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가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을 잡으려 한다고?... 유쾌·통쾌한 '시민덕희'

라제기 2024. 1. 2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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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을 당한다.

24일 개봉하는 '시민덕희'는 기시감이 강한 영화다.

덕희가 동료들과 범죄 조직에 맞서면서 빚어내는 우정과 좌충우돌이 감동과 웃음을 전한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재민(공명)이 자신이 피해를 입힌 덕희와 공조 체제를 구축한다는 점이 흥미롭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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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바탕으로 제작... 24일 개봉
피해자가 조직원과 공조 이색 내용
라미란 염혜란 연기 호흡 큰 재미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참다못해 직접 범죄조직 소탕에 나선다. '시민덕희'의 줄거리는 황당해 보일 수 있으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쇼박스 제공

보이스피싱을 당한다. 가족의 삶을 위협할 정도로 경제적 타격이 크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암약하는 중국을 찾아간다. 범죄자들을 응징하기 위해서다. 영화 팬들이라면 ‘보이스’(2021)를 떠올릴 만하다. 24일 개봉하는 ‘시민덕희’는 기시감이 강한 영화다. 상업적으로는 꽤 큰 약점이다.


피해자가 직접 '수사' 나선 사연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원 재민이 피해자 덕희에게 직접 전화를 해 구해달라고 요청한다. 약자들의 연대는 그렇게 시작된다. 쇼박스 제공

차별점은 있다. '보이스'의 피해자 서준(변요한)은 전직 형사다. 그는 악의 소굴에 뛰어들어 몸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웃음기는 없다. 반면 ‘시민덕희’의 덕희(라미란)는 활극과는 인연 없는 중년여성이다. 그는 세탁업체에서 일한다. 남들보다 강한 저돌성이 무기라면 무기. 그의 곁에 자매애로 뭉친 직장 동료인 재중동포 봉림(염혜란)과 의리 지상주의자 숙자(장윤주)가 있기도 하다. 덕희가 동료들과 범죄 조직에 맞서면서 빚어내는 우정과 좌충우돌이 감동과 웃음을 전한다. ‘시민덕희’는 강점을 극대화하며 기시감이라는 한계를 넘어선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재민(공명)이 자신이 피해를 입힌 덕희와 공조 체제를 구축한다는 점이 흥미롭기도 하다. 재민은 어쩔 수 없이 가해자가 된 피해자다. 그는 범죄 소굴을 벗어나기 위해 덕희와 손을 잡는다.

영화의 재미 중 8할은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에서 나온다. 피해를 당한 후 범인을 잡기 위해 덕희가 동분서주하는 도입부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 보이스피싱이 흔한 범죄가 된 시대, 피해자의 안타까운 사연과 담당 경찰 박 형사(박병은)의 냉담은 특별하지 않다.

덕희의 분투에 봉림과 숙자가 합류하고, 이들이 중국 칭다오로 ‘범인 검거 여행’을 떠나면서 영화는 스크린 앞으로 관객을 잡아당긴다. 특히 덕희와 봉림의 호흡이 차지다. 폭력 앞에 굴하지 않고 정의를 향해 직진하는 덕희와, 구수한 말투와 능청스러운 행동으로 덕희의 ‘작전’을 돕는 봉림은 형사 영화 속 명콤비 같다. 어리숙한 행동으로 웃음을 안기는 숙자, 봉림의 동생으로 덕희 일행을 적극 돕는 칭다오 택시운전사 애림(안은진)이 활력소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요컨대 '시민덕희'는 버디 무비이자 '워맨스(여성 간의 친밀한 우정)' 영화다.


웃음에 서늘함과 서스펜스 더해

'시민덕희'는 여성 넷이 자매애로 똘똘 뭉쳐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린 워맨스 영화이기도 하다. 쇼박스 제공

칭다오 풍광이 자주 등장하나 장면 대부분은 세트를 지어 국내에서 촬영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악랄한 운영 형태를 엿볼 수 있다. 웃음기가 화면을 장악하나 냉기가 종종 서리기도 한다. 오직 돈만 생각하는 보이스피싱 총책(이무생)의 악행이 서늘한 기운을 조성한다. 감시를 피해 범죄 조직의 범죄 내역이 담긴 정보를 빼돌리려는 재민의 행동이 서스펜스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평범한 여성들이 뛰어들어 폭력적인 범죄 조직을 일망타진하려 한다는 내용이 사실성이 떨어져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경기 화성시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김성주씨가 2016년 보이스피싱 조직 검거에 앞장섰던 사실이 이야기 뼈대가 됐다. 라미란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덕희가 되고 싶었다”며 “이야기도 소재도 마음 아픈 내용이지만 통쾌하게 그려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밝혔다. 독립영화 ‘선희와 슬기’(2019)로 데뷔한 박영주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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