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20℃, "수도관 터졌어요" 눈뜨자 난리…"뜨거운 물 부으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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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특보가 발효된 23일 낮 2시쯤 서울 강서구 가양동 한 아파트 2층.
서울시설공단 상수도지원처 강서계량기교체반 소속 김용원 주임(47)은 얼어붙은 수도관을 녹이기 위해 헤어드라이어를 찾았다.
김 주임이 이날 찾은 아파트는 한강변에 위치해있는 데다 복도식 설계로 계량함이 외부에 노출돼있다.
김 주임은 수도관에서 계량기를 분리해 교체했지만 이것만으로 작업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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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드라이어 있어요? 없으면 핫팩이라도…"
한파특보가 발효된 23일 낮 2시쯤 서울 강서구 가양동 한 아파트 2층. 서울시설공단 상수도지원처 강서계량기교체반 소속 김용원 주임(47)은 얼어붙은 수도관을 녹이기 위해 헤어드라이어를 찾았다. 뜨거운 물을 부으면 관 내부가 터지고 토치 따위로 불을 갖다대면 내부 고무 패킹이 녹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김 주임이 찾은 집에는 헤어드라이어가 없었다. 김 주임은 "핫팩이라도 없느냐"고 물었지만 집 주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강서구 기준 낮 최고기온은 영하 7도, 체감온도는 영하 11.5도의 추운 날씨였지만 김 주임은 자신의 주머니에 있던 핫팩 두 개를 수도관 양쪽에 각각 양보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이틀째 한파특보가 이어지며 동파 신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중앙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서울과 인천 등 전국 수도 계량기 및 수도관 등 수도시설 동파가 58건 발생했다가 복구됐다. 수도계량기 교체반 직원은 "얼지 않게 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강조했다.
김 주임이 이날 찾은 아파트는 한강변에 위치해있는 데다 복도식 설계로 계량함이 외부에 노출돼있다. 김 주임은 "여기는 한강 근처라 바람이 강해 수도관이 얼기 쉽다"고 했다. 바람이 강하게 불수록 외부에 열을 빨리 뺏기기 때문이다.
김 주임이 수도 계량함을 열고 내부에 쌓인 보온재와 옷가지를 걷어내자 수도 계량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도 사용량을 알려줘야 하는 계량기의 숫자는 멈췄고 그 위에 덮인 유리는 파손돼있었다. 수도관이 얼어붙어 이를 녹인다고 경비원이 뜨거운 물을 붓는 바람에 계량기 내부가 터져버린 것이다. 하지만 계량기가 터지지 않았더라도 인입관(수도사업소에서 물이 들어오는 관)과 옥내관(계량기를 거친 물이 건물로 들어가는 관) 모두 얼어버렸기 때문에 교체는 불가피했다.
김 주임은 수도관에서 계량기를 분리해 교체했지만 이것만으로 작업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계량기 앞뒤로 연결된 관이 모두 얼어붙어 있으면 무용지물이다.
김 주임이 헤어드라이어를 찾은 것은 이 때문이다. 김 주임은 "(경비원처럼) 뜨거운 물을 부어 급하게 녹이면 관이 다 터진다"고 했다.
계량기를 교체하고 수도관을 녹이는 사이 김 주임의 손은 얼어붙었다. 영하 10도 안팎의 날씨에 장갑, 귀마개, 목도리는 물론 패딩 바지에 방한 신발까지 신었지만 손에는 목장갑 뿐이었다. 공구를 만지고 계량기를 교체해야 해서 두꺼운 장갑은 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김 주임은 손을 비벼가며 교체 작업을 이어갔다.
김 주임은 "천천히 녹으면 물이 나올 것"이라고 주민을 안심시키며 길을 나섰다. 김 주임은 "물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들 감사해하니 뿌듯한 일"이라며 다음 작업 장소로 향했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김온유 기자 on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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