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서 감귤 따고 포차서 소맥 한잔···"한국인처럼 즐겨요"

제주=김지영 기자 2024. 1.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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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외국인 제주관광 트렌드
단체관광 대신 삼삼오오 개별여행 급증
가성비 따지며 찐 한국체험에 지갑 열어
제주 드림타워, K푸드·뷰티·아트 '성지'
음식·화장품·미술작품 韓콘텐츠 한곳에
올 중화권 관광객만 100만명 유치 목표
제주 드림타워의 38층에 위치한 K푸드 레스토랑 '포차'
제주시 애월읍 해변가에서 중화권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경제]

11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노형동 제주드림타워 38층의 ‘라운지38’. 비수기지만 많은 중화권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마시고 있다. 제주도 내 최고 높이의 건물로 제주 시내 전경과 공항 뷰를 즐길 수 있는 명당이다. 제주도 내 5성급 호텔로 1박 40만 원대에 판매 중이다.

다음 날 제주드림타워 뒤편에 위치한 중국 음식점에는 정오가 되기 전부터 20~30대 중화권 관광객 15명이 줄을 서며 기다렸다. 자장면 3000원, 탕수육 7000원으로 다른 중국집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이미 중화권 관광객 사이에서 필수 방문지로 입소문이 난 이유다.

외국인 관광객의 제주 관광이 바뀌고 있다. 단체보다 개별로 와 가성비를 따지면서 동시에 한국적인 것을 체험하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제주 관광 업계는 중국 최대 명절인 2월 춘절(중국의 설날)을 기점으로 ‘봄바람’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중국에 기반을 둔 한 여행사는 중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샤오홍수에서 제주 시내 카페를 중국인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여행사가 제주국제공항에서 애월 무지개해안도로, 협재해수욕장과 함께 중간중간 가볼 만한 카페 2~3곳을 넣어 추천 코스로 소개했다. 이 카페는 이미 인스타그램 등에서 내국인 관광객에게 ‘사진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다. 한국인과 똑같은 장소에서 먹고 마시기 원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수요를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12일 이 코스에 소개된 카페 인근에서 중국·대만·홍콩·싱가포르 등에서 온 관광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싱가포르에서 온 한 관광객은 “제주로 일주일간 여행 왔다”며 “인스타그램에서 사진만 보고 주택가 너머 숨어 있는 작은 카페를 갔는데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롯데관광개발(032350)이 제주드림타워에 각종 한국적 콘텐츠를 모아 제공하려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제주드림타워는 뷰가 가장 좋은 복합 리조트의 최고층인 38층에 K푸드 레스토랑인 ‘포차’를 운영하고 있다. 제주드림타워 3층에는 K뷰티 전문 편집 매장인 ‘드림뷰티’가 문을 열고 외국인 손님맞이에 나섰다. 이 매장은 해외에서 인기 있는 국내 뷰티 브랜드 31곳의 600여 개 제품을 판매한다. 제주드림타워 곳곳에 걸려 있는 미술 작품들 또한 모두 한국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음식, 화장품, 미술 작품 등 외국인 관광객이 체험하고 싶어할 한국적인 콘텐츠를 모두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가성비를 따지는 MZ세대를 겨냥한 움직임도 제주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제주중앙지하상가에 위치한 한 로드숍에서는 아예 일본인·중국인·태국인에게 인기 있는 제품 5개를 선별해 안내하고 있다.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약국에서는 지난해 아예 중국어로 인기 약품을 소개하고 대폭 할인해주는 행사도 진행했다.

지난해 말 제주관광공사가 샤오홍수·더우인 등 중국 SNS에서 활동하는 유명 여행 인플루언서들을 제주로 초청해 팸투어를 진행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이들은 아르떼뮤지엄, 스누피가든, 무민랜드 등 개별 관광객이 선호하는 신규 관광지를 방문하고 관련 정보를 SNS에 올렸다.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이 단체보다 개별 관광을 선호하는 흐름이 짙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한 남성 관광객은 “인도네시아로부터의 직항이 없지만 제주에 오고 싶어 서울을 거쳐 친구들과 여행 왔다”며 “3박 4일 일정으로 제주 시내 곳곳을 구경하다 가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70만 7015명이었다. 전년 대비 718%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내국인 관광객은 8.2% 줄었다. 내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틈을 외국인 관광객이 채워주면서 2년 연속 전체 관광객이 1300만 명대를 기록할 수 있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해외로 떠나는 내국인 관광객들이 많을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가 외국인 관광객의 제주 유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제주관광공사는 올해 제주를 찾는 중화권 외국인 관광객 100만 명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장 2월 춘절 연휴가 첫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인바운드 여행사에서는 정저우 등 중국 2선 도시에서 전세기로 제주에 오는 상품을 출시해 모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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