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지름신’ 직시하는 순간, 저축은 시작됐다

남지현 기자 2024. 1. 2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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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화위복 ④예산 짜기는 나와의 협상이다 [체험 쩐의 현장]
클립아트코리아
쩐화위복은?

2030을 위한 한겨레만의 재테크 콘텐츠입니다. 믿을 수 있는 친절하고 재밌는 콘텐츠를 지향합니다.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돈을 아끼고, 모으고, 불리는 일이 수월하고 재밌어지도록 쓸모 있는 정보를 피부에 와닿게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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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 3줄 요약>

• 할부 이용내역을 보면 비정기 지출이 보인다.
• 지출을 줄이는 만큼 저축 목표를 늘릴 수 있다.
• 무리한 목표는 실패의 지름길.

나도 몰랐던 내 모습 보여주는 ‘비정기 지출’

안녕하세요. 남지현입니다. ③예산짜기 노하우 ‘변동 지출’에 주목하라에 이어 비정기 지출을 파악하고 예산 짜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년 예산을 짤 때 빼먹어서는 안 되는 지출이 ‘비정기 지출’입니다. 비정기 지출은 말 그대로 가끔 쓰는 돈입니다. 온 지갑을 열어 축하해주고 싶은 친구의 결혼식이랄지, 연차와 공휴일을 ‘영끌’해 떠난 여름 휴가랄지 매달은 아니지만 1년에 한 두번씩 돌아오는 큰 돈 쓸 일들이 있잖아요? 그렇게 쓴 돈을 비정기 지출이라고 합니다. 간절기에 한두 번 쓰는 의류비나 몇 달에 한번씩 지름신이 강림해 쓴 돈도 비정기 지출로 볼 수 있겠습니다.

매달 나가는 돈이 아니라 내가 써놓고도 기억 못 하기 쉬운데, 그 돈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 따져보는 거죠.

비정기 지출은 큼직한 지출을 중심으로 파악하면 됩니다. 대상 기간을 지난해 전체로 잡습니다.

먼저 의류비를 찾을 땐 카드 할부내역을 살펴보는 게 빠릅니다. 보통 옷 살 때 할부 많이 긁으니까요. 카드사 모바일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할부 이용내역을 한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다만, 최근 6개월로 기간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으니 그럴 땐 그냥 월별 이용내역에서 매달 할부내역을 살펴보면 됩니다. 2022년에 긁은 할부가 지난해 1∼2월까지 넘어온 경우 지난해 낸 돈만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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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가 옷 사는 데 이렇게 돈을 많이 썼는지 몰랐어요. 따져보니 95만원을 썼더라고요. 제가 봐도 좀 과한 것 같습니다. 올해는 좀 줄여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음으로 휴가비는 할부내역과 해외 결제내역을 살펴보면 됩니다. 숙박비나 항공권 등 큼직한 금액은 이렇게 잡힐 겁니다. 여기에 추가로 모바일 달력 앱에서 휴가기간을 확인하고 해당 기간의 카드 이용내역을 살펴보면 줄줄이 고구마처럼 휴가 때 쓴 돈이 나타겠죠?. 식비, 교통비 등 세부 항목을 나누지 말고 휴가비로 뭉뚱그려 파악합니다.

선물 비용은 꽤 간단히 알 수 있습니다. 요즘은 선물 줄 때 카카오톡 기프티콘을 많이 활용하잖아요. 그래서 카카오톡 앱을 켠 뒤 더보기→선물하기→선물함→주문내역을 확인하면 대략적으로 선물비용 파악이 가능합니다. 조회 기간은 기본 6개월로 설정되어 있으니 1년으로 조정해서 살펴보세요.

경조사 비용은 모바일 달력 앱에서 ‘결혼식’ 등을 검색하거나 문자·카카오톡 대화 내역에서 ‘부고’ 등을 검색한 뒤 해당 날짜에 현금자동인출기(ATM) 출금이나 이체내역이 있는지 은행 거래내역에서 확인해보세요.

직접 해보니 30분쯤 걸렸습니다. 지난해 제 비정기 지출은 420만원입니다. 여름 휴가 때 쓴 돈이 134만원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선물로 나간 비용(121만원)이었습니다. 경조사비도 52만원 가량 썼네요.

저축 목표를 세워보자!

자, 지출 분류는 이걸로 끝입니다. 예산 세우기 준비 작업의 90%가 끝났습니다.

이제 수입을 확인해야 합니다. 지출에 비하면 쉽죠. 월급쟁이라면 지난해 세후 연봉을 확인하면 됩니다. 성과급 같은 비정기 수입은 일단 제외하고, 12개월치 월급 등 순수 고정수입만 따져보겠습니다.

다음은 저축 목표를 세워보는 단계입니다. 현재 지출 수준을 유지할 때 내가 저축할 수 있는 최대금액(저축 여력)은 얼마일까요? 지난해 연 수입에서 연간 지출(고정+변동+비정기)을 모두 빼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정·변동 지출은 월 단위로 확인했으니 각각 12를 곱해 연간 기준으로 바꿔준 뒤 빼주세요. 저축 여력에서 내가 실제로 저축·투자하고 있는 금액을 빼주면 현재 상태에서 내가 추가로 저축할 수 있는 금액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0이라면 쓰는 돈을 빼고 남은 돈을 싹싹 긁어 저축과 투자를 하고 있다는 걸 테고, +가 나온다면 저축·투자할 수 있는데 월급 통장에 놀리고 있는 돈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저처럼 버는 것보다 많이 쓰고 있다면 마이너스가 나올 수도 있어요.

나를 파악하는 일은 모두 끝났습니다. 이제 저축 목표를 세워야 하는데요. 여기서부터는 지난 회에 링크로 첨부해드린 엑셀 파일을 다운받아 활용하면 더 간단하게 진행할 수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엑셀이 못생겼죠? 저도 알아요. 똥손인 제가 만들어서 그래요. 그래도 엑셀 활용하는 게 예산 짤 때 훨씬 편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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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내가 1년 동안 모으고 싶은 돈을 원하는 만큼 목표로 잡아봅니다. 저는 1년에 1천만원으로 한 번 질러보겠습니다. 현실 가능성이 있는지 따져봐야겠죠? 이 금액을 엑셀 파일에 ‘연간 목표 저축+투자금액’ 란에 적습니다. 지금까지 표를 빠짐없이 채워왔다면 자동으로 ‘월간 늘려야할 금액’란이 채워질 거예요. 저축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내가 매달 추가로 저축해야 하는, 즉 지출에서 줄여야하는 금액입니다. 직접 계산하려면 아래 식을 활용하세요.

‘매달 늘려야 할 저축액(줄여야 할 지출액)=(저축 목표-실제 저축·투자 금액-저축 투자 여력)∕12’.

이 금액을 매달 생활비에서 줄일 수 있을지 잠시 생각해봅니다. 무리일 것 같다면 저축 목표를 조금 낮춥니다.

저는 1년에 1천만원을 모으려면 매달 지금보다 90만원을 아껴야 한다고 나오네요. 무리일 것 같습니다. 800만원으로 목표를 좀 낮춰봅니다. 그러면 1년 동안 889만원, 매달 74만원을 지금보다 덜 써서 저축해야 합니다. 가보자고요!

저축 목표를 반영해 예산을 짜보자

저축 목표도 잡았고, 이 목표를 이루려면 구체적으로 1년 동안 매달 얼마를 더 아껴서 저축해야 하는지도 알았습니다.

그럼 이제 남은 일은 어떤 비용을 얼마나 줄일지 결정하는 일입니다. 지난 회부터 고생해 분류한 고정·변동·비정기 지출 내역들 기억하시죠? 여기서 지난해보다 덜 쓸 항목들을 추려내 구체적으로 얼마나 덜 쓸지 결정하면 됩니다. 이렇게 정한 지출 항목별 한도가 곧 올해 예산이 되는 겁니다.

공유드린 엑셀 파일을 계속 활용하시면 되는데요. 하단을 보면 시트가 하나 더 있는데 이 옆 시트(‘2단계 예산 짜기’)로 넘어가서 지금까지 채워 넣은 표를 복사·붙여넣기 해줍니다. 여기서 지출을 줄일 항목의 금액을 수정해나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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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우엔 의류비를 가장 먼저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과감하게 올해 의류비 지출을 지난해 절반 수준인 45만원으로 잡아보겠습니다. 의류비란에서 98만원을 지우고 45만원을 입력하니 자동으로 ‘연간·월간 줄여야 할 지출’란 금액이 이를 반영해 조정됩니다. 74만원에서 69만원으로 줄었네요. 이 금액을 0원으로 만들면 성공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조정한 예산대로 매달, 1년을 살면 원하는 대로 저축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사실 이 과정을 수월하게 하려면 큰 돈이 드는 고정지출을 줄이는 게 가장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고정지출을 줄이려면 이것 저것 알아봐야 할 게 많습니다. 우선 지금은 비정기 지출과 변동 지출에서 줄일 수 있는 만큼 줄여보는 데 집중합니다. 고정 지출을 줄이는 방법은 나중에 따로 자세히 다뤄볼게요.

저는 비정기지출 중 선물 비용도 50% 삭감해 60만원으로 줄였습니다. 큼직한 비정기 지출을 먼저 깎는 게 지출 조정에 더 효과적입니다.

매달 나가는 변동 지출에선 식비, 외식비 등을 줄였습니다. 배달은 한달에 9→6만원, 외식은 20→15만원, 술은 23→13만원으로요. 우선 한 달 살아보고 무리라고 생각되면 조정해보겠습니다.

지킬 수 있는 선에서 생활비를 줄여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꾸준히 예산을 지키며 생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돈 아끼려다가 불행해지고 건강을 잃어선 안 되니까요. 저는 0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만약 지출을 더 줄이기가 힘들다면 다시 전 단계로 돌아가 목표를 조금 낮춰보세요.

이렇게 예산 짜기가 모두 끝났습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해서 짠 예산, 철저히 지키려면 ‘통장 쪼개기’를 해야 하는데요. 다음주에는 저 대신 이주빈 기자가 이에 대해 알려드릴 예정입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

⑤회에서 이어집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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