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고사 공급가 한꺼번에 42% 인상…수용 않자 '위약금' 처분

김동현 2024. 1. 2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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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계약서 상 위약금은 과도…60% 지급하라" 판결

[아이뉴스24 김동현 기자] 고등학교 모의고사 문제지 공급가격을 일방적으로 40% 넘게 인상했더라도 계약서 규정을 따라야 하며,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경우 위약금 조항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나친 가격 인상은 부당하다는 주장이 후속 상급심에서는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83단독(조유리 판사)은 지난 10일 고사시행 및 학력평가 업무를 진행하는 A사가 온라인 교육서비스업체인 B사를 상대로 제기한 2억원의 위약벌 청구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1억2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B사는 지난 2019년 7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A사가 출판한 모의고사 문제지와 해설지를 공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공급업체의 갑작스러운 모의고사 가격 인상 통보에 소송전까지 휘말린 업체가 일정 금액의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본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이들의 계약은 최초 2년여간 차질 없이 이행되다가 지난 2021년 11월 5일 A사가 모의고사의 1부당 정가를 1만20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인상하기로 하면서 갈등에 봉착했다.

연간 3만 여부의 모의고사를 구매하던 B사는 연 1억원 이상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42%의 가격 인상안은 과도한 처사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텼다.

B사는 대안으로 △B사에서 운영하는 예약 플랫폼 키오스크 및 모바일 앱에서 A사의 광고 진행 △가격 인상 없이 주문 물량을 늘리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A사는 가격은 인상하되 B사에게 광고비를 지출하는 방안으로 협의를 시도했으나 B사 측은 42%의 가격 인상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양측의 계약은 이행되지 않았고 A사는 '계약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의 구체적 의견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B사는 다시 △재계약 시 논의를 통한 단가 조정 △온라인 모의고사로 대체해 공급단가를 낮추는 방안 등을 제안했지만 A사는 거절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학력평가 업무를 진행하는 A사가 독서실 운영업 B사를 상대로 제기한 2억원의 위약벌 청구 소송에서 1억2000만원의 손해배상금 지불 판결을 내렸다.본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A사는 협의 7개월째인 2022년 6월, 협의기간 중 제공하지 못한 1만 부를 제외한 2만1000부를 인상된 가격으로 공급하거나 3만 부를 구매하되 A사가 B사에게 5000만원 상당의 광고를 이용하는 형태로 계약을 진행할 것을 최종 요구했음에도 양측은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에 A사는 'B사가 동의 없이 모의고사의 신청을 중단했다. 계약에 따라 위약벌로 2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B사는 협의를 진행 중이었던 것일 뿐 모의고사 신청을 중단한 것이 아니라는 점, 계약 자체가 불리한 구조인 점, 위약금은 A사의 예상 손해액을 상당히 초과하는 점 등을 강조하며 위약금이 감액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는 모의고사 신청을 전국 시행일 10일 이전에 해야 한다. 그런데 피고는 신청을 하지 않았고 원고가 피고의 신청 중단에 동의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공급업체의 갑작스러운 가격 인상 통보에 소송전까지 휘말린 업체가 일정 금액의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중앙지법 전경. [사진=최란 기자]

이어 "양측 계약에서 '매년 정가 변동이 있을 수 있고, 그럴 경우 원고가 피고에게 이를 안내한다'고 명시돼 있다. 원고가 2020년과 2021년에는 정가 인상을 하지 않아, 사건 당시의 가격 인상이 부당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사정만으로는 기존 계약의 불이행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민법 제398조 제4항에 따라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된다"며 "그 밖에 사건 계약의 목적과 내용 등을 고려하면 해당 사건 조항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또 "채권자와 채무자의 지위, 계약 목적 및 내용, 예상 손해액의 크기, 당시 거래관행과 경제상태,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등을 모든 사정을 참작해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 법원은 이를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피고가 원고 동의 없이 모의고사 신청을 중단할 수 없는 점, 모의고사 신청 중단에 이르게 된 경위, 계약 잔존 기간, 원고가 입게 될 예상 손해액 등을 종합할 때, 2억원은 부당하게 과다하므로 이를 1억2000만원으로 감액함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김동현 기자(rlaehd365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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