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서울가스 김영민 580억 뒤엔 ‘믿는 구석’ 서울개발

신성우 2024. 1. 23.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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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진단] 서울도시가스②
지분 22.7%→9.5%…2003년 이후 처분 ‘열일’
안전장치 1人회사 서울개발 합하면 35.8% 막강

2001년 5월, 대성(大成)가(家) 아들 3형제는 계열분할에 최종 합의했다. 앞서 2월 고(故) 김수근 창업주 별세 이후 지분 정리를 놓고 치고받던 ‘형제의 난(亂)’은 마침표를 찍었다.  

2002년 1대주주 오른 뒤 연쇄 매각

SCG의 오너 김영민(79) 회장이 자신의 몫인 서울도시가스의 개인 1대주주에 오른 게 그 해 6월이다. 큰형 김영대(82) 대성산업 회장으로 부터 14.41%(이하 2002년 12월 자사주 29% 이익소각 반영)를 112억원을 주고 사들였다. 

창업주가 아들 3형제에게 주력 3개사를 나눠준 ‘삼분지계(三分之計)’ 구도에 따라 2000년 11월 회장에 오를 때만 해도 6.84%에 머물던 지분을 20.18%로 끌어올렸다. 8월에는 부친의 2.47%도 상속받아 22.65%로 확대했다.   

이듬해 12월에는 맏형과의 계열 지분정리도 매듭지었다. 당시 36.8% 최대주주였던 대성산업이 주식을 모두 정리했던 시기다. 서울가스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앞서 2001년 6월 서울가스에 발행한 460억원 교환사채(EB)를 통해서다. 

딱 여기까지다. 김 회장은 이를 계기로 서울가스 주식을 팔아치우는데 ‘열일’했다. 2003년 2월(10.6%), 2004년 6월(0.58%) 3차례에 걸쳐 절반이나 되는 11.18%를 처분했다. 137억원어치다. 후속편에서 상세히 언급하겠지만, 작년 4월에는 2% 매각만으로 무려 457억원을 챙겼다. 그간 주식을 사들인 적은 2010년 1월 10억원어치 0.4%뿐이다. 

현재 김 회장이 직접 소유 중인 서울가스 지분이 9.54%에 머물고 있는 이유다. 단일 3대주주다. 대신에 손에 쥔 액수가 583억원에 달한다. ‘믿는 구석’이 있지 않고서야 이럴 수 없다.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주식 현금화 및 지배구조 변동

독자경영 무렵 차린 개인회사 서울개발

김 회장이 개인회사들을 하나 둘 만들기 시작한 것도 대성가 3형제의 계열분할 합의 무렵이다. 서울도시개발이 그 중 하나다. 2001년 5월 설립했다. 자본금 5억원에 김 회장이 70%를 직접 출자했다. 이외 30%의 경우에도 원래는 서울도시가스엔지니어링(ENG) 몫이었지만 이듬해 9월 25%를 액면가에 사들였다.    

김 회장이 서울개발을 차린 본심을 드러내는 데는 몇 개월이면 족했다. 서울개발이 서울가스 주주로 등장한 게 2002년 3월이다. 게다가 사들인 주식이 당시 대한전선이 갖고 있던 자그마치 16.60%다. 액수로도 163억원이나 됐다.  

속전속결. 서울개발은 이듬해 2월에는 22.96%를 확보해 마침내 단일 1대주주에 올라섰다. 이때가 김 회장이 10.6%를 매각했던 시기다. 이 가운데 4.0%를 47억원을 받고 넘긴 곳이 서울개발이다. 

당시 김 회장은 6.6% 역시 또 다른 개인회사에 매각했다. 서울ENG다. 원래는 서울가스 자회사였다. 1993년 8월 자본금 5억원을 전액 출자해 지분 100%를 보유해왔다. 이를 김 회장이 웃돈 1억6500만원에 전량 인수한 때도 2003년 2월이다. 즉, 서울ENG를 1인 회사로 만든 직후 서울ENG에도 서울가스 지분을 넘긴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서울ENG의 경우는 온전히 보유하지 않았다. 2006년 9월에 전량 처분했다. 제법 수익이 알찼다. 79억원에 산 주식을 거의 3배 가격인 212억원에 정리했다. 이 투자수입은 고스란히 서울개발로 유입됐다.

같은 해 12월 김 회장이 서울개발, 서울ENG 2개 개인회사를 합친 데 기인한다. 현재 서울개발이 김 회장 개인지분(현 98.04%) 말고는 자사주(1.96%)뿐으로 ‘유아독존(唯我獨尊)’ 김 회장 1인 소유가 된 것도 이 때부터다.  

서울도시가스 최대주주

돈 걱정?…‘캐시 카우’ 서울가스 십분 활용

어찌됐든, 서울개발은 2003년 2월 서울가스 1대주주로 올라서며 1차 지분확보를 매듭지은 뒤로도 틈만 나면 주식을 사들였다. 비록 예전보다 강도는 약했지만 2007년 4월~2020년 3월에 걸쳐 106억원어치 3.31%를 추가 매입, 현재 26.27%를 소유 중이다. 주식을 내다 판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김 회장 행보와는 180도 딴판이다.  

이러한 결과는 김 회장이 서울가스 직접 지분은 9.54%에 불과하지만 김 회장(100%․의결권 기준)→서울개발(26.27%)→서울가스→서울씨엔지(압축천연가스(CNG) 충전소) 등 18개 계열로 이어지는 우회장치를 통해 서울가스를 장악하는 지금의 결과를 불러왔다. 

김 회장이 서울개발을 통해 범접하기 힘든 서울가스 경영권을 유지하기까지 돈이 문제될 건 없었다. 김 회장은 SCG 계열의 사업 중추이자 ‘캐시 카우’인 서울가스를 음으로 양으로 십분 활용했다.  

서울개발이 서울가스 주식에 들인 자금은 총 340억원이다. 이 중 2003년 2월 1대주주로 올라서기까지는 234억원을 투입했다. 빚을 수반했다. 2002~2003년 각각 185억원, 30억원 합계 215억원의 단기차입금을 당겼다. 

당시 208억원 지급보증을 서줬던 곳이 서울가스다. 다만 2004년에 가서는 김 회장 195억원 지급보증으로 바뀌었지만 초기 서울개발이 지분을 사들이는데 서울가스가 뒷배 노릇을 해준 것을 볼 수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서울가스는 업무시설 공사다, 건물 관리다, 뭐다 해서 돈 되는 일감으로 서울개발을 먹여 살리다시피 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많은 배당금을 쥐어줬다. 서울개발이 빚을 갚는 건 시간문제였다. (▶ [거버넌스워치] 서울도시가스 ③편으로 계속) 

서울도시가스 계열 지배구조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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