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 교향곡의 저주’ 피하지 못하고… 끝내 미완성으로 남긴 명곡[이 남자의 클래식]

2024. 1. 2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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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말러 ‘교향곡 제 10번’
베토벤 등 ‘9번’ 완성 뒤 죽자
‘9번 교향곡’이라는 표제 대신
제목을 ‘대지의 노래’로 붙여
‘10번 교향곡’ 작곡하다 타계
죽기전 ‘폐기하라’ 유언 남겨

구스타프 말러(1860∼1911)는 ‘9번 교향곡의 저주’를 피하고자 안간힘을 썼다. 베토벤을 비롯해 슈베르트, 드보르자크, 브루크너 등의 작곡가들이 ‘9번 교향곡’을 작곡한 뒤 세상을 떠났기에 말러는 자신의 9번째 교향곡의 ‘9번 교향곡’이란 제목을 ‘대지의 노래’란 표제로 대신할 정도였다. 하지만 말러 역시 ‘9번 교향곡’의 저주를 피할 수 없었던 것일까. 1911년 말러는 자신의 ‘10번 교향곡’을 미처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야 말았다.

1910년 여름 말러는 알프스의 휴양지 토블라흐에서 ‘교향곡 10번’을 작곡했다. 또 동시에 다가올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릴 자신의 ‘교향곡 8번’의 초연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당시 말러의 부인 알마는 요양차 오스트리아 그라츠 근처의 토벨바트에 머물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그녀는 젊은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를 만나게 되고 알마는 유부녀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밀애의 시간을 보낸 알마는 말러가 자신의 50번째 생일을 혼자 보낸 지 일주일이나 지나서야 토블라흐에 도착했다. 그리고 7월이 저물어 가던 어느 날, 알마의 내연남 그로피우스는 알마에게 편지 한 통을 부친다. 그로피우스의 실수였는지 계획된 의도였는지 겉봉에 적힌 수신인은 알마가 아닌 ‘음악감독 말러’였고, 봉투를 열어 자신에게 온 편지가 아닌 알마에게 부치는 연서임을 알게 된 말러는 경악했다. 충격에 휩싸인 말러는 알마에게 추궁했지만, 알마는 자신이 한 여인으로서 얼마나 외롭고 불행한지를 토로하며 오히려 남편의 강압과 무관심을 원망했다. 하지만 얼마 후 더 심각한 사건이 터졌다. 알마의 답장을 기다리지 못한 그로피우스가 급기야 토블라흐로 찾아왔고 결국 세 사람 사이의 삼자대면이 이뤄졌다.

말러는 그 자리에서 알마에게 자신과 그로피우스 중 한 사람을 선택할 것을 요구했고, 알마는 순간의 불장난을 뉘우치며 말러의 곁에 남기로 한다. 어떻게든 말러는 다시 부인 알마의 마음을 얻고자 노력했다.

말러는 당대 최고의 의사이자 정신분석학자였던 지크문트 프로이트를 찾아가 상담했고 알마가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깊이 깨닫게 됐다. 그럼에도 말러는 사건이 벌어졌던 1910년 여름 이후로는 도무지 작곡에 집중하지 못했고, 결국 ‘교향곡 10번’의 1악장 이외 나머지 악장은 불완전한 상태로 남긴 채 1911년 5월 18일, 5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말러는 유언으로 자신이 미처 완성하지 못한 ‘교향곡 10번’의 악보를 폐기해달라고 당부했지만, 알마는 유언을 따르지 않았다. 알마는 둘째 딸의 남편 에른스트 크레네크에게 미완성인 말러의 ‘교향곡 10번’을 연주할 수 있게끔 정리해달라 부탁했고, 말러의 추종자였던 알반 베르크도 이에 동참하여 ‘교향곡 10번’의 1악장과 3악장이 1924년 빈 필하모닉에 의해 초연됐다.

이후 이 미완성 교향곡은 오랫동안 기억 속에 묻혀 있다가 영국의 음악학자 데릭 쿡(1919∼1967)에 의해 나머지 악장들도 모방 작곡법에 따라 완성됐다. 데릭 쿡은 “나의 작업은 완성이라든가 재구성이 아닌 ‘연주할 수 있도록’ 또는 ‘악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겸손하게 답한 바 있다. 거기에 덧붙여 ‘미완성으로 남겨진 악보는 단순한 스케치가 아닌 온전히 전체 모습을 갖춘 레이아웃’이며 ‘교향곡 10번’의 완성은 오직 말러에 의해서만 이뤄질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 말러의 ‘교향곡 제10번’

1910년 여름 짧은 기간 동안 작곡되었으며 그 이듬해인 1911년 5월 말러의 죽음으로 인해 미완성으로 남겨졌다. 하지만 다른 미완성 작품과는 달리 교향곡의 전체적인 뼈대는 남아있었기에 사실상 모든 음악적 악상은 완성된 상태로 보고 있다. 전체 5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964년 데릭 쿡의 완성본 버전으로 이후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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