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몰려드는 이민자들, 미국 정치권이 해결할 수 있을까

심영구 기자 2024. 1. 2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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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퍼민트] (글: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뉴스페퍼민트 NewsPeppermint

"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글: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라는 말은 식상하지만, 엄연한 사실이기도 합니다. '원래 미국인'이란 표현은 아메리카 원주민이 아닌 한 성립하지 않습니다. 당장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일랜드계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났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어머니는 스코틀랜드에서,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는 독일에서 건너온 이민자 집안 출신입니다.

미국 이민의 역사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재밌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시대에 따라 이른바
[ https://www.cato.org/policy-analysis/brief-history-us-immigration-policy-colonial-period-present-day ]'백인의 범주'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20세기 초까지 미국에 건너오는 이민자 대부분은 유럽 출신이었습니다. 미국의 인종 구성 가운데 백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금의 미국보다 훨씬 더 높았는데, 오늘날 센서스에서라면 백인으로 집계할 '같은 백인' 내에서도 출신 국가 등에 따라 타자화가 일어났고, 엄연한 차별이 있었던 겁니다. 예를 들어 100년 전만 해도 이탈리아계 이민자는 백인으로 취급받지 못했으며, (출신 국가는 제각각이던) 유대인을 향한 차별과 혐오가 사그라든 건 그보다도 더 최근의 일입니다.
[ https://www.jstor.org/stable/25594974 ]

미국 사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인종이자, 엄연히 기득권을 쥔 백인의 범주는 보통 새로 유입되는 이민자의 규모와 속도에 따라 바뀝니다. 특정 국가 출신이나 특정 인종의 이민이 빠르게 늘어나 인구 구조가 바뀌면 자연히 관계가 다시 설정되기 마련이죠. 흔한 일은 아니지만, 정치적인 상황이나 환경이 이 잣대에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특히 미국이 공격받았거나 전쟁을 벌일 때가 그런데, 1940년대 일본이 진주만을 공습한 뒤 (많지 않았지만) 미국 내 일본계 이민자들의 향한 차별이 그랬고, 9.11 테러 이후에는 미국에 사는 아랍 국가 출신 이민자들이 수시로 난처한 상황에 처하곤 했습니다.

지난 10여 년으로 한정해 보면, 미국의 이민 문제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집단은 단연 라티노 이민자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미국과 국경을 접한 멕시코부터 남으로 쭉 이어지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미국으로 건너오는 라티노 이민자들은 피부색과 언어, 문화 등이 (백인이 중심이 된) 미국과 달라서 미국 사회에 어울리거나 공존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이민자들은 대부분 참담한 경제 상황을 피해 더 나은 삶을 꿈 꾸며 미국에 오는데, 미국으로서는 너무 많은 이민자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상황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이민에 필요한 요건이 규정돼 있지만, 이를 지킬 수 없어 필요한 서류를 다 갖추지 못한 채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미승인 이민자"도 적지 않습니다.

라티노 이민자 유입에 대비하지 못했던 미국 정치권

라티노 이민자들은 꾸준히 미국으로 유입됐습니다. 이민자가 너무 많아 문제가 된 게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란 뜻입니다. 나라 경제가 붕괴해 국민들이 잇따라 삶의 터전을 등지고 떠난 베네수엘라의 경우처럼 외부적인 요인도 있지만, 미국으로 오려는 이민 수요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높아진 상황에서도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이민자 문제를 정쟁의 소재로 삼은 채 시간을 허비한 정치권의 잘못도 큽니다.

실제로 미국의 이민법은 꾸준히 늘어나는 라티노 이민자의 유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전혀 대비하지 못했습니다. 법이 계속 발의돼 상원과 하원 중 한 곳을 통과했지만, 거기까지였죠. 이민 문제에 관한 견해 차를 갈수록 좁히지 못한 민주당과 공화당에 이민은 차라리 정쟁의 소재로 삼는 편이 나은 문제가 돼버렸습니다.


[ https://premium.sbs.co.kr/article/zB30l-eZ7gA ]
▶ 뉴욕타임스 칼럼 보기 : 미승인 이민자 막기 위한 논의가 '정치적 수렁'인 이유
[ https://premium.sbs.co.kr/article/S50fEzMDzNQ ]
 

최근 들어 대통령과 상, 하원의 다수당이 모두 같은 단점정부(unified government) 상황은 오바마 대통령 집권 첫 2년(2009~2011)과 트럼프 대통령 집권 첫 2년(2017~2019),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 집권 첫 2년(2021~2023)이 있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의료보험 보장 대상을 확대하는, 이른바 "오바마케어"를 추진하는 데 주력하느라 이민 문제가 자연히 뒤로 밀렸습니다. 그러다 오바마 집권 2기인 2013년에 상원이
[ https://en.wikipedia.org/wiki/Divided_government_in_the_United_States ]이민법 개혁안을 냈지만, 공화당이 다수당이던 하원의 반대에 가로막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입만 열면 라티노 이민자를 범죄자로 몰아세워 비방하는 데만 몰두했지 의회와 머리를 맞대고 이민법을 만드는 데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단점정부였던 첫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침체된 경기를 살리는 데 치중해야 했습니다. 또 인프라 재건 등 바이든이 내건 공약에서도 이민자 문제는 뒷전이었던 데다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군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제 정세가 복잡해지면서 민주당이 다수당이던 의회와 바이든 대통령은 이민법 개혁안을 처리할 기회를 또 놓쳤습니다.
[ https://www.congress.gov/bill/113th-congress/senate-bill/744 ]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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