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보다 잠드는 우리 아이…1시간마다 수학성적 4점씩 떨어집니다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지혜진 기자(ji.hyejin@mk.co.kr) 2024. 1. 2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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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기기 사용시간 늘수록 성적 ‘뚝뚝’
디지털교과서 도입 앞두고 부작용 우려
기초부족한데 기기의존 커지면 ‘역효과’
“중독 막고 기본개념 익힌 뒤 쓰게 해야”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수업시간에 데스크톱·노트북·태블릿 등 디지털 기기를 많이 쓸수록 수학 성적이 낮다는 연구가 나왔다. 원인으로 수학기초가 부족한 상태에서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는 것 등이 지목된다. 정부가 내년부터 디지털 기기 활용이 필수적인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는 가운데,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2022 결과를 통해 본 디지털 리터러시’를 분석한 ‘2023년 디지털 교육백서’ 보고서에서 “학습 활동과 여가 활동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이 늘어날 때 학생들 수학 성취도가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OECD가 지난해 12월 5일 발표한 PISA 2022 결과를 바탕으로 이같이 분석했다. PISA는 만 15세 학생들의 읽기·수학·과학 소양의 성취·추이를 국제적으로 비교하고 성취 간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3년 주기로 시행되는 국제 비교 연구다.

보고서에 따르면 학습 활동에서 하루 디지털 기기 활용 시간이 1시간 늘어날 때 한국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 점수는 3점씩 하락했다. OECD 평균(2점)보다 낙폭이 더 컸다. 여가 활동에서는 수학 점수가 더 많이 떨어졌지만 OECD 평균보다는 낮았다. 여가 활동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이 1시간씩 늘어날 때 한국은 4점씩 하락했지만, OECD 평균은 5점이었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장은 “수학에 대한 기본 개념이 잡히지 않은 채 디지털 기기를 수학 수업에 이용하면 오히려 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휴대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에 빠졌을 때 일의 우선순위를 구분하기 어려워하고, 중독에 더 쉽게 빠진다”며 “수업에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게 무조건 능사는 아니다”고 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성경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연구실 팀장은 “수업 시간이나 잠잘 때 디지털 기기를 켜두고, 디지털 기기가 없으면 불안감을 느끼는 등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학생일수록 수학 성적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디지털 기기 의존도가 높을수록 수학 성취도 점수가 낮아지는 경향도 나타났다. 수업 중 디지털 기기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앱 알림을 켜둔다고 답한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수학 성취도 점수가 27점 낮았다. OECD 평균은 켜둔다고 답한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17점 낮았다. 잠잘 때 알림을 켜두는 학생도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수학 성취도 점수가 낮았다. 한국은 켜두는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16점, OECD는 10점이 낮았다.

보고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진이 PISA 2022 내 학생 설문 결과 중 ‘학습 활동 및 여가 활동에서 디지털 자원의 사용 시간’ 등을 분석해 썼다. ‘디지털 자원’은 교육용 소프트웨어· 디지털 학습 도구·데스크톱·노트북·태블릿 등을 포함한다.

한국 학생들이 하루에 노트북과 태블릿 등 디지털 자원을 이용하는 시간은 OECD 평균보다 대체로 길었다. 한국 학생들은 학교 학습 활동에 디지털 자원을 하루 2.2시간(132분) 쓰는 것으로 나타나 OECD 평균(2시간)보다 0.2시간(12분) 더 길었다. 한국 학생들이 주말 중 학습을 위해 디지털 자원을 이용하는 시간도 2.3시간(138분)으로, OECD 평균(1.6시간)보다 0.7시간(42분) 길었다. 주말 여가 활동에 디지털 자원을 사용하는 시간도 한국 학생들이 4.4시간(264분)으로 OECD 평균(3.9시간)보다 0.5시간(30분) 길었다.

디지털 기기가 수업 집중도에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는 내년부터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교육부는 내년 3월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공통과목(통상 1학년 때 이수) 수학·영어·정보 교과에서 AI 디지털교과서로 수업한다는 방침이다. 수학은 2026년 초5~6, 중2, 2027년 중3까지 순차 도입한다. AI 디지털교과서는 태블릿PC를 등 디지털 기기를 통해 구동된다. 최수일 센터장은 “외국에서도 보통 초등학교 5학년은 돼야 계산기를 처음 사용할 수 있게 한다”며 “디지털 기기의 장점도 있기 때문에 디지털 기기 사용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겠지만, 수학의 기본 개념을 익힌 다음에 디지털 기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양정호 교수도 “디지털 기기를 수업에서 활용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추세이지만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에 노출되면서 공부에 방해받을 정도로 빠져들게 되는 것에 대한 대안은 분명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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