하나씩 꼽아본다면요.  

이동기, 가상정신병, 2019, 캔버스에 아크릴릭, 100×100cm, 가상정신병, 2023, 시트지에 디지털 프린트, 가변크기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이동기 작가 작품 중에는 아마 전시장 초입의 '가상정신병'이 가장 사랑받고 있지 않나 싶은데요.  전시라는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통로로서 4면에 100x100cm 사이즈의 원작을 변형 확장시켜 새로운 공간적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다양한 얼굴의 아토마우스를 관찰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작품의 소실점을 향해 날아가거나 튀어나오는 것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어본다면 더 활동적으로 작품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상우, 홍익볼, 2023, 스티로폼에 카드보드지, 석분점토, 모델링, 퍼티, 아크릴릭, 에폭시, 73×250×135cm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강상우 작가의 작품 중에서는 신작 '홍익볼'을 가장 재미있어 하십니다.  남녀노소 모두 알고 있는 홍익볼을 모티브로 해서인 것 같아요. 사실 이 작품은 작가가 홍익대학교 회화과에 재학 중이었던 1997년에 해태제과의 홈런볼 포장지 디자인을 평면 회화로 해석했던 작품을 입체화의 방법으로 복각한 작품입니다.  당시 교수님이었던 고(故) 이두식 작가가 상단부에 배트를 들고 오른쪽 하단부의 작가에게 “옷 잘 입도록”이라는 말씀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작가’가 된 지금 보내는 제도권 미술교육에 대한 농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감상자들과 공통적인 시대, 문화적 코드를 공유하고 그때의 정서를 환기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작품 표면에 홍익대학교 개교년도, 당시 홈런볼 가격이 복원되어 있습니다. ▮ 기억나는 에피소드 있으세요? 전시 준비 과정에서 말이지요. 이동기 작가의 작품은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만 미술관 밖에서 관객들을 만났던 작품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북서울미술관도 공공 미술관으로서 회화 작품이 공공의 영역에 들어갔을 때 어떤 화학 작용들을 일으켰었는지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당시 지하철 벽화는 스프레이 테러를 당했었고, 버스에 부착되었던 수배자 전단 작품은 불법 부착물로 철거 소동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중 일부를 작가가 다시 그래픽 디자이너와 작업하고 출력함으로써 회화의 경계와 위계를 다시 한번 실험하고 있습니다.

이동기, 서브웨이 코믹스트립, 2023, 시트지에 디지털 프린트, 가변크기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 개인적으로 애정이 가는 작품도 있으실텐데, 어떤 작품인가요.  

이동기, 거울 속의 남자, 2023, 캔버스에 아크릴릭, 200×200cm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신작으로 제작된 이동기 작가의 '거울 속의 남자'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저희는 시각 예술이지만 언어 철학에 기반하고 있는 이동기 작가의 작품 세계를 어떻게 확장할까 고민했는데요. 언어기반의 객체(인간이 아닌)인 AI와 함께 작업해보기로 했습니다.  "거울 속의 남자"는 이동기 작가가 필립 K. 딕 (Philip K. Dick)의 SF 소설이자 영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1982)의 원작이 되는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1968)를 주제로 수백개의 AI 이미지를 만든 다음, 이를 작가의 손으로 직접 회화로 옮긴 작품입니다.  작가는 AI의 창작자로서의 주체, 내면에 대해 고찰하고 있습니다.   ▮ "2023 타이틀 매치 이동기 vs 강상우"가 아트홀릭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는지, 더불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이번 전시는 여러 세대 특히 40~50대 남성분들도 기억을 떠올리며 즐겁게 보실 수 있는 전시입니다.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대중 매체에서 많이 본, 빤한 이미지라고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실제로 전시장에서 물감과 질감을 느끼면서 이 작품들을 보면 진짜 회화의 매력을 얻어가실 수 있습니다. 여러 감각이 즐거워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각각 30년, 20년에 달하는 작품 세계를 총망라한 두 작가의 작품 세계에 푹 빠져보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현대 미술을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전시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2023 타이틀 매치 이동기 vs. 강상우"  장소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2024.03.31) / 관람료 : 무료 / 휴관 : 매주 월요일 (사진 제공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정승조 아나운서 /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방송인으로 CJB청주방송, TBN충북교통방송에서 활동 중이다

Copyright © CJB청주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