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묵은' 단통법 사라지면 휴대폰값 싸질까

변휘 기자, 배한님 기자 2024. 1. 2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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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란' '호갱' 논란에 단통법 도입…'골고루 비싸다' 비판, 10년 만에 폐지
"휴대폰값 10년 만에 2배, 이통·제조사 경쟁 실종"…소비자 효용 '미지수'

10년 묵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휴대폰 단말 구입 시 지원금을 모든 이용자에게 공정하고 투명하게 지급한다는 법 제정의 취지와 달리 제조·이통사의 지원금 경쟁이 실종되면서, 소비자들에게는 오히려 '골고루 비싸게 사는' 환경이 형성됐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다만 관련 업계에선 단통법이 사라진다고 해서 지원금이 눈에 띄게 늘어나리란 전망에 회의적이다.

국무조정실은 22일 서울 홍릉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토론회 다섯번째, 생활규제 개혁'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단통법을 전면 폐지해 이동통신사 간 경쟁을 유도하되, 지원금을 받지 않는 사용자에게 통신비 절감 혜택을 주는 '선택약정 할인제도는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로 했다.

2014년 10월 도입된 단통법은 불투명한 휴대폰 지원금 행태를 바로잡겠다는 취지였다. 과거 스마트폰 대중화와 맞물려 '가입자 빼앗기' 경쟁에 몰두한 이통3사는 타사 동향에 따라 수시로 리베이트(판매 장려금)를 바꿨다. 일례로 2012년 9월 출시된 갤럭시S3의 출고가는 99만원이었는데, 이른바 '대란'이라 불리는 지원금 출혈 경쟁으로 일부 유통망에선 실구매 가격이 10만원대까지 내려갔다. 어떤 이는 100만원 주고 산 휴대폰을, 어떤 이는 같은 날 '공짜'로 구입하는 등 하루에도 지원액이 롤러코스터처럼 바뀌면서 수많은 '호갱님'을 양산했다.

이같이 불투명한 휴대폰 유통시장에 대한 국민적 원성이 자자했던 탓에 정부와 국회는 한목소리로 단통법 제정에 나섰다. 이통사의 단말기 지원금 공시를 의무화하고 유통망의 추가지원금 상한(현행 공시지원금의 15%)을 두는 내용이다.

순기능은 분명했다. 제멋대로인 지원금 대신 누구나 매월 통신비에서 25%를 할인받는 '선택약정' 가입자 수가 지난해 말 3000만명을 넘어섰고, 더 많은 지원금을 받으려 고가의 요금제나 부가서비스에 가입하는 부작용도 줄었다.

한계도 뚜렷했다. 휴대폰 구입 지원금을 책정할 때마다 공시해야 했고, 일정 기간 정해진 액수를 바꾸지 못하는 탓에 업계의 자율 경쟁이 실종됐다. 또 가입자 유치 경쟁이 잦아들며 이통3사가 일제히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 유통망 위축으로 소비자의 부담이 늘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정부는 단통법 폐지로 이통사 간 경쟁을 유도하면, 지원금이 올라가 소비자 후생에 유리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지원금 규모의 축소가 단통법 때문이 아니라 10년 전과 달라진 시장 환경 때문이라면 단통법 폐지 효과가 사실상 없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휴대폰 시장은 가입자가 줄어드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지 오래고, 단말기 제조사도 LG전자·팬택 등의 경쟁사가 사라지면서 삼성전자·애플의 과점 체제가 됐다. 지원금을 부담하는 이통사와 제조사 모두 출혈 마케팅에 나설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더욱이 휴대폰의 출고 가격이 10년 전 대비 2~3배로 뛰었다. 삼성과 애플이 지난해 출시한 최고가 모델인 갤럭시Z폴드5 1TB 모델(246만700원)과 아이폰15 1TB 모델(250만원)은 2013년 갤럭시노트3(106만7000원), 아이폰5S(114만원) 대비 각각 130.6%, 119.3% 인상됐다. 휴대폰 가격이 100만~150만원으로 올랐는데, 단통법이 폐지된다 해도 지원금이 그만큼 늘어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실제 단통법의 핵심 당사자인 휴대폰 제조사 및 이통3사는 "잘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입장 외에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한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이 있어도 불법보조금을 뿌리는 이른바 '성지점'이 있는데, 있던 법마저 사라지면 일부 '정보에 빠른' 사람들만 더 많은 보조금을 받는 불공정한 상황이나 유통망의 탈법적인 영업활동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휴대폰 시장 침체에 어려움을 겪었던 유통망들도 단통법 폐지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관계자는 "법 실효성이 끝났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원금 상한선이 없어지는 것은 환영"이라고 말했다. 김남진 한국이동통신판매점협회(KMSA) 회장은 "회원사 설문 시 법 폐지 찬반이 6대 4로 팽팽했다"며 "지금도 불법보조금이 있어 합법적 판매점이 피해를 본다는 점에서 폐지를 찬성하지만, 단통법이 그나마 불법보조금 방어 역할을 했는데 그마저도 없어지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배한님 기자 bhn2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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