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일터도 추워”…‘피할 수 없는’ 강추위와 사투 벌이는 서민들 [뉴스 투데이]

박유빈 2024. 1. 24.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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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 영하 20도’에도 생계 이어가
핫팩·마스크… 방한용품 총동원
“거리 한산해 붕어빵도 안 팔려”
배달기사들은 주문량 늘어 분주
추위 피할 곳 없는 쪽방촌 주민들
공용화장실에 모여 몸 녹이기도
주 후반까지 맹추위 기승 부릴 듯
“서울 영하 13.9도(체감온도 영하 21.7도), 대전 영하 12.3도(〃 영하 16.3도), 광주 영하 6.4도(〃 영하 9.8도), 부산 영하 7.2도(〃 영하 11.3도).”
칼바람에 중무장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올겨울 최강 한파가 몰려온 23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야외 노동자들이 칼바람을 맞으며 작업하고 있다. 얼굴을 목도리로 감싼 한 환경미화원(왼쪽 사진)이 거리를 청소하고, 한 건설현장에서는 건설근로자(가운데 사진)가 힘겹게 작업하고 있으며, 서울 용산구의 한 거리에서 택배기사가 택배를 옮기고 있다. 남정탁 기자
23일 전국적으로 역대급 추위가 맹위를 떨쳤다. 시민들은 살을 에는 듯한 강추위에 패딩 모자를 뒤집어쓰고 목도리와 귀마개, 장갑으로 중무장했지만 ‘춥다’는 말을 연발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도 추위에 발을 동동 굴렀고, 핫팩이나 따뜻한 음료를 손에 쥐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추위로부터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쓴 시민들도 많았다. 이날 오전 9시 서울 서대문역을 빠져나온 김모(30)씨는 “오늘 춥다는 예보를 봐서 아침에 핫팩을 챙기고 오랜만에 마스크도 썼다”며 “근데도 집에서 나올 때 너무 추워서 ‘러시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낮에도 기온이 영하권에 머무르면서 음식점에는 배달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성동구 한 음식점 직원 이모(29)씨는 “날이 추워 어제부터 식당으로 찾아오는 사람은 줄고 배달이 평소보다 많아졌다”며 “추울 때면 확연히 배달이 많아진다”고 전했다.

상인들은 ‘최강 한파’를 원망했다. 중구에 위치한 서울중앙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김현숙(68)씨는 연신 추위에 다 얼어붙은 생선을 떼기 위해 칼등으로 얼음을 깼다. 김씨는 “이렇게 날이 추우면 다 얼어서 미끄러지고 손질하기 어렵다”며 “오리털 바지와 외투를 입고 완전무장하고 나왔는데 추워서 손님도 없다”며 골목을 쳐다봤다. 두 점포에 한 곳꼴로 문을 열지 않았다. 김씨는 “추워서 쉬는 점포들”이라고 설명했다. 서초구에서 붕어빵을 판매하는 김모(42)씨도 “그냥 나오지 말까 생각했지만 일하러 나왔다”며 “추운 날씨에는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않아 매출이 30% 정도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서울 체감온도 영하 20도로 강추위를 기록한 23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동파 방지를 위해 틀어놓은 물이 얼어 고드름이 맺혀 있다. 최상수 기자
강추위에 쪽방촌 풍경도 달라졌다. 영등포구 쪽방촌 인근 공터에는 평소라면 거리에 나와 있었을 이들이 추위를 피해 공용화장실로 몰렸다. 한 쪽방촌 주민은 손 건조기를 연신 작동시키며 추위를 달랬다. 쪽방촌 주민 홍모(64)씨는 “골목에 세탁기가 나와 있는 집이 더러 있는데 동파로 빨래를 못 한다”며 “겨울철 화장실 변기 물이 얼어붙는 건 쪽방 주민에겐 일상이고 이럴 땐 집 화장실을 못 쓰고 공용화장실·목욕탕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외에 야외 근무가 기본인 옥외노동자는 추위에 더 취약했다. 영등포구에서 주차관리일을 하는 김모(43)씨는 “휴게 부스가 있지만 차가 계속 들어오는데 내내 있긴 어렵다”며 “그나마 부스도 없는 곳에서 일하는 분들은 인근 상가에서 서서 잠깐씩 몸을 덥힌다고 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주로 강남 일대에서 배달을 한다는 한모(29)씨는 “이런 날엔 넘어져도 더 크게 다친다”며 “염화칼슘이 뿌려지지 않은 골목길을 달릴 땐 혹시 눈에 안 보이는 얼음을 밟고 미끄러질까 온몸을 긴장하게 된다”고 했다.

추위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평소보다 더 주의를 기울이는 자영업자도 있었다. 인천에서 차량정비소와 세차장을 운영하는 유모(58)씨는 “바퀴 등에 나사를 조일 때 에어 콤프레서를 이용한다“면서 “(그런데 이렇게 추운) 겨울철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나사가 헐겁게 조여지는 경우가 있어 더 신경을 쓴다”고 웃어보였다. 그는 “퇴근할 때는 세차장에 있는 호스에 부동액을 넣어 얼지 않게 하고, 출근해서는 뜨거운 물에 보관한다”고 덧붙였다.
최강 한파가 이어진 23일 서울 용산구의 한 골목길 계단이 꽁꽁 얼어 붙어 있다. 이번 추위는 목요일인 오는 24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뉴스1
평소에는 추위가 다른 지역 얘기 같던 부산도 이날은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7.2도까지 떨어졌다. 부산 직장인 조성우(30)씨는 “부산은 특히 비교적 따뜻한 지역이라 장갑이나 목도리 같은 방한 의류를 평소에 구비해 놓지 않았는데 오늘은 급한 대로 핫팩이라도 챙겨 나왔다”며 “바람이 불지 않는 역사 안도 추워 지하철 기다리는 게 힘들었고 최대한 야외활동을 피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번 추위는 주 후반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24∼25일에도 전국에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 특히 경기북부와 강원 및 경북 산지 등은 영하 15도 이하로 떨어진 상태가 계속되겠다. 26일쯤이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낮 기온은 영상권을 회복하는 정도로 기온이 오르겠다.

박유빈·조희연·안경준·윤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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