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표고버섯 저온피해 ‘심각’…“올겨울 소득없어 막막”

장재혁 기자 2024. 1. 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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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 재배농가 중 80%
까맣게 썩고 말라 출하 포기
농작물재해보험 대상 포함
국비 지원 등 대책마련 촉구
전남 장흥군 유치면에서 강경일 정남진장흥농협 조합장(오른쪽부터)과 박상현·김달중씨가 저온피해로 검게 변한 표고버섯을 살펴보고 있다.

“노지에서 재배하는 표고버섯은 겨울과 봄 두차례 수확하는데 저온피해 때문에 겨울 수확을 다 망쳐버렸어요. 올해 수확량의 절반이 말라 죽었는데 보상받을 길이 없어 막막합니다.”

표고버섯 주산지인 전남 장흥에 대규모 저온피해가 발생해 농가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노지표고버섯은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어서 농가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상황이다.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추진과 국비 지원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장흥군 유치면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박상현씨(64)는 원목 3만5000본에서 연평균 2t을 수확한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저온피해를 입는 바람에 올겨울에는 아예 출하를 못했다. 박씨의 창고에는 썩은 것처럼 까맣게 말라버린 표고버섯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는 “12월 중순까지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버섯이 잘 자라고 있었는데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면서 수확하기도 전에 말라버렸다”며 “부랴부랴 따냈지만 출하할 만한 품질이 안돼 전부 폐기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12월 중순까지 낮 기온이 20℃를 넘으며 이례적으로 따뜻한 날이 이어지면서 표고버섯이 빠르게 자랐는데, 연말에 한파주의보가 내리는 등 갑작스레 기온이 떨어진 데다 비까지 이어지면서 마르고 썩는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평균기온이 가장 높았던 날과 가장 낮았던 날의 기온차는 20.6℃로 기상관측 이래 가장 컸다.

비단 박씨만의 일이 아니다. 군에 따르면 지역 전체 표고버섯농가 223곳 가운데 120곳, 표고목 185만4000여본에서 저온피해가 발생했다. 전체 재배농가의 절반 이상이 피해를 봤고 피해액은 7억4300만원으로 추산된다.

군 관계자는 “장흥은 노지재배가 활발한 지역이라 피해가 더 컸다”고 말했다. 군 전체 표고버섯농가 가운데 67.3%(150곳)가 노지재배를 한다.

저온피해는 당장 출하량 감소로 이어졌다. 정남진장흥농협(조합장 강경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후 표고버섯 경매가 끊겼다.

강경일 조합장은 “보통 11∼12월에 세번 정도 경매를 진행하는데 지난해엔 11월에 한번 한 뒤로는 표고버섯이 없어 중단됐다”며 “평년에 비해 올겨울 출하량이 60% 이상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수확량 감소는 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2주 정도 남은 설 선물세트 수급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배 정남진장흥농협 상무는 “버섯이 다시 자라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봄까지는 수확량 감소 추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지난해 봄에 수확·건조해 저장해둔 물량이 있어 이번 설 선물세트 출하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가들은 2차피해도 우려하고 있다. 봄 수확을 정상적으로 하려면 말라버린 버섯을 다 따줘야 하고, 따낸 버섯은 폐기해야 하는데 모두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박씨는 “봄에 수확하려면 말라버린 버섯을 다 따줘야 하는데 인건비가 부담스러워 손을 못 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피해 농가들은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지표고버섯은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어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없다면 농가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저온피해로 1.5t가량 손해를 본 김달중 정남진장흥농협 표고버섯작목회장(60)은 “겨울에 수확한 표고버섯을 팔아 얻은 소득으로 봄에 필요한 원목·인력 등에 투자하는데, 올해는 소득이 없어 농사를 짓기 부담스럽다”며 “기후변화가 일상화된 만큼 재해보험 가입과 국비 지원 등의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장흥군은 재해대책으로 융자지원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노지표고버섯은 농가에 따라 재배 방식이나 표준 수확량 등의 차이가 커 재해보험 기준 상정이 쉽지 않다”며 “3월 농업정책보험금융원 현장조사 때 보험 가입 대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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