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영의 렛IT고] `기다무·매열무` 없애면 웹툰·웹소설 더 잘 클까요?

윤선영 2024. 1. 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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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아이클릭아트 제공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중인 '문화산업공정유통법(문산법)'을 둘러싸고 웹툰·웹소설 업계의 반발이 크다. 웹툰·웹소설 생태계의 건전한 성장과 창작자들을 보호한다는 취지지만 정작 산업 경쟁력을 후퇴시키고 소비자 후생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문화 산업계가 한목소리로 문산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산법은 문화산업 내에서 자주 발생하는 10가지 불공정 행위를 규정한 게 골자다. 지난해 만화 '검정고무신'의 고(故) 이우영 작가 별세 사건이 알려지면서 법안이 주목을 받았다. 업계는 문산법의 도입 취지 자체는 이해하지만 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고, 법안의 내용들이 이제 막 글로벌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한 K-콘텐츠 산업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선 규제 대상이 모호하고 해석의 자의성의 다분하다는 문제가 있다. 제작·유통방식이 완전히 상이한 영화,드라마, 웹툰·웹소설, K-팝 산업을 '문화상품'이라는 단 하나의 카테고리로 범주화하고 규제하는 것이 애초에 가능한가라는 의문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저마다 다른 현황을 가진 산업 참가자들의 자의적 법 해석으로 각종 분쟁과 분란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시행령으로 산업별 규제 범위를 정한다고 해도 정부와 정부 기조에 따라 바뀌는 시행령으로 장기적이고 전문적 비전이 필요한 문화산업을 진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등 중복 규제 위험성과 글로벌 빅테크와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문산법은 이미 지난해 3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정부 부처 간 중복 규제 논란이 불거지면서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되돌아온 바 있다. 중복 규제는 그 자체만으로 대상 산업 경쟁력을 크게 저하시키는 만큼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공정위가 플랫폼법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문산법이 동시에 통과할 경우 이미 국내 문화산업을 빠르게 잠식해 가고 있는 넷플릭스, 구글 등에 경쟁력을 영영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다.

무엇보다 업계에서는 문산법이 통과할 경우 제13조1항의 5에 따라 '기다리면 무료(기다무)', '매일 열시 무료(매열무)' 등 소비자들이 애용하는 공짜 프로모션이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가장 크게 와닿는 조항으로 판매촉진 비용 또는 합의하지 않은 가격 할인에 따른 비용 등을 다른 문화상품사업자에게 부담시키지 말라는 내용이다. '기다무' 등은 초반 회차를 무료로 공개해 독자들의 흥미를 끈 뒤 뒷이야기의 유료 결제를 유도하는 비즈니스 모델로서 사실상 웹툰·웹소설 콘텐츠의 유료화와 산업을 일군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성민 가천대 교수와 유병준 서울대 교수의 '카카오페이지 사용자 이탈연구'를 보면 '기다무' 전환시 작품 매출(유료열람횟수)이 만화 작품은 994.6%, 소설 작품은 3545.2%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료 공개 회차는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작가에게도 수익 배분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런데 매출을 키우는 무료 프로모션에 플랫폼이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경우 흥행이 보장되지 않은 신인 작가나 비인기 작가 작품에는 관련 프로모션을 지원할 이유가 사라지는 셈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 만화산업백서'에 따르면 웹툰 이용자의 69.7%는 '기다무' 등 무료 프로모션을 통해 유료 웹툰을 무료로 이용한다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문산법의 처리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웹툰협회, 한국웹툰작가협회, 한국만화스토리협회, 한국만화웹툰학회, 한국웹툰산업협회, 우리만화연대 등은 성명서를 내고 "문체부가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직접 대상인 창작자와 기업은 해당 법안에 대한 사전 청취는 물론 의견 반영의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며 "신중한 고려와 재검토를 요구한다"고 했다.

문체부는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하위법령을 마련해 각계의 우려 사항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체부는 "장르별 특수성을 반영한 불공정행위의 세부 기준 등은 동 법률에 따라 하위법령에 위임돼 있다"면서 "소관 부처로서 콘텐츠 업계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우려가 없도록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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