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학교의 기적, 공간이 바뀌니 학생이 늘었다[르포]
노후화된 건물, 그린스마트스쿨 사업으로 탈바꿈
경기교육청, 2028년까지 154개교 공간 재구조화 추진
[화성=뉴시스] 박종대 기자 = "학교가 너무 예쁘게 바뀌어서 그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다."
24일 오전 11시, 경기 화성시 비봉면 청룡초등학교 1층 스마트광장에 들어서자 중앙에 키즈카페에서 볼 법한 알록달록한 색깔의 푹신한 소파가 곡선 형태를 배치돼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사무용 공간에 배치된 획일적인 일자형이 아닌 원과 삼각형, 네모 등 각양각색 외형의 소파였다. 그 좌석들 사이에 간단한 음료나 소지품을 올려놓을 수 있는 간이 테이블이 곳곳에 놓여져 있었다.
이곳은 학생과 교직원들이 함께 쓰는 공용공간으로 휴식을 취하면서도 아이들이 VR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체험장으로도 활용된다.
학생들이 스마트광장 양쪽 벽면에 설치돼 있는 대형 모니터 2대를 통해 가상현실로 즐기는 풍선 터트리기, 공 넣기, 권투 등 게임성을 가미한 체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VR스포츠 기기가 설치됐다.
이곳은 기존에 학교 건물 1층을 오가는 주출입구이자 중앙현관으로 지어졌던 공간이다. 1949년 개교한 청룡초는 그동안 학교 건물이 노후화돼 2023년 1월부터 12월까지 그린스마트스쿨 조성사업에 따른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시야를 답답하게 보이게 만들었던 중앙현관 한쪽 벽면을 헐면서 공간을 확장했다.
그 결과, 키즈카페나 테마파크에서 즐길 수 있는 체험형 스포츠 시스템과 장비가 구축돼 언제든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면 이를 즐길 수 있는 놀이형 교육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학생들은 오는 3월 신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이같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학교 측은 건물 후관 3층에도 이러한 기기를 추가로 늘릴 계획이다.
이처럼 농촌지역에 위치한 소규모 초등학교에 성장기 아동의 정서 함양과 창의성 발달에 유익한 시설이 들어오자 신입생 모집에 어려웠던 학교에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학구 바깥의 취학예정 아동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이 학교는 비봉면과 봉담읍 일부 지역이 학구로 정해져 있다.
지난해의 경우 이 학교에 입학한 신입생은 5명으로, 모두 학구 내에서 취학한 아동들이다. 전교생은 병설유치원 유아 6명까지 포함해도 29명에 불과했다.
학교 측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인근 학구 밖 아파트단지와 유치원을 잇따라 순회하면서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해 그동안 진행해온 그린스마트스쿨사업 추진 경과와 교육과정을 안내하는 유인물을 배부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벌였다.
이후 지난해 12월 13일 교내에서 학부모와 자녀들을 대상으로 자세한 학교 정보를 알려주기 위한 설명회를 열면서 새롭게 달라진 학교 내부시설을 공개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올해 청룡초에 입학 예정돼 있던 신입생은 1명에 불과했지만, 그린스마트스쿨 조성사업 이후 남양읍 등 학구 바깥에서 총 8명을 추가 모집에 성공했다. 이 학생들이 모두 그대로 입학하면 전교생이 35명(유치원생 4명 포함)으로 늘어난다
학교 측은 학구 바깥에 위치한 학생들의 통학 편의를 위해 스쿨버스 1대를 등교시간에 2개 코스로 나눠 운영한다. 학교에서 적게는 7㎞에서 멀게는 15㎞까지 떨어져 있지만, 스쿨버스 운행을 통해 최대한 안전한 등교를 책임질 계획이다.
학구 바깥에서 입학을 희망하는 신입생 9명 가운데는 특수교육 대상 아동 2명도 포함돼 있다. 학교 측은 2021년부터 학부모와 학생, 교직원, 지역사회 간 그린스마트스쿨 조성사업을 진행하면서 특수학급을 비롯한 일반학급과 도서관, 과학실, 보건실 등 학교 내 모든 공간을 새단장했다.
교실에는 분필가루가 날리지 않고 실시간으로 필요한 자료를 화면에 띄우거나 학생들과 소통을 나눌 수 있는 전자칠판을 도입했다.
기존에 설치돼 있던 나무침틀과 낡은 교실수납장, 사무함도 철거하고 1, 2학년은 교실에 온돌바닥을 넣었다. 창문도 따뜻하고 시야가 트인 이중창으로 이뤄졌으며 교실 뒤편에는 아이들이 수업과 수업 사이의 휴게시간에 즐길 수 있는 놀이공간으로 꾸몄다.
친환경 색채가 나는 학교 건물로 조성하기 위해 나무 소재도 적극 사용했다. 학급 명패부터 교실 문과 계단 등 실내 곳곳에 나무 재질의 자재를 쓰면서 과거처럼 딱딱한 느낌의 건물이 아닌 따뜻한 공간으로 변화했다.
기존 중앙현관에서 지상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밑에 어두컴컴했던 공간은 책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로 재탄생하는 등 한 톨의 버려지는 공간이 없도록 세심하게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새학기부터 남양읍에서 자녀를 신입생으로 보낸다는 학부모 문보라씨는 "학생 수가 아무래도 다른 학교보다 적을 수는 있지만, 현장학습이나 체험활동이 많을 것 같아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돼 청룡초 입학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은숙 청룡초 교장은 "작은 학교의 장점을 살린 우수한 교육과정을 운영해 학생들이 매우 즐겁게 학교생활에 임하고 있지만, 노후화된 건물 개선이 시급해 그린스마트스쿨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앞으로 학생들이 그린스마트스쿨로 새로워진 학교에서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 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부터 오는 2028년까지 도내 154개 학교에서 '공간 재구조화 사업'을 추진해 노후화된 건물을 재정비한다. 기존 '그린스마트스쿨'을 '공간 재구조화' 사업으로 명칭을 바꾸면서 40년 이상 경과 학교에 1조7800억원을, 40년 미만 학교에 4500억원 등 총 2조2300억원을 투입한다.
앞서 도교육청은 그린스마트스쿨을 통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128개 노후 학교를 사용자 중심의 공간으로 개축 또는 리모델링을 완료했다.
도교육청 공유택 학교공간조성담당관은 "교육공동체의 자율적 참여와 협력을 통해 미래 교수·학습 환경을 구축하겠다"며 "학생의 성장을 담은 학교공간으로 재구조화해 학생이 행복하고 꿈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경기교육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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