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록] 사업비 8000억원대 '방배15구역' 팽팽한 수주전 예고

정영희 기자 2024. 1. 23.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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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분쟁 여부에 사업 성패 달렸다

[편집자주][정비록]은 '도시정비사업 기록'의 줄임말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해당 조합과 지역 주민들은 물론, 건설업계에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도시정비계획은 신규 분양을 위한 사업 투자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장을 직접 찾아 낡은 집을 새집으로 바꿔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재건축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마지막 주자인 방배15구역이 조합 설립을 완료하고 올해 하반기 시공사 선정에 나선다. 서초구 방배동 528-3번지 일대 8만4934㎡가 지하 3층~지상 25층 1688가구로 재탄생할 전망이다./사진=머니S 정영희 기자
한강 이남에서 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을 통해 명품 주거지로의 도약을 꿈꾸는 노후화 지역들이 소리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다. 반포와 잠실, 압구정 등 강남을 대표하는 금싸라기 땅 사이로 '전통 부촌'의 명성을 이어온 방배동 또한 차근차근 재개발 퍼즐을 맞춰가는 모습이다.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 방배5구역(디에이치 방배)과 1000가구 이상 대단지 방배6구역(래미안 원페를라)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인근 방배13~14구역도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방배13구역은 최근 종교시설 보상 문제를 해결하고 GS건설의 착공을 앞두고 있다. 2017년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방배14구역은 지난해 3월 정비계획 변경안이 수정 가결됐다. 각각 최고 22층·2369가구, 11층·460가구로 지어질 전망이다.

마지막 주자는 방배15구역이다. 서초구 방배동 528-3번지 일대 8만4934㎡를 지하 3층~지상 25층 1688가구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방배15구역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설립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지난달 11일 총회를 열고 조합장을 선출했다. 같은 달 서초구청은 조합설립을 인가해 정비사업의 서막을 올렸다.

해당 구역은 서울 지하철 2·4호선 사당역과 4·7호선 이수역까지 도보 1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더블 역세권이다. 사업지 내 초등학교가 포함돼 있고 이수동산·도구머리공원 등이 둘러싸고 있다. 지난 15일 방문한 방배15구역은 언덕에 위치해 통행이 쉽지 않았다. 눈이 자주 오는 겨울에는 주민의 불편이 초래될 것으로 보였다. 주택은 대부분 지은 지 40~50년 이상 돼 하늘 위로 전신주와 전선들이 뒤엉켰다.
방배15구역 재개발 대상지에는 롯데건설이 붙여놓은 현수막이 보인다. 지난달 서초구청이 인가한 조합설립을 축하하는 내용이다./사진=머니S 정영희 기자
방배15구역은 용도지역이 혼재된 구역으로 인해 정비구역 지정의 어려움을 겪었다. 2016년 한 차례 심의에 도전했지만 용적률이 과도하게 책정돼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정비계획안은 2종 7층 규제를 적용하고 있어 법적 상한 용적률은 214%, 최고 층수는 15층 이하 총 1337가구에 그쳤다.

2종 7층 규제는 2종 일반주거지역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저층 주거지 주거환경 보호와 난개발 방지 등을 위해 7층 이하로 층수를 관리하는 제도였다. 2종 일반주거지역보다 낮은 용적률과 층수 제한을 받았다. 2종 7층 일반주거지역에서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을 변경할 때는 10% 이상의 의무공공기여가 조건으로 제시됐다.

이는 서울 시내 정비사업 추진 시 사업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방배15구역 정비사업이 지지부진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해당 구역은 1종 일반주거지역과 7층 높이 제한을 받는 2종 일반주거지역이 혼재돼 있어 가구 수를 늘리기가 힘든 조건이었다.

2021년 서울시는 7층 규제 대상지인 2종 일반주거지역이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거나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공동주택(아파트)을 건립하는 경우 최고 25층까지 건축을 가능케 하고 용적률도 190%에서 200%로 올리는 개정 지구단위계획 수립 기준을 시행했다. 의무공공기여도 없앴다. 사업성 증대를 위해 도시계획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민간 건설업체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주택시장 안정화를 유도하겠다는 목표에서다.
방배15구역은 서울 지하철 2·4호선 환승역인 사당역과 도보 거리에 있어 입지면에서 장점이 커 다수의 대형 건설업체들이 수주전을 펼치기 위한 물밑작업에 나서고 있다./사진=머니S 정영희 기자
방배15구역 정비계획도 이때부터 급물살을 탔다. 첫 규제 완화 대상지로 선정된 것. 1종 일반주거지역 비중은 전체 37%에서 9%로 줄었고, 2종 7층 지역은 사라져 전체 면적의 91%가 2종 일반주거지역이 됐다. 용도지역이 상향되면서 용적률과 높이, 가구 수에 변화가 생겼다. 2022년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11년 만에 정비계획이 확정됐다.

정비구역 지정 완료 7개월 후 추진위 승인을 완료했고 8개월 만에 조합설립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서울시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개정에 따라 조합설립인가 이후 시공자 선정이 가능해지면서 조합은 올해 안에 시공사 선정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조합 관계자는 "올해 3~4월 입찰 공고가 나오고 이후 현장 설명회를 연 뒤 가을쯤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 총회를 열 예정"이라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시공사 선정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방배동의 입지 장점을 바탕으로 높은 분양 실적이 예상된다"며 "다만 현재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금리 등으로 분양가가 상승하고 있어 분양가상한제 지역임에도 높은 분양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배15구역은 준공 4~50년이 넘어가는 저층 노후 주택이 즐비한 탓에 재개발 필요성이 적극적으로 제기된 곳이다./사진=머니S 정영희 기자


'강남 대어' 노리는 시공사들… 공사비가 핵심


시공능력 10위권 내 대형 건설업체들은 시공권 경쟁을 위한 사전 검토에 들어갔다. 조합의 수주 조건 제시에 대비해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관계자는 "방배동의 입지가 좋고 현재 남은 정비사업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조합 입찰 조건에 따라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비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사업부서에서 수주 검토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세부 입찰 조건이 공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관계자도 "신반포와 개포 외에 방배15구역을 검토하고 있다"며 "입찰 후보로 거론되긴 했으나 본격 입찰 전까지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롯데건설과 DL이앤씨 등도 사업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정비사업 수주의 핵심은 공사비 분쟁 최소화에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전국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공사비 인상을 둔 마찰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금리, 작업자 부족 문제로 시공사들의 부담도 커졌다. 조합 입장에선 공사비 인상분 규모가 부담돼 소송마저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방배15구역 내 방배15구역 주택재개발추진위원회 사무실 전경. 정비구역 고시 내용을 건물 겉면에 고지해뒀다./사진=머니S 정영희 기자
정부는 이달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착공 이후 공사비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표준계약서를 이달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사비 조정 시 사용되는 지수조정률 또는 건설공사비 지수 ▲공사비 세부 산출 내역 ▲공사비 조정 가능 시기(착공 이후에 물가 반영 일부 허용) 등이 명시될 예정이다.

지방자치단체 도시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에 확정판결과 동일한 재판상의 화해효력을 부여해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소송으로 인한 사업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건설업계는 대체로 긍정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 단계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소송까지 가지 않도록 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계약서만으로 정비사업 분쟁을 막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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