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한동훈 손 잡고 '어깨 툭'...함께 열차 타고 화해

민동훈 기자, 박종진 기자, 박소연 기자, 안채원 기자 2024. 1. 2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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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 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4·10 총선에 나설 후보 공천 문제 등으로 촉발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 갈등이 22일 봉합됐다. 이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나 현장을 같이 돌아보며 대책을 논의한 뒤 전용 열차로 함께 상경했다. 한 위원장은 "대통령에 대해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尹 대통령, 화재 현장서 만나 韓 어깨 툭 치며 악수
이날 대통령실과 여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 함께 충남 서천군의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긴급 방문해 현장점검에 나섰다. 오후 1시40분쯤 서천특화시장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미리 현장에 도착해 있던 한 위원장과 만났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고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의 어깨를 툭 치며 악수했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의 인사를 마친 뒤 현장에 나와 있던 유의동 정책위의장, 충남 보령시서천군을 지역구로 둔 장동혁 사무총장, 정희용 원내대변인, 김형동 비대위원장 비서실장, 충남을 지역구로 둔 정진석·홍문표 의원 등과도 인사를 나눴다.

이어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 함께 소방본부 관계자로부터 화재진압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이어 한 위원장을 포함한 당 지도부와 함께 화재 현장을 둘러보며 점검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피해 점포 수 등 피해 현황을 꼼꼼히 질문한 뒤 상인들을 직접 면담했다. 현장에 나온 150여명의 피해 상인들은 대통령의 방문에 감사를 표하고 눈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인근 상가 1층 로비에서 상인 대표들을 만나 "명절을 앞두고 얼마나 상심이 크시냐. 힘드시겠지만 명절 잘 쇠시고 정부를 믿어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주민들의 특별재난지역 선포 요청에 "특별재난지역 선포 가능 여부를 즉시 검토하고 혹시 어려울 경우에도 이에 준해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관련 부처 장관들에게도 확실한 피해 지원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상민 장관에게 "행안부와 서천군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필요한 것을 즉각 지원하라"고 말했다. 오영주 장관에게는 "행안부와는 별개로 상인들을 잘 챙기라"고 주문했다.

尹 "같이 타고 가자" 韓 "자리있습니까?"…갈등 봉합 수순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 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나란히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만남은 지난 주말부터 이어진 양측의 갈등 상황을 빠르게 봉합하는 단초가 됐다. 이날 한 위원장의 어깨를 툭 치며 악수를 했던 윤 대통령은 현장 점검 이후 한 위원장 등 당 관계자들과 함께 전용 열차를 타고 상경했다. 윤 대통령이 먼저 한 위원장에게 "열차로 같이 타고 갈 수 있으면 갑시다"라고 제안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자리 있습니까"라고 묻고 윤 대통령과 함께 전용 열차로 향했다.

두사람은 함께 전용 열차로 상경하며 최근 발생한 현안에 대해 속 깊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두 사람의 열차 동승은 최근 불거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20여년 인의 검사 선후배 간 갈등이 봉합되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서울역에서 내린 한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두 분 만남으로 갈등은 봉합된 것인가'란 질문에 "대통령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민생을 챙기고 국민과 이 나라를 잘되게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그것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대통령에 대해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가지고 있고 그게 변함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지금보다 더 최선을 다해서 4월 10일에 국민의 선택을 받고 이 나라와 우리 국민들을 더 잘 살게 하는 길을 가고 싶다"고도 했다. 사실상 양측의 갈등 상황이 종료됐음을 선언한 셈이다.
"여권 공멸 막자" 공감대…적절한 후속 조치는 '숙제'
(서천=뉴스1) 김기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 특화시장을 찾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김태흠 충남지사와 함께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 22일 밤 11시8분께 충남 서천 서천특화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점포 227개가 불에 탔으며 소방 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해 진화작업을 벌여 두시간여 만에 큰 불길을 잡았다. 2024.1.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앞서 이날 대통령실과 여권 내에선 양측의 갈등이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고 빠르게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여당 내 '찐윤'(진짜 윤 대통령 측근)으로 통하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 나와 "세 분(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 윤재옥 원내대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만나서 대화하는 과정에 우려를 전달하고, 그 우려를 전달받는 과정에서 대화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이 느껴진다"며 "오해는 금방 풀리고 국민과 당원을 생각하면 긍정적으로 잘 수습되고 봉합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메신저' 역할을 해온 이용 국민의힘 의원도 당초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지만 이를 전격 취소했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한 위원장의 공천 관련 행보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마포을 사천 논란을 시발점이 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의 사퇴를 요구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지난 21일 여당 국회의원 전체가 모인 메신저 단체방에 한 위원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지가 철회됐다는 내용의 글을 공유하면서 사실상 윤 대통령의 의중을 당에 전달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이번 갈등이 전면에 드러난 계기가 됐다. 이날 이 의원의 기자회견 취소 결정에는 윤 대통령의 뜻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막고 수습에 힘을 싣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실제로 이날 깜짝 만남을 계기로 양측의 갈등은 해소되는 모습이다. 더 이상의 갈등은 여권의 공멸이라는 인식 아래 봉합의 수순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진 셈이다. 무엇보다 총선이 8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내분은 선거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갈등 격화를 막았다. 한 위원장이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밝힌 상황에서 마땅한 대안을 찾기도 어려웠다고 분석한다. 다만 이번 상황을 지켜본 국민에게 적절한 후속 조치를 내놓느냐가 관건이다. 재발 방지와 여론 설득이 숙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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