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주 기다리던 계약자 피눈물'... 아파트 분양보증 사고 폭증

김동욱 2024. 1. 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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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입주자 모집을 끝낸 곳이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4곳 모두 분양보증 사고로 처리했다.

울산 현장 2곳의 계약자에겐 분양대금을 환불했고, 올해 3월 입주 예정인 경기 파주시 등 나머지 2곳은 대체 시공사를 찾고 있다.

지난해 분양보증 사고가 터진 12곳 중 7곳이 지방, 5곳이 수도권이었다.

HUG 분양보증에 가입돼 있다 해도 보증 사고가 터지면 계약자 피해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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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고 금액 8,515억 원
12년 이후 최대... 12곳 중 7곳 지방
계약자 피해 불가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뉴시스

#1. 아파트 브랜드 '해피트리'로 유명한 도급 순위 113위인 중견건설사 신일이 지난해 6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데 이어 지난달 인수합병(M&A) 시장에 회사를 매물로 내놨다. 부도 위기에 내몰리면서 이 회사가 짓던 아파트 현장 4곳(경기 2곳·울산 2곳)도 모두 멈췄다.

이미 입주자 모집을 끝낸 곳이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4곳 모두 분양보증 사고로 처리했다. 울산 현장 2곳의 계약자에겐 분양대금을 환불했고, 올해 3월 입주 예정인 경기 파주시 등 나머지 2곳은 대체 시공사를 찾고 있다. 문제는 공사비 급등 추세라 대체 건설사를 구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입주를 기다리던 계약자로선 속이 탈 수밖에 없다.


건설사 1곳 무너지면 현장 연달아 스톱

그래픽=신동준 기자

22일 한국일보가 HUG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의 분양보증 사고 금액은 8,513억 원(12건)으로 1년 전(57억 원)보다 149배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증 사고 금액으로 따지면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사가 줄도산했던 2012년(9,146억 원) 이후 가장 높다.

분양 주택이 30가구 이상이면 반드시 HUG의 분양보증에 가입해야 한다. 분양보증은 시공사 또는 시행사 파산으로 공사가 멈추면 계약자 요구에 따라 HUG 주도로 공사를 계속 진행하거나 계약자가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지난해 분양보증 사고가 터진 12곳 중 7곳이 지방, 5곳이 수도권이었다. 보증사고 급증 배경은 복합적이지만, 분양경기 침체와 고금리에 따른 건설사 자금난이 일차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신일 역시 울산 아파트 분양률이 15%에 그치자 자체 자금을 투입하다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고, 그 결과 사업장 4곳이 동시에 주저앉았다. 대우산업개발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3곳 현장이 연달아 사고 처리됐다. 자금난에 봉착한 지역 중견 건설사 일군토건의 사업장 2곳 역시 멈춰 섰다.


지방 청약 3명... 폭탄 터지나

HUG 분양보증에 가입돼 있다 해도 보증 사고가 터지면 계약자 피해가 불가피하다. 사고가 난 12곳 중 상당수가 중도금 전액 또는 일부 무이자 혜택을 내건 경우가 많다. 이런 혜택은 보증 대상이 아니어서 사고 즉시 입주자가 이자를 물어야 한다.

중도금 전액 무이자를 내건 부산 사상역 경보 센트리안3차 아파트는 공정률 86%로 지난해 6월 입주 예정이었지만 6개월 넘게 공사가 멈춰 있다. 입주는 하염없이 밀리고 중도금 이자도 계약자가 물어야 할 판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시행사가 사업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외 공사비 급등 비용까지 감수해야 해 대체 건설사를 구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올해 전망도 암울하다. 지난해 연말 특수를 기대하고 아파트 분양에 나선 건설사는 대부분 대규모 미달 사태를 겪었다. 울산(영우 트리지움 2차·32가구)은 청약 인원이 3가구에 그치기도 했다. 청약 미달 사태에 직면한 건설사는 자금난에 봉착해 분양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잖다. 지난해 12월 이후 중견·중소 건설사 10여 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점도 우려를 키운다.

박덕배 금융의창 대표는 "지난해 정부의 각종 지원 대책이 쏟아졌음에도 보증 사고가 이토록 급증한 건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했다. 한 시행사 임원은 "태영건설 사태를 막기 위한 정부 대책은 결국 대형 건설사를 살리기 위한 것이지 공사 장기화에 따른 피해는 입주예정자, 협력업체에 돌아간다"며 정책 보완을 주장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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