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선택은 없어." 어른에게 전하는 위로 ‘힘내, 두더지야’ [지금, 이 그림책]

정자연 기자 2024. 1. 2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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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연 제공.

 

우리가 살아가며 늘 자신과 마주하는 질문이 있다. 어떻게 하지, 어떤 게 나을까, 뭐가 나을까.

길을 걷다가도 식당을 선택할 때도, 취업을 할 때도, 인생에서 큰 결정을 내릴 때도 무수히 많은 고민과 그에 따른 선택과 결과를 수용하며 살아간다. 어쩌면 삶은 선택과 그에 따른 길을 걸어가는 그 속에 펼쳐지는 지도 모른다.

이소영 작가의 ‘힘내, 두더지야’(글로연 刊)는 왠지 속상하고 힘 빠지는 시기를 지나는 이들에게 ‘우연’의 응원을 보내는 그림책이다.

주인공은 숲속 마을에서 아주 큰 당근을 키우길 바라는 두더지와 상담가인 사슴벌레다. 그 둘은 제각각의 일상에서 좌절을 맛본다. 두더지는 수확한 당근이 너무 작아 하나도 팔지 못해 힘이 빠져 그만 눈물을 흘리고, 사슴벌레는 상담에 만족하지 못한 친구들이 돌을 던져 턱이 부러진 채로 기운없이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서로 알지 못하지만 힘든 시기를 보내는 이 둘은 우연히 만나고, 사슴 벌레는 두더지의 당근 주스를 마시며 훌륭한 맛에 감탄한다. 늘 계획에 맞춰 일하는 두더지에게 사슴벌레는 나뭇가지를 돌려 우연의 결정으로 이어진 길을 걸어가고, 사슴벌레와 함께 걸으며 진정한 자신의 의지를 찾게 된다. 사슴벌레 역시 달라진 두더지를 보며 힘을 얻는다.

“내가 선 길이 편한 길이든 어려운 길이든, 우리는 우리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선택하게 돼있지 않을까.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하든 나의 선택이고, 그 과정이 힘들지라도 결과는 결국 이로울거다. 힘내자!”

이야기는 프랑스에 머물다 귀국해 미래에 대한 불안과 여러 고민을 안고 있던 작가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이기도 했다.

이소영 작가. 본인 제공

작가가 오랫동안 태어나고 자라온 서울 종로구 부암동은 그에겐 익숙했지만, 아이들은 처음 한국살이를 하는 곳이었다. “이길로 가면 뭐가 나오지? 저기로 뭐가 나올까?, 어디로 가야하지?”

아이들의 대화와 고민을 듣자 생각이 번뜩 들었다.

전화 인터뷰에서 이 작가는 “인간의 경로를 알고 있는 신이 있다면 ‘쟤는 저기로 가네’ 하며 재밌게 보고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는 어느 길로 갈지 모르고 어떤 목적지에 따라 나올 결과를 두려워 하기도, 설레어 하기도 하는 데 이런 우연의 선택에서 종착지엔 어떤 길에 닿을지 운명의 장난같은 이야기를 녹여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현재 어려움을 겪는 사슴벌레와 두더지. 두 친구는 우연히 만나 새로운 길을 걷는다. 때론 어렵고 고난도 만나지만 결국 자기 안의 힘이나 에너지를 끝까지 끌어올리는 계기가 된다. 지금 자신만의 문제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는 어른이 있다면 뭉클한 감동과 함께 왠지 모를 힘을 얻게 한다.

강렬한 색을 사용하는 이 작가는 이번 신간엔 파랑을 상징 색채로 사용해 글과 그림을 더욱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크레파스와 색연필로 그림 그림을 모노프린트로 완성한 푸른 밤의 숲은 불안한 둘의 마음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고, 짜릿하게 떠나는 밤 산책은 더 설레게 느껴진다.

작가의 전작 ‘괜찮아, 나의 두꺼비야’(2022년 刊)에서 친구를 사랑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던 두꺼비로 등장했던 ‘빨강이’를 다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책은 그림과 글이 ‘따로’ 논다. 작가는 두 친구의 대화만 텍스트로 제시하고, 설명은 그림으로 표현하는 편집을 사용해 두더지와 사슴벌레가 산책하며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고, 생각과 마음을 꺼내놓는 과정을 드러냈다.

그 둘의 여정은 어렵고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그 누군가에게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힘내, 괜찮아, 그건 최고의 선택이었고, 잘 될거야. 잘하고 있어.”

값 1만8천원.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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