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건설 동남아로 간다] ①‘대중교통’ 빈약한 마닐라에 ‘남북철도’ 뚫는 현대건설… “中건설 떠난 자리 메웠다”

마닐라(필리핀)=조은임 기자 2024. 1.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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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 외곽서 통근수단 거의 없는 상황
현대건설, 마닐라 남북철도 다수 구간 수주
양어장 매립 부지에 철도교량 놓는 공사
필리핀 중점 사업… 대통령 “FULL SPEED AWAY”
완공 후 하루 35만명 출퇴근 전망

동남아에서는 ‘K건설’ 열풍이 불고 있다. ‘맨 땅에 헤딩’ 하듯 진출해 기술력을 입증해 온 시간이 축적되면서다. 싼 값으로 밀어붙이던 중국이 주춤하는 사이에 우리나라 건설사에 기회가 왔다. ‘기회의 땅’을 개척하는 우리나라 건설인들을 필리핀, 베트남에서 직접 만나봤다. [편집자주]

지난 16일 필리핀 마닐라 남북철도 N2 제1공구 현장을 양어장 건너편에서 바라본 모습. 현대건설은 제1공구 현장을 비롯해 다수의 구간을 수주해 시공하고 있다./조은임 기자

지난 16일 오전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서 빌딩숲을 거쳐 고속도로를 한 시간 반 가량을 달리자 비포장 도로에 들어섰다. 덤프트럭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며 현장이 가까워졌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마닐라 북부인 아팔릿(Apalit) 지역에 있는 HMD JV 현장사무실. 현대건설과 현지회사인 메가와이드(Megawide), 동아지질이 컨소시엄을 이뤄 마닐라 남북철도 N2구간의 제1공구를 짓는 현장이다. 16.92km에 달하는 철도교량을 세우는 대형 공사이기에 현장에 나와있는 현대건설 직원만 30명이다. “마닐라에 남북철도를 놓는 공사는 필리핀 정부의 중점 사업입니다. 한국 건설사 상당수가 참여해 필리핀 수도의 인프라를 만들고 있는 것이죠.” 이용정 현대건설 현장소장의 말이다.

필리핀은 대중교통이 없다시피 하다. 일명 툭툭이(트라이시클)라 불리는 소형 삼륜, 사륜차, 지프니(소형 버스), 소규모의 시외버스가 대중교통 수단의 전부다. 현장으로 이동하는 중에도 툭툭이 안에 십여명이 바싹 붙어앉아 이동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마닐라 외곽에서 마닐라로 통근하는 수단은 전무해 대부분이 차량을 이용해 통근을 해야 한다. 출퇴근 시간이면 마닐라 시내에서 외곽까지 두 세 시간이 소요된다. 2022년 당선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FULL SPEED AWAY’를 외치며 교통 인프라 확충에 사활을 걸었다. 스페인 강점기 시절인 100여 년 전 깔렸던 노후 철도를 걷어내며 남북철도를 깔게 된 배경이다.

지난 16일 방문한 필리핀 마닐라 남북철도 N2 제1공구 현장. 현장사무소 바로 옆에 콘크리트 제작장이 있다./조은임 기자
지난 16일 방문한 필리핀 마닐라 남북철도 N2 제1공구 현장. 현장사무소 바로 옆의 제작장에서 교량 가장 윗부분에 놓일 세그먼트(segment)가 제작되고 있다. 완성된 세그먼트의 모습./조은임 기자

현대건설 현장사무실은 직원 숙소는 물론 거대한 규모의 제작장과 야적장까지 갖추고 있다. N2 제1공구는 마닐라 중부의 말롤로스(Malolos)와 미날린(Minalin)을 연결하는 구간으로, 양어장을 매립해 부지를 형성한 곳이다. 규모가 큰 만큼 현장 내에 콘크리트 제작을 위한 배치플랜트와 철근 제작장, 세그먼트(segment) 제작장, 그리고 완성된 세그먼트를 쌓아두는 야적장까지 갖추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 곳 뿐만 아니라 남부구간(SC)의 4, 5, 6공구를 수주해 공사를 하고 있는데, 그 곳에서도 제작장과 야적장을 마련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시멘트를 공급받아 현장에서 배치플랜트를 사용해 바로 콘크리트를 생산할 수 있다”면서 “대형 현장인 데다 운반에도 시간이 올래 걸려 현장에서 생산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했다.

PSV 공법으로 만들어진 기둥-세그먼트의 단면./현대건설 제공
지난 16일 필리핀 남북철도 N2 제1공구 현장 기둥의 모습. 완성된 기둥 위에 세그먼트가 올라가게 된다./조은임 기자

공사는 지반에 기초 말뚝(Bored Pile)을 박은 뒤 말뚝 캡(Pile Cap)과, 기둥(Pier), 기둥머리(Pier Head)를 올린 뒤 사다리꼴 모양의 세그먼트를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PSV(Precast Segmental Viaduct) 공법이다. 세그먼트 위에 바로 철로가 놓이게 된다. 공사를 진행하는 구간에 강이 나타나면 곧바로 공법을 바꾼다. 물 속에 기둥을 박기가 어려운 만큼 기둥과 기둥 사이를 길게 잡아가는 BCM(Balance Cantilever Bridge) 공법을 적용한다. 기둥 위에 동바리를 양쪽으로 걸어 팔을 벌려가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고속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리의 형태다. 현대건설은 17km에 달하는 구간에 역사도 두 곳 짓는다. 아팔릿(Apalit), 칼럼핏(Calumpit)에 각각 2층, 3층으로 만든다.

현대건설은 아직 개발도상국인 필리핀의 현장이지만 각종 환경 규제에 대해 특별히 신경쓰고 있다. 이번 남북철도 공사는 발주처는 필리핀 교통부로, 아시아개발은행(ADB) 차관을 재원으로 진행된다. 필리핀은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재임 이후로는 중국 차관 대신 ADB, 월드뱅크(World Bank) 등 글로벌 재원으로 각종 인프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건설사들도 다수가 들어와 있다가 철수했다. 최근 3년 간은 현대건설을 필두로 한 한국 건설사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이번 공사는 차관 직속의 매니저가 결재를 맡고 있어 다른 동남아 국가보다 의사결정도 빠른 편이다.

이번 공사는 2026년 12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마닐라에 남북철도가 깔리게 되면 통근 시간은 절반정도로 줄게 된다. 열차가 시속 160km 달리면서다. 공사 중에는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가 2만5000명, 공사 후에도 약 14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현장소장은 “하루에 35만명이 통근 열차를 이용해 통근시간을 단축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필리핀 인프라 공사에서 한국 기업들이 석권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 16일 필리핀 마닐라 남북철도 N2 제1공구의 아팔릿(Apalit) 역사 시공현장./조은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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