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원어치' 사료 보내…버려진 개 4000마리 먹였다

[인터뷰] 황동열 사단법인 팅커벨프로젝트 대표
사료 급할만큼 열악한 사설 유기동물 보호소 40곳에, 1년간 사료 36톤 후원
버려진 개·고양이를 소장님 홀로 돌보는 게 80% 이상, 고정 후원은 수십만원 수준
"제게는 소장님들이 유기견 같아요…개인의 행복한 삶이란 건 아예 없이, 유기견·묘만 살리는 분들"

사람 좋은 '뚱아저씨'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가, 팅커벨입양센터에서 돌보고 있는 '연근이'를 품에 안고 있다. 유기견이었던 연근이는 수년 전 이 곳에 들어왔다. 친구들이 가족을 만나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사랑을 듬뿍 나누어줄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사람 품을 좋아해 쏙 안겨 있는 걸 좋아한다. 황 대표는 지방의 민간 쉼터 50여곳에 사료와 병원비를 보내고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솔직히 불가능한 계획이라 생각했다. 처음 들은 게 지난해 겨울쯤이었다. 황동열 사단법인 팅커벨프로젝트 대표가 내게 이리 말했었다.

"사료 지원을 본격적으로 하고 싶어요. 형편이 어려운 지역 유기견·유기묘 보호소에요. 사룟값이 비싸져서, 하루 한 끼도 못 먹이는 경우도 많아요. 매달 두 곳 정도 선정해서 보내려 합니다."

별명은, 일명 '뚱아저씨'. 2013년 팅커벨프로젝트를 설립할 때부터 이미 매년 한두 곳씩 지역 유기동물 보호소를 도와왔는데, 이번엔 제대로 해보겠단 거였다.

여수 강지냥이 쉼터에서 사는 멍멍이가 환히 웃고 있다. 민간 쉼터에서 살리고 돌보는 유기견과 유기묘가 굉장히 많음에도, 후원이 적어 늘 열악한 재정에 시달리고 있다./사진=여수 강지냥이 쉼터

뚱아저씨가 지방의 민간 쉼터를 돕는 이유는 이랬다.

"지방 유기견 보호소와 고양이 쉼터는 많은 수의 유기견과 유기묘를 돌보고 있어요. 그럼에도 후원의 대부분이 수도권의 큰 몇 개 단체에 쏠리는 경향이 있어, 지역 쉼터는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쏠림 현상을 조금이나마 분산해 이들을 돕고 싶은 거지요. 짧게는 5년, 길게는 30년씩 버려진 개와 고양이를 위해 자신의 삶은 너무도 힘겹습니다. 이 분들에게 작은 정성의 후원은 힘을 내게 해주는 활력소가 되지요."

그 취지가 너무 좋단 걸 잘 알았다. 그럼에도 괜찮겠느냐고 물어보고 싶었으나, 표정이 결연해보였다.

가만히 두면 '안락사'를 당하거나 길에서 굶어 죽거나, 로드킬을 당했을 고양이들. 민간 쉼터가 거두지 않았다면 그리 될 수밖에 없는, 인간 동물 위주의 세상이랄까. 돌보는 일은 희생을 동반하기에, 소장님 홀로 하기에 너무 힘든 일이다. 개인의 삶이란 게 없다. 그러니 매일 애들 살리고 먹이겠다고, 애쓰고 동분서주한다./사진=팅커벨프로젝트 네이버 카페

당최 그런 사례가 없었다. 후원을 더 받으려, 그래서 규모를 더 키우려, 애쓰는 경우는 많이 봤지만. 스스로도 후원이 필요한 동물보호단체라 먹고 살아야하면서, 다른 유기동물 보호소를 돕겠다고. 그것도 한 달에 두 곳씩 하겠다니. 게다가 동물자유연대나 동물권행동 카라처럼 후원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단체도 아닌, 팅커벨프로젝트가 말이다.

전북 익산 하얀 강아지 쉼터 아이들 모습. 이들은 늘 바깥을 바라보고 있다. 가족을 기다리며./사진=팅커벨프로젝트 네이버 카페

신중히, 잘 생각해야 한다고 염려했다. 공언하면 지켜야 할 것이므로.

그로부터 1년이 흘렀다. 바삐 사느라 어찌 되었는지 잊고 살았다. 17일 오후, 황 대표를 만나러 팅커벨프로젝트 입양센터로 갔다. 멍냥이들 짖는 소리가 익숙하게 들렸다. 입양센터에도 가족을 기다리는, 버려진 개와 고양이들이 있다. 입양이 쉬이 되지 않더라도, 포근한 이 곳에서 계속 지낼 수 있다. 언제까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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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유기견·묘 보호소에 사료 36톤, 동물병원비 100만원씩 보내…대략 3억원어치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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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벨프로젝트가 후원한 사료를 받은, 군산 하묘 쉼터 소장님이 보낸 메시지./사진=팅커벨프로젝트 네이버 카페

"벌써 1년 됐어요. 우리가 40개 쉼터(유기동물 보호소)에 사료를 약 36톤 후원했지요. 저가 사료가 아니라, 좋은 걸로요."

궁금했던 걸 묻자, 황 대표가 담백하게 대답했다. 팅커벨 회원들도 전폭적으로 동의했단다. 결속력도 좋고 서로 소통도 잘 된단다.

'뚱아저씨'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가 지난달 구조해 온 유기견 '용이'. 뚱아저씨가 정성껏 치료해준 덕분에 용이는 파보 바이러스에 걸려 죽을뻔했던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이리 깨발랄 건강한 꼬물이가 되었다./사진=팅커벨프로젝트

쉼터 한 곳당 평균 1톤씩 사료를 주었다. 그럼 며칠 정도 먹을 수 있는 양일까.

"유기견이 100마리 있는 곳이면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먹고요. 유기묘 100마리면 한 3개월 넘게 먹지요."(황 대표)

"그게 금액으로 따지면 얼마 정도 되는 걸까요."(기자)

"카페 회원들이 쉼터에 직접 후원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런 걸 다 합치면 대략 3억원 정도 될 것 같아요."(황 대표)

팅커벨프로젝트에서 보내준 사료를 후원 인증한 쉼터 소장님./사진=팅커벨프로젝트 네이버 카페

놀라웠다.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한 걸지.

'곰표' 브랜드로 유명한 대한제분 계열사인 '우리와 주식회사'에서 많은 후원을 해줬단다. 사료 36톤 중 28톤은 우리와 주식회사에서 해줬다. 황 대표가 재작년에 '국경없는수의사회' 컨퍼런스에서, 우리와 주식회사 본부장을 만나 설득했다고.

유통기한이 3~4개월쯤 남은 사료를 원래는 저렴하게 판매해왔는데, 그걸 그냥 후원하기로 결정했단다. 유기동물 보호소로 가면 한 달 정도면 다 소비하니, 염려 없이 윈윈이 된 거였다.

누구도 관심 갖지 않은 힘듦을 홀로 견디다가, 사료를 보내주고 병원비를 보태어주는 이가 있단 것만으로도 유기견, 유기묘 쉼터 소장님들은 큰 힘을 얻는다./사진=팅커벨프로젝트 네이버카페

나머지 사료 8톤은 팅커벨프로젝트 회원들 후원으로, 직접 사료를 구입해 보냈다. 현재 약 300명의 회원들이 지역 유기동물 쉼터에 보낼 사료비를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단다. 정말 절실한 것중 하나인, 동물병원비도 한 곳당 현금 100만원씩 후원했다. 필요한 것들을 다 채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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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끊기고, 난방 못하는 곳도 많아…도움 주는 50곳 중 40곳 이상이 홀로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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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엔 버려진 개와 고양이를 돌보는, 수많은 민간 쉼터가 있다. 어찌 보면 큰 동물보호단체보다 훨씬 더 많은 유기견과 유기묘를 돌보는 이들. 그러나 후원은 몇몇 단체에만 쏠려, 이들 쉼터에겐 시선이 잘 가지 않는다. 팅커벨프로젝트는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사진=팅커벨프로젝트 네이버 카페

여기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곳까지 포함하면, 후원하는 민간 쉼터가 모두 50곳이다. 평균 100마리씩이니 약 5000마리의 유기견과 유기묘들을 살리고 있는 거다.

황 대표와 운영 위원들이 지난해 전국 쉼터를 직접 돌며 일일이 다 가봤다. 열악한 가운데에서도 소장님들이 나름대로 원칙을 지키는지 등을 확인한 거였다. 후원하는 쉼터를 선정하는 원칙이 두 가지 있단다.

"짧게는 2~3년, 길게는 20년씩 운영하다 보니 실은 별별 소문이 다 돌거든요. 그런데 그런 걸로 좋은 쉼터와 나쁜 쉼터를 구분하진 않아요. 현재 깨끗한 그릇에 깨끗한 사료와 물을 주며 관리하는지, 자체적으로 더 번식하지 않고 중성화 수술을 했는지, 두 가지 기준을 보지요."

지역 유기견보호소 강아지들 모습./사진=팅커벨프로젝트 네이버 카페

관점에 따라서는 민간 쉼터를 향해 이런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당신 능력껏 해야지, 능력도 닿지 못하는데 애들은 많이 구해서 삶이 그게 뭐냐고, 그게 행복한 거냐고. 그러나 황 대표 관점은 조금 다르다.

"오죽하면 힘든 상황에서도 생명 하나라도 더 살리려 노력했을까 싶지요. 그래서 저희 팅커벨에서 도울 수 있는 건, 조금이라도 더 도와서 힘이 나게 해주자 그거예요."

팅커벨프로젝트가 후원한 사료를 받은, 냥이사랑쉼터 소장님이 보낸 메시지./사진=팅커벨프로젝트 네이버 카페

가만히 두면 10일 공고 후 '안락사'. 그걸 알기에 어떻게든 살리려 애쓴 민간쉼터 소장들. 그러느라 사정이 어려워진 곳들도 많단 걸, 황 대표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부산에 '칠라 쉼터'라고 있단다. 황 대표가 지난해 12월 말에 다녀왔다. 고양이 40마리를 보호하고 있었다. 소장님 나이는 75세였다. 근처엔 재개발 지역도 있었다. 거기에서 못 빠져나간 고양이까지 돌보고 있었단다. 소장님은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어려운 가운데 버티고 있었다고. 그 힘듦이 댓글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사진=팅커벨프로젝트 네이버카페

그 돈을 어떻게든 쪼개어보지만, 후원도 잘 안 들어온다고. 갔더니 쉼터가 좀 추웠다. 전기세나 난방비도 잘 못 내어서, 따뜻하게 지내지 못하는 거였다. 황 대표는 고양이 사료 640kg을 보냈다. 또 잘 아는 지인에게 부탁해, 300만원을 후원하도록 도왔다. 소장님이 이리 답했다.

"20년 넘게 고양이 쉼터를 했습니다. 그런데요. 이런 도움은 생애 처음 받아봤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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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쉼터 소장님들이, 유기견 같아요…올해는 건조기, 공기청정기도 보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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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유기견들을 돌보는 지역 민간 쉼터에는 참으로 춥고도 긴 계절. 팅커벨프로젝트에 구호 요청을 한 양주 하하호호쉼터 소장님./사진=팅커벨프로젝트 네이버 카페

황 대표 입장에선 많은 도움 중 하나였으나, 소장님에겐 일생에 한 번 있었던 도움인 거였다.

"그러니 50개 쉼터를 돌보는 입장에서, 마음만 먹고 조금만 더 부지런하게 신경쓰면, 어려운 쉼터 몇 개는 충분히 살릴 수 있단 생각이 드는 거예요. 다 구할 순 없단 걸 알지만 최대한 돕고 싶은 거지요."

배부르게 먹일 수 있는 게 기뻐서, 이리 신나게 댓글을 남긴 꽁꽁이네 쉼터 소장님./사진=팅커벨프로젝트 네이버카페

제일 큰 걱정은 소장님이 쓰러지는 일이란다. 소장님들 연령대를 살펴봤다고. 50대 중후반이 제일 많고, 60대도 꽤 있고, 70대도 4명이나 됐다. 80%는 홀로 운영하고 있다. 10~15년 전부터 쉼터를 꾸려온 이들. 그러다 보니 가지고 있던 돈도 다 쓰고, 건강도 해치는 일이 많다고. 갑자기 아파서 쓰러지면, 애들은 어떡하나 그게 제일 걱정이다.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에게 감사 인사를 남긴, 대구 앵두네보호소 소장님. 자립할 수 있게 돕는 게 황 대표의 최종 목표다./사진=팅커벨프로젝트

그러니 쉼터가 자립할 수 있게 돕는 역할도 한다.

"후원 통장을 자기 이름을 쓰던 분이 많았는데, 단체 등록을 하고 고유번호증을 발급 받게 했어요. 단체 명의 통장을 발급 받아 투명성을 확보한 거지요. 거기에 CMS 정기 후원 시스템을 도입하게 했어요. 그런 제도가 있는줄도 모르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지금은 정기후원자를 200명 모은 곳도 있어요."

고정적 수입도 없이, 아이들이 아플 때마다 SNS에 도움 요청하던 걸 시스템을 만들어 도운 거였다. 그러면 후원자 입장에선 '신뢰도'가 높아진다고.

쉼터 소장님에게 비타민을 보내어준 팅커벨프로젝트 후원자들. 스스로도 챙긴지 오래된 소장님들이 안타까워, 이리 돕는 이들이 또 있다./사진=팅커벨프로젝트 네이버카페

올해는 사료와 동물병원비 후원에 더해, 공기청정기와 건조기도 보내는 게 목표다. 특히 고양이 쉼터 소장님들은 집도 없이 고양이들 사이에서 자느라, 털빠짐 등으로 기관지염과 폐렴 등에 시달린다고. 그런데도 공기청정기 하나 없이 지내는 경우가 태반이다. 정기 후원자가 최소 500명 이상은 돼야 하는데, 아직은 200여명 정도 부족하다.

하루종일 유기견과 유기묘의 배변을 치우고 청소하고 밥을 주면, 정말 식사할 시간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그걸 알고 보낸 거다./사진=팅커벨프로젝트

아무리 보아도 부담스럽고 쉽지 않은 일. 황 대표가 이렇게까지 애쓰는 동기는 어디서 나오는 걸지, 끝으로 물었다.

"소장님들께서 버려진 개와 고양이를 애쓰며 돌보시잖아요. 한 마리, 한 마리 애착을 갖고요. 개인의 행복한 삶이란 건 아예 없는 분들이거든요, 죽을 때까지요. 아파도 얘네들 놔두고 병원에 하루 입원도 못해요. 이 분들을 제가 돌보지 않으면 누가 돌볼까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저한테는 그 소장님들이 다 유기견 같아요. "

후원자가 더 많아지면, 전국의 열악한 민간 쉼터에 더 많은 사료와 병원비를 후원할 수 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희를 기억해주시고 약간의 마음을 써주세요." 그리 새해 인사를 건네는듯한 멍멍이./사진=팅커벨프로젝트

남형도 기자 human@mt.co.kr