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허 이태준 전집' 1차분 출간…전 14권 완간 목표

김용래 2024. 1. 2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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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 문학 정수 담긴 단편모음 등 4권 먼저 출간
조카 김명열 교수 "모든 게 외숙 덕분…은혜 조금 갚은 느낌"
열화당이 출간한 '상허 이태준 전집' 1차분 [열화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한국 근대문학의 거두로 손꼽히는 상허(尙虛) 이태준(1904~?)의 작품세계 전체를 아우르는 전집이 전 14권을 목표로 출간된다.

이태준 문학의 진수가 담긴 단편소설들에서부터 그가 남긴 모든 장편과 일본어로 쓴 글, 번역문, 좌담과 평론문에 이르기까지 상허의 문학세계 전반을 포괄하는 기획이다.

출판사 열화당은 '상허 이태준 전집' 1차분 4권을 최근 출간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1차분은 단편을 모은 제1권 '달밤'을 비롯해, 중편소설·희곡·시·아동문학을 엮은 제2권 '해방 전후', 장편소설 '구원의 여상'과 '화관'을 묶어 수록한 제3권, 장편 '제이의 운명'까지 모두 네 권이다.

첫 번째 권은 상허가 생전 스스로 "내 생활에 다소 가치가 있었다면 그 가치의 화폐가 곧 이 단편들이라 해 마땅할 것"이라고 했을 만큼 자신 있어 했던 단편들이다.

'한국 단편소설의 완성자'로 불렸던 이태준의 단편 55편을 이 한 권에 모두 담았다. 1925년 시대일보에 발표한 그의 등단작 '오몽녀'(五夢女)와 대표작 '달밤'을 비롯해, 처음 공개되는 '동심예찬'까지, 근대화와 식민지 현실에서 방황하는 인간상과 그들의 순박한 성품, 그리고 작가의 이들에 대한 연민을 읽을 수 있다.

올해 1차분이 나온 '상허 이태준 전집'은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4차에 걸쳐 전 14권이 완간될 예정이다.

수필과 기행문을 모은 산문집 '무서록', 문장의 감각적 사용과 근대적 작법을 강조해 문장론의 고전으로 꼽히는 '문장강화'는 물론, 평론과 좌담·번역문 모음까지 출간된다. 2028년 나올 제14권에서는 상허가 작품들에서 사용한 어휘들을 예문과 함께 정리하는 것으로 전집이 마무리된다. 어휘집까지 기획한 것은 오늘날 사멸됐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우리말 어휘를 많이 구사했던 이태준의 작품들이 우리말의 보고(寶庫)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번 전집 편찬은 상허의 조카(여동생의 아들)인 원로 영문학자 김명열(84) 서울대 명예교수로부터 시작됐다.

남한에 남아있는 상허의 유일한 혈육인 김 교수는 정년퇴임을 하고 나서 2015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외삼촌의 원고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미 국내에 이태준 전집이 여러 종이 존재하고 작품 대부분이 개별 출간된 상황이지만, 원전을 확정하는 것이 책무로 느껴져 새 전집 편찬에 나섰다고 한다.

상허는 최초 발표본이 나온 이후 단행본이나 선집 수록본 등 재발표본에 따라 개작을 많이 했는데, 이번 전집은 1946년 8월 월북 이전의 마지막 판본이 작가의 최종의도가 반영됐다고 보고 이를 원전으로 삼았다.

성북동 자택 수연산방 앞에선 이태준(1940년대 초) [열화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 교수는 '감사의 글'에서 "어려서부터 외숙의 글을 읽으면서 문학에 뜻을 품게 됐고 그것이 문학 공부로 이어져서 결국 문학 교수로 퇴임했으니 이 모두가 외숙의 덕분"이라면서 "이번에 이 전집을 펴냄으로써 그 은혜를 조금 갚은 느낌"이라고 했다.

이번 전집에는 상허가 1946년 8월경 월북한 뒤 발표한 글들은 제외됐다. 그러나 열화당은 월북 후의 작품들도 상허와 그의 시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문헌이므로 추가로 정리할 기회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김 교수도 "문학은 그에게 생명처럼 소중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그가 북에서 숙청당한 후 겪었을 가장 가슴 아픈 일 중 하나는 그의 작품이 철저히 제거된 점일 것이다. 앞으로 길이 남을 이 전집의 출간이 외숙의 그 한을 풀어드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적었다.

이태준은 단편소설뿐 아니라 장편, 희곡, 시, 아동문학, 문장론, 평론 등 여러 방면에서 글을 남긴 우리 근대기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이다.

일본 유학을 거쳐 1925년 단편 '오몽녀'로 등단하며 작가의 길로 들어선 뒤 문학동인 '구인회'에 참여하며 창작과 언론·출판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다 1946년 8월경 월북, 1950년대 중반 숙청당했다.

사망 시기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월북 후 작품으로는 기행문 '소련기행', 장편 '농토', 단편집 '첫 전투' 등이 있다.

열화당. 1차분 4권. 각 권 490~698쪽.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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